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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140

길에게 길을 묻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5년 04월 14일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
 
'모두 내려놓는다'는 말은 참 편리한 말입니다. ‘길에게 길을 묻기위해' 동해안의 휴휴암(休休庵)에 왔습니다. 실성한 사람처럼 ‘다 괜찮다’는 말을 수백번 되뇌입니다.

그러자 조금씩 온 몸의 모든 힘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팽팽히 긴장해 있던 몸과 마음, 정신의 근육들이 천천히 이완되는 느낌입니다. 너무 오래되어서 인지 힘이 풀리는 느낌이 너무 낯설었습니다. 평생을 힘만주고 살아온 사람인 것처럼 낯섭니다.

돌아보니 힘을 주지 않고 살아온 날이 있던가 싶습니다. 언제나 두 손을 꽉 쥐고 갖은 애를 쓰면서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기를 쓰고 무언가 배우려 했고, 더 잘하려 했고, 더 성취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늘 불안했고 증명해야 했고 노력해야 했습니다. 매일 매일 나는 나와의 전투를 치러야 했습니다.

‘힘내 ! 넌 할 수 있어!! 다 왔어!!!여기까지와서 포기 할 거야? ‘멋지게, 폼나게, 부끄럽지 않게 살자.’ ‘최선을 다하자. 열심히 살자. 후회 없이 살자.’ ‘정신차려. 자기관리 해야지.’ ‘이렇게 도태되는거야. 그래서 지는 거야.’ ‘왜 이렇게 게을러. 언제 시작할건데.’ ‘왜 이렇게 못해. 지금 더 해야 돼.’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언제나 나는 나를 채찍질하기에 바빴습니다.

나에게 진정한 휴식이 있었나 싶습니다. 평생을 생산적이지 않은 것을 해본 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TV나 유투브, 숏츠를 볼 때도 자기개발 영상만 봤구요. 놀 때도 무언가 배우려 했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려 했습니다. ‘시간낭비 한다’는 느낌이 싫었거든요. 뭔가에 완전히 몰두했을 때만 잠시 잊혀질 뿐, 한번도 하던 것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놓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휴식은 언제나 다시 달리기 위한 충전이었습니다.

일로 만나는 사람들은 물론, 가족, 친구,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도, 내가 바라는 나의 이미지로 비춰지기 위해 항상 억텐을 부리며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다시 유휴암(休休庵)입니다. '여기서는 그럴 필요 없어. 여기는 너를 아는 사람은 친구들 밖에 없고, 해야 하는 일도 없어. 괜찮아. 다 놓아도 돼.' 너무 오랫동안 꽉 쥐고 있어서, 피가 통하지 않아 괴사되기 직전의 손을 겨우 편 느낌이 듭니다. 나는 자신을 꽤나 자유분방한 사람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공부도 내 맘대로, 여행도 내 맘대로, 직업도 내 맘대로, 사회나 남들이 어떻게 보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내 식대로 원도 한도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영역이 다를 뿐, 사회나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는 게 아니었습니다. 의식하다 못해, 심지어는 내 감정까지 통제하고 살았음을 고백합니다.

긍정적인 사람이고 싶어서 긍정적인 감정만 가지려 애쓰고, 부정적인 감정은 애써 외면하고, 부정하고, ‘득 될거 없어’, ‘좋게 생각하자’ 짓누르고, 감정을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맞게 통제하려 드니 매일을 애를 쓰고 살게 되었습니다. 그냥 부정적이면 부정적인대로, 있는 그대로 있으면 되는 걸. 왜 그렇게 아등바등 애를 썻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휴휴암(休休庵)입니다. '여기 있는 동안만이라도 힘 좀 빼고 살자. 여기는 나를 이해 해 주는 친구들만 있으니, 물에 둥둥 떠다니듯이, 내 감정을 바꾸려들거나 애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있어 보자.'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유유자적(悠悠自適), 잠시라도 흘러 다니는 여행이 내일의 나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됨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휴휴암(休休庵)에 참 많이 내려놓고 갑니다.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5년 0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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