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공지능과 로봇 인공지능은 어떤 정보를 받아서 해석하여 결과를 출력하는 정보처리 차원의 문제다. 어떤 입력을 어떻게 처리해서 주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얼마나 정확한지, 얼마나 우수한지 등의 사안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자동 설계하는 인공지능이라면 어느 정도까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내구력을 얻을 수 있을지가 중요할 것이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정보로 시작해서 정보로 끝나는 분야이므로 로봇의 기계적인 요소와는 무관하다.
반면에 로봇은 전형적으로 기계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로봇용도를 고려해 어떤 부위를 어떻게 제어해서 어떤 식으로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기계시스템을 빠르고 정확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어떤 기계적인 성과를 거둘지가 중요한 과제이다.
예를 들어 팔에 모터를 장착한 인간형 로봇이라면 그 모터와 모터를 움직이기 위한 동력을 효율적으로 제어하여 가능한 정확하고 빠르게 목표한 각도로 팔을 움직여주어야 할 것이다. 사람이야 오랜 기간 진화를 통해서 별 생각 없이도 손쉽게 팔을 움직일 수 있지만, 어떤 기계를 물리적으로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은 상당한 난이도가 있는 공학기술이다.
왜냐하면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정확한 양으로 공급하거나 빼야 되는데다가 기계를 움직이는 경로에 사소한 장애물이 있을 수도 있고 그 기계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필요한 힘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인간은 발에 돌이 걸려 넘어질 때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팔을 땅에 짚게 되는데 로봇은 이런 동작을 일일이 생각을 거쳐서 행동하려들면 뭘 해보기도 전에 넘어지게 될 것이다.
현존하는 모든 로봇들은 무척 복잡하고 정교한 움직임과 자세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움직임은 모두 고도의 제어공학과 각종 센서(Sensor) 알고리즘을 인간이 응용하고 설계하여 만든 것이며, 조종도 전부 인간이 한다.
홍보 영상에 등장하는 모든 로봇들의 움직임에 인공지능이 관여하는 부분은 없다. 인공지능이 없는데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인간형 로봇을 예를 들어보면 걷는 방법 자체는 다리를 뻗어서 발로 땅을 짚고 다시 반대쪽 다리를 뻗어서 다시 땅을 짚는 행위의 반복이다.
여기서 무게중심이나 전방의 장애물, 땅의 형태 따위를 센서(Sensor)로 읽어보고 명령을 받아 필요한 동작 등을 계산해서 조정하여 진행하게 된다. 현존하는 온갖 자동화 기기들은 이런 식으로 팔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행위가 정보처리와 계산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분명히 지능이 필수가 아닌 자동제어의 영역일 뿐이다.
즉 복잡한 정보와 대량의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는 일과 어떤 복잡한 기계체계를 컴퓨터를 이용해 고도의 자동화 알고리즘으로 가동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은 지능을 필요로 하는 문제라기보다는 기계적인 문제에 가깝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매우 힘든 일이다.
인간이 팔과 다리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도 팔 다리에 있는 수십 수백 개의 크고 작은 근육들이 정교하게 협동함으로써 가능한 것인데 이렇게 로봇 따위는 갖다 댈 수도 없을 만큼 복잡한 신체를 달리 의식하지 않고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신체제어만 전담해서 자동으로 처리하는 소뇌(小腦)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조차도 대뇌(大腦)가 감당하기 힘들어서 신체 제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부위가 따로 있는데 하물며 기계는 어떻겠는가?
즉, 알파고와 같이 컴퓨터 안에서만 돌아가는 인공지능도 존재하고, 단순 알고리즘과 제어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이는 협업로봇이 존재하듯이 이들은 서로 긴밀하게 묶여있는 분야가 아니고 상호보완의 관계다. 현실에서는 인공지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으며, 분야마다 제각기 강점과 약점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