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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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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생전에 늘 허름한 옷만 입고 계셔서 우리들의 원성을 사곤 했다. 돌아가시고 나서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고운 새 옷들이 장롱 속에 고이 모셔져 있었지만 쓸모가 없어진 그 옷들은 고스란히 불태워졌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다보니 장롱속 뿐만아니라, 혹시나 싶어 들쳐 본 장판 밑에서도 시커멓게 그을린 지폐들이 꽤 많이 나왔다.자식들과 손주들이 드린 용돈이 아까워 쓰지를 못하시고 봉투째 그냥 들어있어 마음이 아팠다.
반면 아버지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셨다. 아버님의 말씀은 모든 것은 살아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죽고 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전에 말씀하셨던 분이다. 이런 가족들의 경험들로 인해 나는 나이 더 먹기 전에 모든 것을 정리 해서 꼭 필요한 것 최소한만 가지고 간편하고 간단하게 살고 있다.
자식들은 나이들며 부모를 닮아간다고 했다. 나의 큰 누나가 그렇고 나의 큰 형님이 그랬다. 나는 어쩐가? 이 세상에 남길 것도 저 세상으로 가져갈 것도 딱히 없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너무 많은 욕망에 시달린것 같다. 세상이 점점 하찮아진다.
작년에 책장에 있던 책을 1/3로 줄였고, 얼마전에는 직장 다닐 때 입던 옷과 신발, 모자,잡다한 소장품 등을 대형봉투 세 개 분량 내다버렸다. 내가 학자도 아니고 나이들어가며 지식보다는 지혜로 살고 싶은 사람이기에 책은 그닥 소용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예전 만큼 남들앞에 서야 할 기회도 많지 않으니 옷도 꼭 필요한 것만 남겨 두면 된다. 누구나 탐내는 값 비싼 물건이 있다면 소장해도 좋겠지만 돈 안되는 것들 쌓아두고 죽은 뒤에 다른 사람 일거리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두꺼운 사진첩 여러 개에 수 많은 사진들도 나중에 자식들에게 의미가 있을 최소한의 것만 제외하고 대부분 찢어버렸다. 사진첩의 부피도 크지만 꿈같고 아지랭이 같은 과거를 추억하며 현재를 소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간편하고 간단하게 살다가 이 세상 떠난 후 그 누구도 정리하고 보관하느라 애쓰지 않으면 좋겠다. 바람처럼 왔으니 흔적없이 가버리면 최상의 세상 소풍이 아닐까 싶다.
재산은 살아생전 내가 쓴돈이 재산이다. 후대에게 많이 물려주면 후손들은 행복할까?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누고 비우는 일은 늘 생각보다 쉽지않다.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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