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한민국 농촌이 ‘식품 사막화(food desert)’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2020년 조사에서 전국 3만7천563개 행정리 중 2만7천609개, 즉 73.5%의 마을에 식료품 소매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KREI 농촌경제연구원])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마치 물 없는 사막처럼, 주민들이 기본 식품조차 구입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② 이러한 식품사막화 현상의 근본적 배경에는 인구감소와 초고령화가 자리한다.
농촌 면 지역의 고령인구 비율은 이미 33%를 넘었고, 농업 경영자 중 65세 이상은 절반을 초과한다. 젊은 인구는 도시로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아 마을을 지키다 보니 소비력이 줄고 점포는 하나둘 문을 닫는다. 결국 남은 주민들은 먹거리 접근성마저 상실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③ 특히 전남 신안, 전북 진안·장수, 경남 산청, 강원 산간지역 등은 심각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식품사막화 비율이 80~90%를 초과하며, 주민들은 채소와 곡물은 일부 자급하더라도, 고기·달걀·우유 같은 단백질 식품은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한 수준에 놓여 있다. 이는 곧 영양 불균형과 건강 악화로 직결된다.
④ 실제로 농촌 가구의 59%는 온라인 식품 구매 경험이 없다.
도시는 온라인 구매 비율이 68.2%에 이르지만, 농촌은 인터넷 활용률이 낮고, 디지털 격차가 심각하다. ‘차로 30분 이상 이동해야 겨우 식품점이 나온다’는 하소연은 이제 흔한 농촌의 일상이다.
⑤ 이렇게 되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회적 격차로 이어진다.
도시에서는 언제든 다양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지만, 농촌 노인들은 한 끼를 채우는 것조차 힘들다.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가 ‘소득 격차’를 넘어 ‘식생활 격차’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⑥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냉장·냉동 포장육과 달걀의 이동판매를 허용하는 법령 개정을 단행했다. 이제 농협 등 협동조합이 이동판매차량으로 산간벽지에 고기와 달걀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식품사막화 해소를 위한 작은 첫걸음이다.
⑦ 그러나 식약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농림부, 복지부, 국토부 등 관계부처가 모두 나서야 한다. 교통 인프라 확충, 디지털 접근성 개선, 농식품 바우처 제도, 수요응답형 교통 시스템 같은 정책이 종합적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
⑧ 국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식품사막화는 단순히 ‘먹거리 불편’의 차원을 넘어 국민의 생존권과 건강권이 걸린 문제다. 따라서 법률로써 농촌 주민들의 먹거리 접근성을 보장하고,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⑨ 지방정부와 지역 공동체도 함께해야 한다.
지자체는 주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이동판매 사업을 운영하고, 협동조합과 지역 상인들이 함께 참여해 안정적 공급망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봉사단체와 청년 농업인이 협력한다면, 공동체 기반의 새로운 유통 모델도 가능하다.
⑩ 경기도의 포천, 연천, 가평, 양평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산간 오지에 노인인구가 밀집해 있어 식품사막화 가능성이 높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 하며, 지역별 조사와 시범사업을 통해 ‘포천형 식품안전망’ 같은 모델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⑪ 이제 이 문제는 단순한 농촌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과제다.
농촌은 우리의 식량 기반이며, 도시민들의 삶도 농촌의 지속가능성에 달려 있다. 농촌 주민의 먹거리 접근성 보장은 곧 국가 전체의 식품 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이자, 인구감소 대응과도 맞닿아 있다.
⑫ 국민 여러분, 그리고 정부와 국회에 당부한다.
식품 사막화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라. 기본적인 식품 접근은 국민의 권리이며, 반드시 보장해야 할 생존 조건이다. 정부는 즉각 종합대책을 수립하라. 국회는 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하라. 지자체는 지역 맞춤형 대안을 실천하라. 국민은 이 문제를 ‘남의 일’로 외면하지 말고 관심과 참여로 힘을 보태라. 함께 행동할 때, 대한민국의 농촌과 도시가 모두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