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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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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30년쯤 된 아파트에 산다. 조용한 한낮이나 밤중에는 윗집에서 살살 걷는 소리는 물론이요. 변기 물 내리는 소리도 들리고 전화벨 소리는 물론 진동 울리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가 하면 새벽 1, 2시쯤 돼서 쪼르륵 쪼르륵 소변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가 변태라도 된 느낌이다. 어쩌다 오밤중에 청소기라도 돌리면 탱크가 굴러가는 굉음에 곤한 잠을 깨우지만 참고 살아간다.
우리 아랫집도 우리만큼 고통을 받고 살 테니 유난 떨지 말자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한번 달아난 잠은 다시 올 줄 모르고, 그래서 뜬 눈으로 나머지 시간을 보내자니 속상함에 투덜거리는 소리가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상한 건 창문을 열어놓지 않았음에도 어디에선가 담배 냄새가 난다. 환풍구 등을 통해서 올라오거나 내려온다는데 애연가들은 담배 냄새가 구수하다고 하지만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우리 가족들은 그 냄새가 몹시 곤혹스럽다.
우리도 한때 층간소음 가해자로 매우 스트레스를 받은 때가 있었다. 아이들이 3살 5살 8살 10살 11살 때 였으니 아무리 뛰지 말라고 야단을 치고 좋은 말로 설득하고 뛰지 않으면 상을 주기도 해봤지만 딱 그때뿐이고 돌아서면 다시 난리가 벌어진다. 아래층에서도 3대가 살아서 마구 뛰는 아이들도 있고 조부모도 계셨는데 이분들이 툭하면 올라와서 화를 내신다. 나중에는 아이들 교육을 잘못시켰느니, 왜 부모들이 가만히 놔두냐는 둥 듣기에 따라서는 매우 불쾌한 언사를 마구 퍼붓고 가신다.
처음에는 미안도 하고 죄송하기도 해서 큰 죄 지은 것처럼 두 손 모아 조아리고 사과에 사과를 거듭했는데 나중에는 우리 아이들이 모두 외출을 하고 아무도 없는데도 올라와서 애들이 뛰어 신경질이 나서 왔다고 하는 데는 참 어이가 없었다. 특히 할아버지는 술만 드시면 찾아왔다. 보다보다 못하신 어머니가 아주 크게 한바탕 역정을 내시자 그 뒤로는 기가 죽었는지 거의 올라오지 않으셨다.
나중에 들은 말이 자기들 손자녀들이 하도 유별나게 뛰고 난리를 쳐서 아랫집 사람들에게 형사고발도 당했다는 말을 듣고 “아, 우리 집에 분풀이로 그리 심하게 하셨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다들 성인이 되어서 모르기는 몰라도 아랫집에 피해를 줄 일은 없다. 그런데 윗집에서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요란한 소리가 났다.
아내는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를 생각해서 아무리 위층에서 소리가 들려도 올라가거나 경비실에 전화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는 작은아들이 중요한 시험 날짜가 며칠 남지 않아서 온 가족이 숨도 크게 쉬지 않고 지내던 때였는지라 과자봉지를 들고 윗집에 갔더니 아이들 왈 “엄마가 축구하고 놀라고 했어요” 하더란다. 아내는 과자봉지를 아이들에게 안겨주며 조용히 해줄 것을 당부하고 왔다고 한다.
그런데 몇 달 뒤 윗집이 조용해지더니 그 집 애기 엄마가 엘리베이터 등에서 만나면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인사를 하는 것이다. 물론 그전에도 서로 인사를 하고 지내기는 했지만, 그분의 태도가 예전과 달라져서 의아해했는데 경비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위층 사람들이 아래층 어딘가로 이사를 했는데 자기 집 아래층 사람들에게 날이면 날마다 항의를 받고 경비실로 고발하고 대판 싸우기도 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니 너무나 공손히 인사를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게는 두 살 네 살 된 손주 손녀가 있다. 주말이면 이 녀석들이 온다. 세상 무엇보다 반갑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래층에 피해를 드릴까 조심스러워서 바닥에 매트를 깔고 살살 다니도록 주의를 주고 또 주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부질없는 바람일 뿐 녀석들은 뛰고 또 뛴다. 어느 날 아래층 부부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아, 죄인도 이런 죄인이 없는 마음으로 아이들 때문에 정말 죄송하다고 우리 부부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으로 사과를 하니 아래층 부인은 오히려 “아이들은 당연히 뛰지요, 아무 걱정도 마시고 아이들 뛰지 못하게 야단치지 마세요. 저희는 정말 괜찮습니다” 아, 아, 이 철철 넘치는 교양과 지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 그분이 짓는 미소를 진정 천사표였다. 요즘은 아랫집에서 윗집에 층간 역 소음으로 복수할 수 있는 도구가 많다고 한다.
