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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이규임] 십원빵과 십엔빵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3년 09월 01일
 
 
이규임 / 포천신문 자문위원,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요즘 십원빵 이야기가 글로즈업(close-up) 되고 있다. 경북 경주에서 인기를 끌다가 서울에도 진출했다는 그 빵 말이다. 

둥그런 빵의 앞면에는 경주의 대표적 문화재인 불국사 다보탑 모양이 선명했고 빵의 뒷면에는 10이라는 숫자와 함께 1966이란 연도 표시가 박혀 있다.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10원짜리 동전을 발행한 1966년을 가리킨다. 십원빵의 가격은 3000원이다. 

고객 눈앞에서 빵틀에 반죽을 붓고 치즈를 넣어주는 걸 보니 제법 먹음직스러웠다. 이런 십원빵을 앞으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동전 디자인 저작권을 가진 한은이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21일 보도참고자료에서 “영리 목적으로 화폐 도안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쉽게 풀면 돈 받고 파는 상품에 화폐 디자인을 쓰면 안 된다는 얘기다. 현재의 디자인으로는 십원빵을 팔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십원빵의 사연은 일본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일본 남서쪽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니시닛폰(西日本)신문이 보도하면서다. 이 신문은 저간에 ‘십원빵 생산중지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 기사에선 “십원빵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있는 상품인데 파문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기념사진을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일본에선 10엔짜리 동전 디자인의 십엔빵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지난해 9월 도쿄에서 한국 십원빵을 참고로 해 십엔빵을 개발했고 오사카 등으로 점포를 넓혔다는 것이다. 일본 재무성은 빵에 화폐 디자인을 사용해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십원빵과 일본 십엔빵 중에선 한국이 원조(元祖)다. 

십원빵이 엄청난 혁신(革新)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지역 문화재와 연계(連繫)한 건 흥미로운 아이디어였다. 일본 10엔짜리 동전에는 11세기 헤이안 시대 사찰인 뵤도인(平等院) 호오도(鳳凰堂)가 새겨져 있다. 이렇게 십원빵과 십엔빵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빵의 소재로 삼아 시선을 끄는 재미도 주고 있다. 

평범하지 않고 재미있게 제품이나 콘텐트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펀(fun)한 소비’는 현대 소비 트렌드의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한·일 두 나라 당국의 태도는 정반대다. “문제없다”는 일본 재무성과 대조적이다. 엄밀히 말해 한국은행법에는 십원빵 같은 상품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 대신 1999년 자체적으로 정한 ‘화폐도안 이용기준’을 규제의 근거로 제시했다. 십원빵처럼 화폐 디자인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면 위변조 심리 조장이나 화폐의 품위 및 신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번 차분하게 따져보자. 고액권 지폐는 몰라도 10원짜리 동전 모양 빵까지 위변조를 우려하는 건 지나친 것 아닌가. 애초부터 3000원짜리 십원빵을 10원짜리 위조 동전으로 사용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정말 십원빵이 화폐의 품위와 신뢰성 저하로 이어지는 걸까.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이번 일은 단순히 빵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을 내놨을 때 규제 당국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규제보다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규제 혁신이다.
 
투자 강국 미국의 법과 제도는 정해진 것 이외의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우리는 정해진 것 빼고는 할 수 없는 체계(體系)다. 민간 기업의 활동 반경이 작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0년 OECD의 상품시장규제(PMR)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종합 순위는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어쨌든 한은으로선 십원빵은 현행 화폐도안 이용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겠다. 24년 전에 만든 기준이 문제라면 시대 변화에 맞게 합리적으로 고쳐 나가는 게 타당한 방향이 아닌가 싶다.

이규임 / 포천신문 자문위원,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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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3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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