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사회는 마치 추리소설의 한 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묘한 사건을 접하고 있다. 더구나 몇 달이 지나도록 해결은커녕 오히려 풀리지 않는 의혹의 늪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22살인 김모씨는 2018년 3월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딸을 낳았다. 그런데 산부인과 혈액검사 기록에는 김씨 (BB형)와 그의 전 남편 (AB형)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AO형이 아기의 혈액형으로 적혀있다. 그 후 아기의 부모는 헤어졌고 엄마인 김씨는 2020년 8월부터 6개월 동안 빈집에 방치해 딸인 보람양이 미이라 상태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로 인해 살인 및 아동수당법, 영유아 보육법, 아동 수당과 보육수당을 부정하게 타낸 혐의등의 법 위반등으로 3월 12일 구속됐다.
그녀는 검찰 조사에서 전남편과 아이가 보기 싫고 재혼과 육아의 귀찮음 등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한 달가량이 지나서 나온 유전자 검사에서 숨진 아기의 친모가 김씨가 아니라 김씨의 친 어머니인 석모씨로 밝혀지며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석씨는 그동안 숨진 아기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친모로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석씨가 딸과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한 뒤 두 아기를 몰래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3월 11일 구속했다. 석씨는 지난 2월 9일 딸인 김씨 집에서 아기의 주검을 발견한 뒤 이불과 종이 박스 등을 가져다가 땅에 묻으려 한 혐의다. 그러나 석씨는 두려움 때문에 아기를 유기하지 못했다. 석씨는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이 석씨를 숨진 아기의 친모로 보는 이유는 국립과학수사원 본원에 의뢰한 DNA 검사 결과 석씨와 아기의 친자확율이 99.9999%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4번씩이나 검사를 했는데 모두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반대로 딸인 김씨와 숨진 아이의 DNA를 대조한 결과 어느 정도 비슷하기는 하지만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석씨는 계속 자기는 출산한 적도 없고 그러니 DNA 검사 자체에 오류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승재현 한국 형사 정책연구원의 말에 의하면 DNA가 같을 수 있는 확률은 70조 분의 1이라고 한다. 전 세계 인구가 60억 명 정도 되니까 DNA가 같은 사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법원에서도 DNA가 같을 경우 증거의 불문율로 받아 들여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석씨는 완강하게 사망한 아기는 자기가 낳은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경찰은 숨진 아이의 친부를 찾기 위해 석씨가 지목한 두 명의 내연남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했으나 친자관계가 나오지 않았으며 석씨의 남편도 유전자 불일치로 판명되었다. 석씨와 그의 남편은 두 사람 모두 초혼으로 결혼 후 지금까지 계속 같이 살고 있다고 한다.
석씨의 남편 김모씨는 석씨의 “임신과 출산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DNA 검사의 오류이거나 경찰의 수사 부실에 따른 것이라고 강하게 항변하고 있다. 남편 김씨는 TV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현해 “아내가 3년 전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라고 하며 3년 전 석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출산했다는 시점의 한 달 반전 모습인데 만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집사람은 절대로 출산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몸에 열이 많아 집에서는 민소매를 입고 있는데” 내가 임신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속수감 된 아내 석씨가 보낸 편지도 공개했다. 편지에는 ”있지도 않은 일을 말하라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 진짜로 결백해, 결단코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어“라고 했다. 그러나 DNA 검사의 오차 확률이 1조 분의 1 이하이며 국과수 유전자 검사가 틀렸을 확률은 사실상 ”0“이라고 본다는 국과수연구소 관계자의 말에 경찰은 더 신뢰 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석모(48)씨가 딸 김모(22)씨가 출산하기 3~4일 전에 먼저 출산한 뒤 두 신생아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과수의 혈액형 결과와 김씨가 낳은 아기의 출생 신상이 기록된 발찌가(인식표) 풀려 있는 것, 또 석씨가 사용한 컴퓨터에서 ”셀프 출산“등이 검색된 기록등을 근거로 산부인과에서 바꿔치기 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석씨 측은 ”신생아의 경우 항원력이 약해 혈액형 검사에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석씨가 ”두 번의 출산을 제왕절개로 했기 때문에 만일 3년 전 세 번째 아기를 낳았다고 해도 자연분만이 어려워 출산 3~4일 만에 걸어 다닌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 하다.“라고 말한다. 