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버이날 즈음하여 일부 어린이집에서 사진으로 찍은 명품 가방을 카드나 감사 편지 겉면에 인쇄하여 학부모들에게 선물하도록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개중에 아버지에게는 고급 외제 승용차 모형도 등장했다고 하는데, 이런 행사는 어린이집마다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선물을 받은 부모들의 반응을 보면 “재미있었다”던가 “빵 터졌다.”라고 하기도 하고, “유아를 상대로 한 교육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명품이 효도의 대명사는 아니다”라는 반대 의견도 있는가 하면, “교사들의 직업윤리가 부족하다“는 질책도 있었고, ”명품에 미쳐버린 나라 답다.“라는 다소 과격한 지적도 있었다. 반면, ”깜짝 이벤트일 뿐인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거 아닌가?“”이게 이렇게까지 비난 받을 일인가?“라는 입장도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일수록 선생님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버이 날을 맞아 좀 더 기억에 남도록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 보려는 의도는 십분 이해가 가지만 명품 브랜드를 주고 받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유아기 아동들의 뇌리에 깊숙이 자리 잡을 것이고 결국 물질만능주의라는 안타까운 인성이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부모에게 드리는 선물이 명품 가방이나 밴츠 자동차처럼 값이 비싼 것일수록 더 많이 기뻐한다는 의식을 심어 주어서는 안 된다. 명품보다는 꽃 한 송이라도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주고받는 교육과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을 달구었던 영상이 하나 있었는데, 미장원에서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기의 몸 위에 명품 가방이 놓여져 있고,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머리를 다듬고 있는 장면이었다. 덧붙인 글에는 연약한 아기 몸을 짓누르고 있는 가방 때문에 받았을 정신적 스트레스는 평생 아가를 괴롭힐 수도 있다는 것과 이런 행위 자체가 아동학대로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사진이 흐릿하여 명확하게 판명하기는 어려웠다. 아무튼 명품이 우상이 되었고 그 열풍 안에 물들어 가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문제는 기초체력을 가지고, 학업에 열중하며 인품과 인격을 배우고 익히고 다져나가야 할 십 대들까지 명품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어려운 집 한 달 생활비에 맞먹는 노스페이스 광풍이 불었었다. 당시에 이 옷을 입지 않으면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왕따를 당하였고, 부모들은 자신의 용돈을 아끼고 알바를 해서라도 자녀에게 입혀주었다. 그때 생긴 말이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뜻의 “등 골 브레이커”라는 말이 생겼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나이키나 아디다스 정도는 분에 차지도 않는다. 신발만 해도 60만 원을 넘는 스니커즈 정도는 신어줘야 소위 친구들 사이에서 먹어준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기댈 수 없는 아이들은 몇 달 씩 아르바이트를 해서 명품 지갑, 외투, 혁대 등을 구입 한다.
십 대들 사이에서는 “명품을 쟁취하지 못하면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명품 선호 경향은 대중매체의 영향이 크다. 유튜브만 틀면 명품 백 하울(haul video, 구매한 물건을 품평하는 영상). 명품 언박싱(unboxing, 구매한 상품을 개봉하는 영상) 등이 난무하고 자기들끼리 SNS를 통해 명품을 자랑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멋있어 보이고 나는 그들 보다 쳐지는 느낌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같은 것을, 아니 그것보다 더 비싼 것을 구입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또 내용보다는 패션 때문에 인기가 있는 TV 학원 드라마 “여신 강림”에서는 주인공이 교복 위에 톰 브라운이나 입생로랑 같은 명품 옷을 겹쳐 입고 나온다. 그런가 하면 청소년들의 우상인 블랙핑크, 방탄소년단, 엑소, 아이유 등의 아이돌 스타들이 명품을 착용하고 활동하는 걸 보며 “모방하면 할수록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과 동일시 된다“는 착시현상도 한몫하는 것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명품 소비는 일종의 “또래문화”가 됐다. 수개월씩 공부도 팽개치고 밤잠도 못 자면서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을 명품을 사는데 탕진하는 것이다. 게다가 돈을 모으는 게 여의치 않으면 교실에서 친구의 명품절도나,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설 불법 도박,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까지 서슴치 않는다고 하니 분수에 맞지 않는 과소비로 인해 자칫 시작도 하기 전에 인생 전체가 꼬여버리는 불행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명품에 마음을 뺏기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긴다. 서울 청담동에 중고명품업체 이 모 대표가 명품 에르메스 가방을 “팔아달라고 맡긴 물건은 비싸게 팔아주고 살 사람에게는 싸게 사주겠다.”고 손님을 모은 뒤 돈과 물건을 몽땅 챙겨 잠적했다. 이 대표는 거래를 통해 알게 된 재벌, 고위 공직자, 연예인 등 100여 명에게 1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혔다. 피해를 당한 사람들 상당수는 구설에 오르내리는 것이 두려워서 고발도 못 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진짜가 아니면 짝퉁이라도 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가짜 명품도 판을 친다. 2018~2000년, 3년간 온라인 짝퉁 판매 중 21만 8천 건이 적발됐다고 한다. 언제라도 인터넷을 치면 가품을 구하기는 아주 쉽다. 어떤 이들은 더 진짜 같은 가짜를 구하기 위해 홍콩으로 원정을 가기도 한다. 아주 가짜로 살기로 작정을 한 것 같다.
인간 명품이 되자. 온통 비싼 것으로 포장을 했다고 해서 사람이 명품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허기진 자신의 인격과 인품을 그렇게 메꾸려는 행위로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명품인가? 재물이 많고 학식이 높지 않아도 인간 명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그런 분들이 아주 많다. 사랑이 전제된 봉사, 나눔, 배려, 존중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 길을 가다가 손수레를 밀고 가는 노인을 보면 차를 타고 가던 길을 멈추고 내려서 언덕배기 위까지 밀어주고 오던 사람 ▪ 시골길에서 아이들 다친다고 유리 조각을 줍던 노인 ▪ 한 달에 한 번 쉬는 날 사회복지시설에 가서 자장면 봉사를 하는 주방장 ▪ 휴가를 내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을 녹음하는 직장인, ▪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이 셋 달린 삼십 대 여인의 손을 잡고 흐르는 눈물을 언제까지라도 받아주던 낯 모르는 아주머니
생각과 눈빛과 행동이 겸손하고 따듯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인간 명품”이지만, 하나님의 사람들은 진정한 명품들이다.
박창진 / 사회복지학 박사, 사회복지법인 ”이웃과 함께“ 이사장, 꿈이 있는 마을 원장, 한국문인협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