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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호열 / 포천신문사 회장 > |
| 오늘날 대한민국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와 이를 둘러싼 청문회 추진 논란은 단순한 인사 검증을 넘어, 사법부의 독립성과 헌법정신을 근본적으로 시험하는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국민은 불안 속에서 사태를 지켜보며, 과연 민주주의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야당은 사법부를 향한 여권의 압박을 ‘삼권분립의 원칙 훼손’이라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한다. 사법부가 입법부와 행정부의 영향력에 굴복한다면, 재판의 독립성은 무너지고 결국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흔들린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과 여권, 일부 신당 세력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과거 주요 판결에서 이미 공정성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전 대표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판결을 거론하며, 사법부가 기득권 세력에 기울어져 있다고 단정하고, 따라서 대법관 증원과 사법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한다.
양측의 논리는 첨예하게 맞선다. 한쪽은 사법부 독립을 외치고, 다른 쪽은 개혁의 불가피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국민은 점점 더 피로와 혼란을 느끼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개혁이고, 무엇이 민주주의를 위한 길인지 혼란스러운 정치권의 대립은 국민의 신뢰를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민주주의를 자랑처럼 내세워온 민주당이 이제는 ‘민주주의 파괴당’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게 된 현실이다. 심지어 당내에서조차 김영진 의원이 “사법개혁이 급발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듯, 무리한 개혁 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권력투쟁이 아니라 헌법정신에 입각한 절제와 균형이다.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의 것이다. 사법부가 정치권력의 도구가 되는 순간, 그 피해는 곧 국민의 몫이 된다. 사법부가 무너지면 입법부와 행정부 또한 권력 남용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세력의 이해를 위한 개혁이 아니라, 삼권이 모두 국민 앞에 겸허히 서는 ‘자기 개혁’이다.
입법부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정파적 이해가 아닌 공익을 위해 써야 한다. 행정부는 권력의 안위를 넘어 국가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사법부는 법과 정의의 최종적 해석자로서 오직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 각 기관이 권한을 넘어 서로의 권역을 침범할 때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만다.
사법부는 판결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회복해야 한다. 정치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강단을 보여야만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 또한 권력 남용의 유혹을 경계하며 본래의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 헌법이 부여한 권한은 권력자의 사적 무기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봉사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제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의혹을 낳는 무분별한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권력 다툼을 지켜보며 불안에 떨기를 원치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를 몰아붙이는 투쟁이 아니라, 국민 앞에서 책임지는 자세이며 협력의 지혜다.
사법부 역시 면죄부를 가질 수 없다. 과거의 불신을 씻고 신뢰를 세우려면 자기 혁신과 성찰이 필요하다. 국민 앞에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공정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존중받는 길이다. 사법부가 국민과 함께 호흡할 때, 민주주의는 건강하게 뿌리내린다.
역사는 오늘의 혼란을 냉정히 기록할 것이다. 권력 다툼으로 민주주의를 흔든 집단으로 남을지, 위기를 성찰과 개혁의 계기로 삼아 민주주의를 성숙시킨 집단으로 남을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치권과 사법부 모두가 스스로를 내려놓고 국민만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분명하다. 그것은 권력자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이며, 정파의 유불리가 아니라 헌법정신이다. 사법부·입법부·행정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성찰과 개혁을 이루어낼 때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후대에 남겨야 할 가장 값진 유산이다.
2025년 9월 26일
최호열 / 포천신문사 회장, 시인, 경기대진테크노파크 임원, 포천특산물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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