또 ”신생아 발찌는 자연스럽게 풀린 것일 뿐 누군가 고의로 풀거나 끊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출산한 산부인과의 당시 아기를 받아낸 의사와 간호사 등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고 프로 파일러까지 3명을 투입하는 등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로파일러란 용의자의 심리적 안정등을 유도하고 성격, 행동유형 등을 분석해 범죄행위를 찾아내는 범죄심리분석요원으로 일반적인 수사기법으로는 해결되기 힘든 연쇄살인사건 등의 수사에 주로 투입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경찰이 혈액형의 오류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식 수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사건의 핵심은 경찰이 주장하는 데로 죽은 아기가 석씨의 딸이 맞는지, 아니면 석씨와 그 가족들의 강력한 부인대로 검사의 오류인지, 만일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 한 것이 맞다면 석씨의 딸 김씨가 낳은 아기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다. 경찰의 주장대로 석씨가 딸인 김씨 몰래 아이를 바꿨다면 김씨 아이는 행방불명된 것이다. 사라진 아이는 다른 사람의 자녀로 입양되었는지 아니면 출생신고도 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 아이조차도 아직 밝혀지지 않는 이유로 숨졌을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석씨와 김씨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사라진 아이를 찾지 못한다면 증거 불충분으로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는 것은 무죄가 되고 이 사건은 미제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석씨와 그 가족들이 계속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것에 대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석씨의 딸인 김씨가 낳은 석씨의 외손녀의 행방을 찾지 못하면 누구에게도 그 아이에 대한 어떠한 형사적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한다.
경찰의 추정대로 석씨가 아이를 낳고 바꿔치기 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범죄를 감추기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즉 석씨 자신이 바꿔치기한 손녀를 불법적으로 유기하고 사망에 이르게 했거나, 또는 해외 등 다른 곳으로 입양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지금까지 이 사건의 예로 봐서 우리가 상상가능한 범위 외적인 천인공노할 일들이 밝혀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석씨의 남편도 그런 일들에 공모 또는 협조자 일수도 있기 때문에 석씨의 출산 자체를 강력부인하고 있다고 본다. 경찰은 없어진 아이를 찾는 것이 모든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다고 보고 석씨가 출산할 때 일반 산부인과를 이용하지 않고 산파에게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여 구미시와 공조해서 산파와 위탁모등을 수소문하고 있으며 읍·면 동장 등에게도 적극 협조를 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라진 아기가 숨졌을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 2년간 변사체로 발견된 영아사건을 모두 재검토하고 있으며 숨진 아이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보육원등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도 탐문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경찰이 석씨가 아기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첫째, DNA 검사 결과이다. 둘째, 발찌, 즉 출생신상이 기록된 인식표가 2018년 3월 당시 딸이 낳았던 아기를 돌보면서 석씨가 찍은 사진 중 끊어진 인식표를 아기의 머리맡에 두고 있는 사진을 찾았다. 경찰은 이를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와 딸인 김씨가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증거로 삼고 있다. 게다가 딸인 김씨의 전남편은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신생아 발찌가 풀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셋째, 셀프 출산 및 의류 구입, 석씨가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셀프출산에 대하여 검색한 자료가 나오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여러개의 육아용품과 임산복에 가까운 옷들을 주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넷째, 석씨는 2018년 초에 직장에서 휴가를 낸 것을 두고 이때 출산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이 아이가 바뀌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석씨의 딸 김씨가 출산한 산부인과 측에서는 ”매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병원측은 ”우리도 미칠 노릇이다. 아이가 바뀌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매일 아기들을 검사 확인한다“며 경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서 ”산부인과 간호사들은 탯줄을 잘라 낸 신생아의 배꼽으로 세균이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한다. 배꼽에 붙은 탯줄은 통상 2~5일 후에 자연스럽게 떨어지는데, 간호사들은 배꼽 상태만 봐도 신생아 바꿔치기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석씨가 딸과 이틀 이내 차이로 출산한 경우라면 간호사들이 놓칠 수 있지만, 그 이상 차이가 나면 배꼽의 탯줄 상태로 신생아가 바뀌었나?“라며 의문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의 바꿔치기 시기나 장소가 틀릴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는 석씨의 휴대폰을 검색했으나 지난해 말 휴대전화를 바꾼탓에 최근 1년 치 통화기록만 확보할 수 있고, 실제 수사에 필요한 3~5년 된 통화기록과 메세지 등은 당시 사용하던 휴대폰이 있어야 가능하다. 석씨측은 경찰의 모든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욱더 엽기적인 범죄는 향후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것은 온전히 경찰의 수사력에 달려있다.
