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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우/ 춘천교육대학교 (전)교수(제6대 총장)/ (사)한국과학사학회 전 회장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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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중순인데도 일부 지역에 눈이 내렸다. 기후변화 탓이라고 핑계를 댈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언급은 ‘기후변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관측을 통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이 바로 과학적인 방법이다. 너무 많은 정보 중에 우리는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한다. 편견을 심화시키고 가짜 뉴스만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과학’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소박한 정의는 ‘자연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말은 시대성을 담보한다. 과학은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의미도 포함한다. 다만 ‘자연에 대한 해석’일 뿐이다.
탈레스(Thales, 기원전 624-546년경)는 지금의 터키 서쪽 해안인 이오니아(Ionia) 지방 출신이다. 밀레토스(Miletos)에서 태어났다. 지중해를 이용한 중계무역으로 부도 축적했던 사람이었다. 이집트에서 공부했고 가르치기도 했다. 오늘날 학계에서는 그를 철학과 과학의 시조(始祖)라고 칭송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 Politics>에서 탈레스를 언급했다. 탈레스는 천문과 기상 관측을 통해서 특별한 시점에 올리브의 풍년을 예측했다. 이에 미리 올리브 착유기를 대량으로 확보해 두었다. 대량 수확된 올리브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착유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탈레스는 부를 축적했다. 탈레스는 “철학적 지혜가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치를 지닐 수 있다.”라는 교훈을 몸소 보여주었다. 작금의 어려운 국가 경제상황도 정확한 예측과 과학적인 탐구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탈레스가 살던 시대에는 자연 현상을 신을 빌어 설명했다. 번개는 제우스(Zeus)가 화를 풀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탈레스는 자연에는 전기가 있고, 이것들이 만나서 번개가 되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털가죽으로 호박(琥珀, amber)을 문지르면 작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현상(정전기)이 있음을 관찰했다. 이와 비슷한 원리가 자연에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탈레스는 자연 현상을 자연으로 설명한 첫 번째 자연철학자였다.
탈레스는 일식은 예측하기도 했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천문학적 계산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일정한 주기가 되면 일식 현상이 특정 지역에 일어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그는 역사적 사실을 중요하게 여겼다. 여기기서부터 지식을 얻어냈다. 헤로도토스(Herodotus, 178-216), <역사, (Histories)>에 의하면 기원전 585년 5월 28일에 발생한 일식을 탈레스가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한다.
천문학자 탈레스는 천문 관측에 열중한 나머지 밤에 하늘을 보다가 웅덩이에 빠졌다는 일화가 있다. 이것을 목격한 여종이 탈레스를 놀렸다고 한다(플라톤, <대화편, 지식에 관하여, Theaetetus>) 사실 이 일화는 천문학자로서 관측에 몰입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이 ‘물’이다.”라는 주장으로 유명하다.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엉터리 주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탈레스는 탐색하고자 했던 것은 우주의 근원 물질(아르케, arche)이 무엇이냐를 고민한 것이었다. 그는 4가지 관점에서 근원물질을 탐색했다. 존재하는가?, 변화하는가? 운동이 있는가? 생명력이 있는가? 물은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액체인 물을 고체인 얼음으로, 다시 기체인 수증기로 변화한다. 물은 항상 낮은 데로 흐르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다. 그렇기에 만물의 근원 물질이 바로 물이라고 결론을 낸 것이다. 우주 만물의 근원 물질을 찾으려는 탐색의 과정이 바로 과학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출발점이다.
물은 한자문화권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엉뚱한 이야기지만 ‘음수사원(飮水思源)’을 떠올려보자. 중국 남북조 시대의 시인 유신(庾信, 513-581)이 쓴 ‘징조곡(徴調曲)’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백범(白凡) 김구(金九, 1876-1949) 선생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명언이다.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하라.”라는 뜻이다. 현재 상황이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과거의 근원에서 나온 것이니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노자 <도덕경>(제8장)에 나오는 “물이 최고다(上善若水)”를 생각해 보자. 물은 낮은 데로 흐른다.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따른다. 그렇기에 물이 최고다.
혼란한 정국에 뜬금없이 과학의 시조 탈레스를 소개했다. 그는 자연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을 통해 ‘과학’이라는 분야를 처음으로 개척한 학자였다. 동시에 천문을 연구한 과학자였다. 자연에서 얻은 지식을 실생활에 적응시킨 기업인이자 엔지니어였다. 기하학을 이용해서 이집트의 피라미드 높이를 측정했다. 북극성이 있는 작은곰자리를 이용해 항해하라고 가르친 실천적인 과학자였다.
오늘날 첨단 과학기술 시대에도 무속에 빠진 일부 지도자들이 행태를 보면 안타까움이 생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슬기가 필요하다. 경험을 통해 얻는 지혜를 보여주어야 한다. 과학과 역사를 통해 우리 시민이 모두가 함께 난국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면우/ 춘천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명예교수/ 춘천교육대학교 전 총장/ (사)한국과학사학회 전 회장 /교육학박사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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