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피오트(Talpiot)는 히브리어로 ‘최고 중 최고’라는 뜻이다.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전문장교 양성 프로그램의 명칭이기도 하다. 1970년대 도입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만여 명의 지원자 중 50여 명을 선발한다. 합격하면 대학 4년 과정을 3년 안에 마치고 장교로 임관해 3년간 전공 분야 업체에서 근무한다. 제대 이후 취업 회사는 자유다. 정부는 제대 후 창업자금까지 지원한다. 세계 최초로 방화벽을 만든 ‘체크포인트’의 창업자 길 슈웨드(Gil Shwed)가 대표적 인물이다. 배터리 교환 방식의 전기차를 개발한 ‘베터 플레이스’ 지불 보안업체인 ‘프로드 사이언시스’도 탈피오트 출신이 만든 벤처기업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선 투잡(Two job)이란 말이 보편화 되어 있다. 직업을 두개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의미하는 바는 다르다.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그리하는 것이지만 이스라엘은 그게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군대생활(軍隊生活)이다. 물론 그들도 병역(兵役)이 우선이다. 나라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국방의무를 다하는 한편 사회에 나아가 유용(有用)하게 쓸 수 있는 기술을 배운다. 여가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공부를 한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취미로 그리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그리하는 것이다. 제도화(制度化) 되어 있다. 탈피오트가 바로 그렇다.
“한국 사람들도 서로 처음 만나면 ‘군대 어디 갔다 왔냐’고 묻지 않아요? 이스라엘도 똑같습니다. 근데 이 ‘군대’라는 게 창조경제의 보고입니다. 그냥 시간 때우는 곳이 아니에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결과는 달라지게 마련이죠.” 주한 이스라엘 대사의 말이다. 우리는 어떤가? 군대를 허송세월(虛送歲月)하는 곳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아니 머리를 썩히다 오는 곳으로 생각지 않는가. 생각의 차이이다. 사고방식(思考方式)의 차이디. ‘창조경재의 보고(寶庫)’라고 생각하는 나라의 사고방식과 ‘허송세월 하다 오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의 사고방식은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창조경제’가 국가적 화두(話頭)로 회자(膾炙)되면서 이스라엘이 창조경제의 표본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국민들은 창조경제의 실체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자 “처음엔 우리도 그랬다”며 쿠트만 대사는 웃었다. “창조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시스템이 변해야 하고 국민들의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절대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한국 사회도 변하고 있고, 부모 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이스라엘이 그랬듯, 첨단 기술에 개방적 성향이 강한 이들 세대가 결국 한국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이스라엘의 제도를 본뜬 ‘과학기술전문사관’ 제도가 있기는 하다. 2014년에 생겼다. 이공계 분야 대학 2학년 대상으로 선발한다. 전액 장학금은 물론 연간 500만원의 전문역량개발비도 준다. 졸업 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3년간 근무하며, 석·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누구나 군대에 간다. 엄청난 인적자원(人的資源)이다. 그것도 명석(明晳)한 두뇌를 지닌 우수한 자원이다. 물론 국방의 의무가 우선이다. 그렇다고 시간만 보내면 된다는 식으로 허송세월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국가적 손실이고 인적자원의 낭비다. 제대 후에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아니 생각을 바꿔야 한다. 병역만 필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들을 창조경제의 역군(役軍)으로 탈바꿈시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스라엘처럼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꿈을 실현시켜나가도록 해야 한다. 하나의 업(業)을 놓고 두 가지 일[事]을 동시에 병행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남이 하나할 때 우리는 둘을 해야 한다. 국방 의무와 동시에 창조경제의 일원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