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
|
이슬람인 수피족은 병이 났을 때 먼저 의사에게 가기보다 그 병을 앓았다가 나은 사람을 찾아간다고한다.
더 현실적인 처방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어느 지방에 여행을 간다면 지도나 안내 책자를 보기보다 얼마 전 그곳을 다녀온 사람에게 직접 묻는 것이 더 좋다는 논리이다. 은퇴 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은퇴를 준비하며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의문이 생길 때면 나보다 먼저 은퇴했던 사람에게 묻는 것이 정답을 얻는 방법일 수 있다. 노인회장님과 차를 한잔할 기회가 있었다. 차를 마시면서 앞으로 회장님이 걸어간 길을 내가 따라갈 터인데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조언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은 그리 살지 못했지만 내게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가급적 많이 가지라고 조언했다. 회장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있을 때만이 내면의 자아와 진솔한 얘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인맥을 쌓으려고 애를 쓰지만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복잡한 인간관계가 오히려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하직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방법도 있다. 그들의 유언이나 묘비명을 통해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그들이 생전에 염원하며 몸부림쳤던 자취는 묘비명으로 남아 후세에 전해진다. 그러기에 우리는 망자의 회한과 깨달음을 통해 어느 가르침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해가 바뀐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8월중순이다. 세월은 이처럼 유수같이 흘러간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갈 것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묘비명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이 알려주는 조언을 듣고 똑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자신이 사후에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남은 생은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일손을 멈추고 자신의 묘비명을 그려보는 것도 인생 2막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