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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 아스타 마냐나(Hasta manana)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2년 02월 19일
 
ⓒ 포천신문  
“아스타 마냐나(Hasta manana).”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원뜻은 ‘내일까지’인데 ‘내일 봅시다’ 또는 ‘일은 내일 하면 어떤가’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아르헨티나에서 살았던 한 지인은 말한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골치 아픈 일 얘기가 나오면 ‘아스타 마냐나’라고 말하면서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우리의 격언과 너무 대비되는 말이다. 그저 말 한마디일 뿐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그 말 한마디에 담긴 국민의식(國民意識)과 지도자의 국정철학(國政哲學)이 나라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 가르고도 남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 10대 부국이었다. 1913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중남미 최초의 지하철을 건설할 정도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당시 후안 페론 대통령 부부가 주도한 페로니즘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페론은 노동자·빈민의 인기를 얻기 위해 외채 동원과 화폐 발행을 통해 임금인상과 무상복지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뒤 아르헨티나는 군부 정권과 페론주의·반(反)페론주의 민간정권이 회전문식으로 돌아가며 정권을 잡았으나 페로니즘 중독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9차례 국가부도를 선언하고, 20차례 넘게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했다.

우리나라 대선도 포퓰리즘 노름판이나 다름없다. 파이 키우기보다 파이 나누기에만 주력하는 형국이다. 한편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승부수로 꺼내니까 반대편에선 ‘자영업자 손실보상 수십조 원’으로 맞불을 놓는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 아닌가. 포퓰리즘의 진원지는 기본소득이다.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기본소득을 나눠주자는 것이다. 그리 되면 어찌되겠는가. 국가 재정 악화는 물론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게 된다. 그러잖아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국가 부채 비율이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기본소득까지 도입하면 나라 곳간은 어찌 되겠는가.
 
‘망국으로 가는 열차’를 타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포퓰리스트의 ‘달고나’ 공약에 현혹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특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위정자들은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떤 이야기가 진행 중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곱씹어봐야 한다. 어찌해야 하는가.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세종대왕을 보라. 세종대왕은 한글만 창제(創製)한 것이 아니다. 부국(富國)에도 힘썼다. 세종은 생산성 향상에도 많은 성과를 보였다. 먼저 재배 면적 확충에 힘썼다. 그 결과 조선의 토지대장인 양안(量案)에 따르면, 조선 전 시기를 통틀어 재임 기간에 가장 넓은 재배 면적을 확보했다. 그만큼 파이를 키운 것이다.
 
또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 땅에 맞는 농서인 [농사직설(農事直說)]을 편찬했다. 당시 사용하던 농서는 중국에서 들여온 것들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많았다. 세종이 우리의 달력인 칠정산(七政算)을 만들고 측우기(測雨器)를 발명한 이유 또한 그러하다. 명확한 우리나라 고유의 작물 재배 시기와 강수량을 측정해 농업에 활용하기 위한 애민(愛民) 배려 정책이었다.
 
생산성에만 힘쓴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실천하기 어려운 수준의 복지정책을 입안해 집행하기도 했다. 관비들에게 파격적인 수준의 출산휴가를 부여한 것이다. 관비들의 출산 휴가는 7일밖에 되지 않았으나 세종은 이를 100일로 늘렸다. 출산 전 한 달가량의 휴가도 부여했다. 산전·산후 총 130일의 출산휴가를 허용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관비의 남편에게도 출산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 달의 휴가를 준 점이다. 2007년에서야 도입된 ‘배우자출산휴가제도’를 무려 600여 년 전에 시행한 것이다. 어찌 해야 하나. 아르헨티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하루 속히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신 차려야 한다.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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