오늘 우리 사회는 한 가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바로 공정과 정의가 무너지고, 힘 있는 자가 법망의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모습이 깊은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단지 한 사람 혹은 하나의 사건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드러난 것은 바로 주식시장, 즉 우리 국민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희망을 걸어온 자본시장이다. 그 시장에서 ‘공정한 기회’라는 말은 아무 의미 없게 되고, 대신 ‘힘 있는 자의 편법’이 오히려 방치되는 듯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민중기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팀 책임자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그런데 동시에 그 스스로가 문제의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상장폐지 직전 매도하여 약 1 억5,000만 원대의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팀이 수사하던 해당 업체(네오세미테크)는 과거 김여사가 투자했던 회사라는 점도 확인돼, “수사를 지휘하는 자가 수사 대상과 관련된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언론과 국민 여론은 “말이 되는가?”, “정의의 칼을 휘두르는 자가 그 칼날의 규율을 자기 자신에게서 돌려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지금 하나의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이번 사안이 단순히 개인의 실수나 일탈로 치부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거래·투자에 기대하는 신뢰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내가 약자니까, 나는 작은 투자자니까 피해 봐도 된다”는 포기감이 쌓여서야 결국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더욱이 이 사안은 우리 사회 지도층이 가진 악습 "즉 권력과 정보가 결합해서 시장을 왜곡하고, 그 왜곡의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와 개미투자자들이 떠안는 구조"를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피해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제도 밖’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그 파장은 더욱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사안의 본질은 단순히 한 사람의 책임 여부를 묻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시장에 대한 신뢰’, ‘법 앞의 평등’, ‘공공성 유지’라는 가치를 지켜내고 있는가를 시험하는 사안이다.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특검보라는 책임 있는 자리에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즉시 수사당국에 의해 엄정하고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만약 위법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이 분명히 져져야 한다. 셋째, 정부와 감독당국은 다시는 이러한 불공정한 시장 왜곡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와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또 하나는 ‘정의는 마침내 이긴다’는 믿음이다. 지금은 힘들고 답답할지라도, 작지만 한걸음 한걸음 법과 제도의 틀을 강화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다.
지도층이 법망의 바깥에 있다면, 그 사회는 결코 선진화될 수 없다. 지도층이 법을 지키고 모범을 보일 때 비로소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고 함께 걸어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안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기회이기도 하다. 지켜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주권의식을 가지고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약자를 위해, 그리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힘 있는 자의 탈법이 약자의 희망을 꺾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힘 있는 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더는 용인되지 않게 해야 한다. 국민과 개미투자자 하나하나의 꿈이 깨지지 않는 시장을 위한 노력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약속이다.
이번 사안이 단지 스캔들로 끝나지 않기를,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공정과 신뢰 위에 설 기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