층간소음용 고무망치는 원시적이고 140w 정도의 진동을 일으키는 저음역이 강조되는 우퍼스피커를 천장에 밀착해 음악을 틀어놓으면 윗집에서는 옛날 고고장이나 디스코 택 에서 들리는 소음이 전달된다고 한다. 한 발 더 진보된 것으로는 골전도 스피커가 쓰이고도 하는데 진동판을 벽면에 붙여서 우리 집 소음은 줄이고 윗집 소음은 배가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어깨에 걸치는 안마기를 천장에 부착해 위층 소음을 만들었다”라는 내용의 동영상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으며 “화장실에서 쑥을 피우거나 궐련 초를 구입해 불을 붙여 놓아 환풍구로 냄새를 윗집으로 보낸다”라는 기발한 방법도 소개되었다. 하지만 천장에 스피커를 달아 소음을 전달하는 것은 폭행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하니 이에는 이 눈에는 눈보다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자료에 보니 2021년 한국 환경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신고된 민원이 4만 6천여 건으로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공부를 하거나 “홈트”(home training의 줄임말)라며 운동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층간소음 피해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피해자의 반복된 민원이 80%가 넘는다고 한다.
일단 이웃집의 소리에 민감해지면 아주 작은 소음에도 예민해져서 심한 경우 불면증, 우울증, 분노조절장애까지 생긴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말다툼을 넘어 폭력이 행해지고 칼부림이 벌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심지어 아파트 관리소장이 입주민들의 층간소음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불행한 일도 발생했다.
2013, 국민권익위원회 110 정부 민원 안내 콜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88%가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잦은 항의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9%가 된다고 한다. 특히 54%는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다툰 경험이 있는데 말싸움 (44%), 보복(7%), 몸싸움(3%)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웃과 다투지 않고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서 22%가 층간소음 방지용품을 구매했으며 층간소음 고통으로 이사(8%)를 가거나 병원 치료(2%)까지 받았다고 한다.
거주 형태에 따라 아파트 거주자가 93%, 오피스텔 거주자 91%, 연립 또는 빌라 거주자 88%, 기타 거주자 82%, 단독주택 거주자의 52%가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 경험이 있다고 한다. 층간소음 발생 원인으로는 아이들의 뛰는 소리(36%), 가전제품 소음(18%), 성인의 걷는 소리 (16%), 악기연주(9%), 문 여닫는 소리 (9%) 등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6%는 층간소음 발생 시 참는다고 했고 방문해서 부탁(25%), 경비실에 항의(19%), 방문 후 항의(9%)로 나타났고, 경찰이나 관계기관에 신고하는 비율은 1% 미만이었다.
층간소음 문제해결로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방지기준 강화(40%), 생활 예절 홍보 강화(20%), 공동주택 자율규정 마련 (13%), 벌금, 과태료 등 처벌 강화(10%) 어린이들 대상의 층간소음 예방 교육(9%)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및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피해조정 서비스 강화(8%)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한편 44%는 저녁 9시부터 밤 12시 사이에 층간소음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고, 밤 12시부터 새벽 6시(38%), 저녁 6시부터 9시(10%) 순으로 조사됐다.
어느 글에서 보니 아이들이 너무 뛰고 난리를 쳐서 작은 빵 봉지를 들고 아랫집으로 사과하러 가니 할아버지 혼자 사는 집, 할아버지는 오히려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에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이고 그것이 삶의 기쁨이니 괴념치 말라고 했다고 한다. 사회의 또 하나의 어두운 단면이지만 오히려 피해자에게 즐거운 일이 되었으니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층간소음 문제는 범국가적인 문제가 되었다. 위의 이야기 같은 일은 거의 없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층간소음 문제가 더욱 예민하게 대두되는 것이다. 미덕이라고 생각해서 참고 이해하면서 지내라고 하기에는 사회적인 파장이 너무 크다. 오죽하면 다툼의 단계를 넘어 살인사건까지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 모두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매우 필요한 때이다.
박 창 진/ 사회복지학 박사, 사회복지법인)이웃과 함께 대표이사, 사회복지법인)기쁨 주리 대표이사, 꿈이 있는 마을 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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