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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이규임] 규제(規制)와 기득권(旣得權)의 나라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4년 08월 20일
 
이규임 / 포천신문 자문위원,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세계 최초로 증기자동차를 실용화한 영국은 아이러니하게도 증기차 운행을 규제(規制)하는 ‘붉은 깃발법’도 시행했다. 이 법은 증기차 속도를 교외에서 시속 6㎞ 시내에서 시속 3㎞로 제한했고, 증기차 운행 인력 요건도 매우 까다롭게 정했다. 

1865년부터 31년이나 지속된 이 법 때문에 영국의 자동차 기술은 오히려 후발주자인 독일과 프랑스에 뒤처지고 말았다. 붉은 깃발법은 겉으로는 ‘말이 증기차 소리에 놀라 폭주하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나, 실상은 증기차 등장에 위기의식을 느낀 마차 업주와 마부조합이 의회에 로비해서 시행된 것이었다.

기득권(旣得權)의 저항으로 국민의 편익이 침해당하고 새로운 산업성장이 가로막힌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경제활동 관련 규제는 기득권과 연결돼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은 이를 ‘철의 삼각형(iron triangle)’으로 설명했다. 이익 집단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관료와 정치권에 이런저런 규제를 만들어달라고 청탁한다. 

관료는 퇴직 후 자리를 보장받으며 규제를 설계하고, 정치권은 표와 예산을 챙기며 입법화에 나선다. 이들은 규제를 더 강화하려고 한다. 정권마다 기득권을 둘러싼 카르텔(cartel)로 인해 규제 개혁 실패가 반복(反復)되는 이유이다. 모든 기업은 숙명처럼 ‘사고’를 안고 산다. 예방에 힘을 쓴다고 다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뜻밖에 일어나는 불행한 사고’는 생각지도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불쑥 나타난다. 이런 ‘불청객’이 금호타이어를 찾아온 것은 2016년이었다. 미국 조지아 공장 완공을 코앞에 둔 시점에 지붕 마갑 작업을 벌이던 현지 채용 근로자가 추락사한 것이다. 당시 미국법인에서 일한 한 임원은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근로자 안전 문제에 엄격한 미국에서 사망사고가 난 만큼 제때 공장 문을 여는 것은 물 건너갔다는 걱정에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출동한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HSA) 소속 근로감독관은 금호타이어 임직원에게 하나하나 따져 묻기 시작했다. 규정에 맞게 안전교육을 했는지, 보호 장비를 제대로 착용토록 했는지, 그런데 현장을 살펴보던 근로감독관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사고 원인은 해당 근로자가 임의로 안전 로프를 매지 않은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해야 할 조치를 다 했으니 하던 대로 시험생산을 계속해도 좋다.” 그렇게 해서 금호타이어는 사고 당일에도 공장을 돌릴 수 있었다.

똑 같은 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한국에서 사망사고가 났다면 거의 100% 작업중지 명령이 떨어졌 을 것이다. 실제 몇 년 전 A기업에서 추락사고가 났을 때 감독관이 제일 먼저 내린 조치는 모든 고소작업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이었다. 사고 원인이 뭔지, 추가 사고가 날 수 있는 급박한 위험요소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었다. 문제는 한 번 작업중지 명령이 떨어지면 해제되기까지 하세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작업중지 명령은 감독관 재량으로 그 자리에서 내리지만 해제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게 사고의 원인이라면, 그래서 사고가 다시 터질 위험이 있다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작업을 중지시키는 것은 근로자 보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사고원인이 다른데 있는데도 공장부터 세우고 재가동마저 어렵게 한다면 그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조치인가? 경쟁국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뿐만 아니다. 규제방식도 획기적으로 바꾸고 ‘그림자 규제’도 걷어내야 한다. 기업 현장에서 겪는 대부분 고충은 명문화되지 않은 채 법령 해석과 집행 과정에 숨어 있는 ‘그림자 규제’ 때문이다. 이런 규제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적극적 지지가 필요하다. 정치권과 관료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청원과 지지뿐이기 때문이다.

이규임 / 포천신문 자문위원,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4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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