한편, 딸 인줄 알았지만 동생으로 판명된 아기를 방치하여 숨지게 한 석씨의 딸 김씨는 5월 9일 징역 25년 이 선고 되었다. 메스컴은 연일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설(說)일 뿐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우리는 이 자극적인 사건을 그저 자극적으로 소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아동학대로 시작되어 어디까지 갈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이 사건이 제2, 제3의 모방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끝까지 주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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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월이 되었다. 딱 1년 전 아동학대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다시 비슷한 내용을 써야 하니 마음이 정말 착잡하다.
우리 모두의 가슴을 너무나 아프게 했던 ”정인“ 양의 학대 사망 사건 이후에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대폭 늘었다고 한다. 이제는 아동학대가 ”남의 가정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 이다“라는 인식이 높아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2021년 5월 5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신고건수는 2016년 1만 830건, 2017년 1만 2619건, 2018년 1만 2853건, 2019년 1만 4484건, 그리고 2020년에는 1만 6149건으로 직전 해보다 11.5%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매우 적어서 2019년 신고 건수는 1만 4484건이었는데,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전체 피고인 220명 중 33명(15%)이다. 그 외에 집행유예(43.6%), 벌금형(17.7%) 등으로 가볍게 처벌받았다.
안타깝게도 친부모들이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이다. 2019년 총 3만 45건의 아동학대 중 친부모가 가해자인 경우는 2만 1713건(72%)에 달했으며, 같은 해 숨진 아동 53명 중 46건 (87%)이 친부모였다. 가장 사랑받고, 보호해 주어야 할 대상으로부터 당한 비극이다. 지난 1월 8일 친권자의 폭력 정당화 수단이 되기도 했던 ‘자녀 징계권’을 삭제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또한 3월 30일부터는 즉각 분리 제도가 시행되었다. 그동안에는 재학대의 위험이 급박하거나 현저한 경우, 피해 아동의 보호를 위해 아동학대 처벌법 제 12조의 ‘응급조치’를 통해 분리보호를 해왔으나, 응급조치 후 보호 공백이 발생하였거나 재학대 우려가 강하여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 지자체의 보호 조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재해 아동을 분리하여 임시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시설에서도 4월부터 한 아동을 같은 이유로 보호하고 있다.
문제는 가해 부모들이 자녀와 강제 분리되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다.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때리거나 머리가 터지고 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구타를 한 것을 훈육이라고 강변하며 남의 가정의 일을 왜 타인들이 끼어드느냐고 항의를 한다.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이 2019년 53명이나 됐다. 가정사라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문제를 일으켰던 부모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간다. 2019년 전체 피해아동 3만 45명 가운데 2만 526명 (83.9%)가 원가정으로 복귀했다.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위험요인이 완전히 해결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폭력은 습관화되고 대물림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4월 친엄마의 상습적 폭행으로 8개월 된 아기가 숨졌다. 친엄마는 아기를 주먹으로 때리고 바닥에 내던지는 등의 폭력으로 아기는 뇌의 75%가 손상됐다고 한다. 이유는 “소변을 보고 칭얼거렸기 때문“이라고 했다니. 정말 비정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5월 9일 입양한 두 살 된 딸을 학대하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아버지가 경찰에 체포됐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어린아이를 골프가방에 집어넣어 가둬놓고 짓밟아 숨지게 하고는 죽을 줄은 몰랐다고 하는 악마들이 도처에 있음을,
올해는 아흔아홉 번째 맞는 어린이날이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만든 세상에 살아가지만 어린이는 어른들이 마련해 놓았다는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 200번째쯤 되는 어린이날에는 과연 아동학대가 사라질까?
박창진 / 사회복지학 박사, 사회복지법인 ”이웃과 함께“ 이사장, 꿈이 있는 마을 원장, 한국문인협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