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이렇게 무서운 여자들이 있는 줄은 몰랐다. 매일 늦게 자고 늦잠을 자던 지인이 최근 1년 동안 11시 이전에 잠이 들어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2시간씩 독서를 한다고 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책을 읽고 시를 낭송하는 모임이 있으니 참석하라고 했더니 4시 반이면 너무 늦은 거 아니냐고 반문을 했다. 코로나로 우울할 것 같은 요즘, 그 분은 책 두 권을 동시에 쓰느라고 정신이 없단다. 그 분의 신앙은 “노력”이라고 했다.
필자는 일요일 저녁에 줌(ZOOM0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한다. 참여하는 유료회원들끼리 두껍고 어려운 책을 돌아가면서 읽고 토론을 하는데, 몇 달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지방에 갔다 오는 길이라고 하면서 남편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줌으로 강의를 듣기도 하며, 방금 도착했다면서 땀을 흘리며 인터넷으로 참석하는 분도 있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들어와서 기다리는 분도 있고, 90분 토론이 짧으니 토론시간을 좀 더 길게 하자는 사람도 있다.
신문의 칼럼을 필사(筆寫)하는 모임이 있다. 좋은 글을 베껴 쓰면 좋은 어휘가 기억되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몇 달 째 빠짐없이 필사하는 분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호주에 사시는 분은 단체 카톡방에 자주 들러, 필사한 자료를 올려 주시고, 해외에서 보고 겪는 "좋은 의견"도 전해 주신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하고, 불안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이 때, 또 다른 칼을 갈면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는 분들이 있다.
지하철에는 휴대폰을 들고 게임을 하거나 신문이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간혹 불편한 자세로 서서 책을 읽는 분들이 있다. 지하철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서도 책을 읽는 사람이 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면서도 책을 놓지 않는 분들이 있다. 광화문 지하도 가운데에 헌 담요를 깔고 비스듬히 누워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고, 파고다 공원 담벼락에서 바둑이나 장기를 두면서 소주 병을 흔드는 사람이 있는 시간에 광화문과 종로근처 서점에는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책을 고르는 노인들도 있다. 곁에 다가가니 흘깃 쳐다보면서 웃으신다. 책을 읽는 어른은 왠지 달라 보인다. 뭐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다르다.
책을 읽거나 독서를 하는 게 남녀의 문제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모임에 여성들이 훨씬 많다. 남성들은 바깥일로 워낙 바쁘니까 그렇겠지 하면서 이해를 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은 걸 안다. 책 읽는다고 당장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출세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TV 드라마와 트롯에는 관심도 없고, 부단히 책을 읽으며 자기수양을 하고 교양을 쌓는 분들을 뵈면 존경스럽고 사랑스럽다. 요즘도 매주 두세 편의 칼럼을 쓰시는 102세의 김형석교수님은 “참으로 성공한 사람이란, 인생 전체를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이라고 정의하셨다. 주변에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계신 분들이 많은 걸 보니 필자인 나도 실패한 인생은 아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