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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⑲

참된 봉사란 무엇일까요?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3년 01월 02일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베푸는 봉사가 맞을까요?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맞을까요? 활동가로서 늘 마음속에 품었던 의문입니다. ​쪽방촌에는 종종 젊은 분들도 있지만 대체로 연세드신 분들이 많습니다.

젊었을때부터 쪽방촌에 산 분들이 길게는 4, 50년째 살고 있다고 합니다. 왜 일까요? 그동안 정부의 복지정책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수많은 봉사단체와 종교기관들이 쪽방촌을 지원하고 계십니다. 임대주택 제도도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 분들은 쪽방촌을 벗어나지 못할까요?

​돈이 없다는 말씀을하십니다. 맞습니다. 정부에서 주는 기초수급비로 쪽방 월세 내고 나면 하루 만 원 정도로 연명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쪽방촌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수급비를 더 드리면 쪽방촌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더 제공해 드리면 쪽방촌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만일 더 나은 집을 주면 쪽방촌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단언코 그렇지 않습니다. 돈이 있어도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어도 더 나은 집이 있어도 쪽방촌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독지가들이 쌀을 나눠줬고 수많은 기관에서 옷을 나눠줬습니다. 수많은 종교단체에서 밥과 빵을 나눠줬고 정부에서 임대주택도 공급했는데 왜 쪽방촌을 벗어난 경우는 극히 드물까요? 그것은 정책입안자들이 쪽방촌을 잘 모르시기 때문입니다.

돈과 빵과 옷과 집의 부족은 쪽방촌 분들에게는 일상의 불편함일 뿐입니다. 봉사자들이 나누어 주는 밥과 빵이 고맙고 감사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불편함을 잠시 덜어 주는 정도의 감사함입니다. 그 감사함 만으로는 쪽방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그것에 자꾸만 길들여집니다. 봉사자들의 봉사에 길들여지고 받는 것에 익숙해지며 결국에는 감사함 조차도 느끼지 않고 당연함이 되어 버립니다. ​봉사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봉사는 봉사받는 사람 보다는 봉사하는 사람 위주이기 때문입니다. 봉사받는 사람의 기쁨보다는 봉사하는 사람의 기쁨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간 우리가 해 왔던 어깨에 띠 메고 사진찍고 봉사했다는 뿌듯함이 더 큼을 반성합니다.

받는 사람은 불편함을 줄이는 차원인데 주는 사람은 선행의 차원입니다. 차원이 서로 다른 것입니다. 차원이 다르기에 소통이 안 되는 것입니다. 단체로 나눠주는 밥과 빵은 개개인의 입맛을 고려하지 못합니다. 주는 대로 먹으라는 일방통행입니다. 개인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밥과 필요한 때에 맞추지 못하는 빵들이 쪽방의 한 구석에서 썩어가는 것을 보면서 봉사의 방법을 돌아보았습니다.

​쪽방촌 분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빵과 옷과 수급비가 아니라 사람 이였습니다. 쪽방에 계속 사시는 이유는 이웃때문 이였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받을 상처가 두렵습니다. 새롭게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잘못했다고 지적질당하고 게으르고 능력없다고 비난당하고 더럽고 냄새 난다고 투명인간 취급당하고 불쌍하다고 동정만 하기에 싫다는 것입니다. 이웃으로 인정해 주지 않아서 싫다는 것입니다.

가족이 없기 때문에 경제력이 없어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병들었기 때문에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다를 뿐인데 그것을 이유로 이웃에게 차별당하고 비난받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비난과 손가락질이 그분들을 포기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열악하지만 쪽방촌이 더 마음 편하다고 하십니다. 여건이 되지 않아 쪽방에 사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기 두렵기 때문에 쪽방에서 계속 사신다는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우리들의 봉사는 또 하나의 상처가 될수도 있습니다. 봉사받는 분도 봉사하는 우리도 그 상처의 깊어짐을 모를 뿐입니다.

한 사례로 꽃가람누리마을에서 케어했던 중화동거주자 조00이라는 40대의 사례자가 있었습니다.

집은 엉망이였고 두발로 설수 조차도 없었던 분이였는데 불과 2년만에 떨치고 일어나 문밖으로 나왔고 이제 더 힘든이를 위해서 봉사하겠다고 꽃가람에 봉사자로 지원하셨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쪽방촌에 살게 만든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쪽방촌을 벗어나게 하는 것도 사람이 해야할 일입니다. 이분들에게는 이해하고 인정해 줄 친구가 필요합니다. 돈과 밥과 쌀과 집은 그 다음입니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차 마시고 같이 여행하고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라진 삶에 대한 의욕을 찾아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하며 함께 울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쪽방을 벗어나는 분이 없는 것은 쪽방에 있는 분들의 책임이 아닙니다. 쪽방 밖에 있는 우리들의 책임입니다. 세상이 그들을 쪽방으로 밀어 넣었고 사회가 쪽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쪽방 밖에 있는 우리들이 변해야 합니다. 활동가가 변해서 그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입이 하늘이였던 시절은 옛날입니다. 지금 쪽방에 사시는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밥이 아니라 동시대를 함께사는 동반자로의 인정(認定)과 사람과 사람이 느낄수 있는 인정(人情)이 먼저여야 합니다.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빈곤문제연구소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3년 0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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