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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㉟

이별을 앞둔 선배와의 대화에서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3년 03월 31일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나: 사람이 죽으면 다 끝인데 왜 형은 세상을 이렇게 열심히 사세요?

선배: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면 다 허무해지는 거야. 오래 살면 무슨 소용이 있나, 자식들 짐밖에 더 돼? 하지만 산다는 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얘기 아닌가. 개별적인 모든 삶은 다 소중해. 하지만… 생물학적 진화의 맥락에서 보면 아무리 특출한 사람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40억 년 동안 이어진 지구 생태계 역사에서 겨우 몇십 년 사는 존재가 무슨 뜻을 얼마나 가질 수 있겠어. 사람이든 다른 종이든 개별적 개체는 별 뜻이 없어. 셰익스피어가 없었어도 뒤에 누군가가 비슷한 작품들을 썼을 거고 갈릴레오나 뉴턴이 없었어도 누군가가 그 업적을 대신 이뤘을 거야. 경제도 비슷해. 제너럴 모터스(미국 자동차회사)가 가고 제조공장 하나 없는 애플이 나오잖아. 중요한 건 시장(생태계)이지 개별 기업(개체)이 아니라고.”

“하지만 삶이 생물학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너무 허무하잖아.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삶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이 중요성을 극대화해 행동하도록 진화했어. ‘나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해야 이 혹독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니까 말이야. 개별적 개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물학적 사실과 ‘나라는 존재는 특별하다’는 이 실존의 부조화가 빚어낸 틈새, 이걸 메우는 게 바로 종교지. 나는 신(神)과도 통하는 특별한 존재이고 내세가 있고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허무해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존재의 의미를 알고 있는 지식인들은 지식이 늘어날수록 세상을 뚜렷하게 보게 되고 그럴수록 허무감이 커져. 그래서 나중에 종교에 귀의하는 경우도 많아. 그런데 나 같은 놈은 재수가 없어서 그것조차 안 돼(웃음). 그래서 결국 절망을 택했지. 절망이 가장 스테이블 (stable·안정적)한 상태거든.”

나: 형!절망이 스테이블하다고요?

선배: “응 그래, 과학이 내놓은 증거들이 너무 확실하니 종교에 기대지 못하는 나 같은 불운한 사람에게 절망은 가장 확실한 평정을 줄 수 있다고. 희망엔 불안이 따르는 법이니까 말이야. 나도 남은 날들이 점점 소중해지고 다가오는 죽음이 끔찍하긴 하지만 희망이 없어 기댈 곳도 없다 생각하니 오히려 맘이 편해.”

담담한 심정으로 아우에게 하나라도 더 일러주려는 형의 마음을 잘 알기에 더이상 되묻지 않고 스스로 이해하려합니다.

인생은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라는 나의 의견에 아우 그건 틀렸네. 우리는 매일 새롭게 살면서 단 한 번 죽을 뿐이라네라고 말한 형이 자랑스럽습니다.

형의 생각에 따르면 아침 점심 황혼의 저녁이 일생이 될 수 있고, 다음 날 아침은 새롭게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의 전환이 하루하루를 더 보람있게 살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힘주어 말씀하십니다.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3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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