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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영/ 빈곤문제연구소장,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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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年輪)을 가진 우리는 대화할때 ‘옛날엔 이런 일을 당했다’가 아닌 ‘전에 우리는 그만한 일도 견뎌냈다’ 고 표현해야 옳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생의 짐을 ‘어쩔 수 없이’ 떠안게 되었다는 피해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어르신들을 상담해보면 우울증에 걸린 어른들의 대부분이 이런 피해 의식을 가진 경우이다. 자식들에게 '내가 지깟놈들을 어떻게 길렀는데'가 대표적인 말이다.
이들은 비난받는 게 두려워서 억지로 그 짐을 떠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경우이다. 자신의 경험을 ‘손해 봤다’고 해석하기 때문에 헌신적으로 가족들을 건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나 긍지로 돌아오지 않고 후회(後悔)로 돌아오는 경우이다.
‘이런 일을 당했다’에서 ‘그만한 일도 견뎌냈다’라고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 무거운짐을 짊어지고도 자신의 인생을 극복(克服)해 온 자신을 자랑스러워 해야한다. 스스로 자신을 칭찬해야한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효도받지 못한다는 ‘남에게 비난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고쳐야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짊어지지 않아도 될 짐까지 억지로 떠안은 채 피해 의식에 빠져 산다면 남은 삶은 갈수록 힘들어질 뿐이다.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의 혈연들에게 착취당하지도 않는다. 피해를 당하고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어떤 나약함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인생의 짐은 자신감과 성취감을 안겨주는 신의 선물 같은 것이다. 자신감은 갖고 싶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기 몫의 짐을 짊어지고 극복함으로써 자신감이 생기고 그 과정을 통해 행복한 인생을 꾸려갈 수 있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희생만 당하는 사람, 직장 상사에게 이용만 당하는 사람, 자기중심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 우울증에 걸린 분들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삼아야한다. 누군가가 원망스럽거나 삶이 힘겹고 우울하게 느껴진다면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며 모두가 그렇게 살아오고 있다는것과 가벼운 운동이나 노동으로 날려버리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연륜(年輪)은 본래 나무의 나이테를 가리키는 말이다. 다른말로 목리(木理)라고도 한다. 나무는 한 살 먹을 때마다 나이테가 하나씩 생겨난다. 나이 먹은 나무를 자른 단면에는 수많은 나이테가 남아 있다. 나이테를 보면 이 나무가 어떤 환경에서 살았고,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가 있다.
촘촘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을 보면 나무가 서 있던 방향까지 알 수 있다. 나이테에서 그 나무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얼굴 표정에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나이테가 많아질수록 나무는 더 단단해지고 허리가 굵어져서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없게 된다. 이처럼 어떤 일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숙련된 경지에 다다르는 것을 '연륜이 쌓인다'고 한다.
나이테를 보고 나무의 생장 환경을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얼굴 표정은 그가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 잘 말해 준다. 사람을 보려면 그 만년(晩年)을 보라는 말이 있다. 젊은 시절 높은 명성을 쌓고도 늙어서 제 손으로 그것을 다 허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옛 성현께서는 행백리자 (行百里者)는 반구십리(半九十里) 라고 하셨다. 의역하자면,100리 길을 가야 하는 사람은 90리를 절반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90리나 오고서도 한 절반쯤 왔구나 하는 마음가짐이라야 인생의 연륜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을 수가 있다. 회갑을 맞이하는 60세부터는 이순(耳順)이라 부른다.
귀가 순해진다는 뜻이다. 귀는 소리를 듣는다. 젊은 시절에는 조금만 싫은 말을 들어도 귀에 거슬려 화가 나곤 하지만, 예순 살이 되면 웬만한 말은 걸러서 들을 수 있게 되므로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뜻이다.
육순(六旬)이라고도 한다. 순(旬)은 본래 열흘이란 뜻인데, 확장되어 10년이란 뜻도 있다. 70은 고희(古稀) 혹은 종심(從心) 이라 부른다. 고희란 말은 당나라 두보(杜甫)가 "사람이 70세를 사는 것은 예로부터 드물다.인생칠십고래희 [人生七十古來稀]."고 한 말에서 나왔다.
오늘날은 평균 수명이 70세를 훨씬 넘어섰지만, 예전에 나이 칠십은 매우 드문 장수(長壽)였다. 종심은 공자께서 말씀하신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 즉, 나이 70이 되니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法度)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말에서 나왔다. 의식적으로 하려 하지 않고, 그저 마음에 편한 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해도 그 모든 것이 법도를 벗어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후손들에게 당부한다. "마지막 타고가는 상여는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게 꾸며라. 집안의 잔치가 닥치면 음식은 아끼지 말고 늘 넉넉하게 준비하라. 문상객과 축하객은 귀천을 가리지말고 맞아들이고 접대하라. 살면서 빈부귀천을 떠나 신세지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다. 재산은 저승으로 가져갈수 없는것이니 집근처 백리 안밖에서 굶는 사람이 없게하라."
몸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 최부자댁의 가훈은 오직 나만을 위해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남영/ 빈곤문제연구소장,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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