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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희 칼럼] 오디세우스보다 더한 이산가족의 한(恨)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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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몇분과 술잔을 나누며 한(恨)맺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이 글을 써본다.

10여 년 동안 끌어오던 트로이성과의 전쟁을 목마로 함락한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귀국을 서두른다. 그러나 오디세우스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 키클롭스 폴리페무스의 눈을 찔러 장님으로 만들어 포세이돈의 미움을 사서 온갖 역경을 격게된다.

폭풍과 해일, 조난과 표류, 식인종 섬에서의 유폐 , 외눈괴수와의 사투, 망각의 술과 사이렌요정의 유혹, 마녀와의 사랑과 탈출 등 20년의 모험과 유랑 끝에 고국땅을 밟는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그리던 20년 전의 고향이 아니었다. 아내 페넬로페는 그녀와의 혼인으로 왕위를 차지하려는 악한자들의 등살에 마음편한 날이 없었다. 그러자 페넬로페는 시아버지의 수의를 다 지으면 구혼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뒤 낮에는 옷을 짜고 밤에는 다시푸는 계교로 재혼 약속을 하루하루 미루어 나가는 형편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짐짓 거지로 변장하고 궁정에 나타나지만 아무도 그를 알아채지 못한다. 늙은 사냥개만이 옛주인을 향해 힘겹게 꼬리를 몇번 흔들고는 쓰러져 죽었다.

그의 발을 씻기던 유모조차 허벅지의 상처자국을 보고서야 거지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철저한 비밀작전으로 악한자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를 끝내고 오디세우스는 본 모습을 드러냈으나 아내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고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의 침대는 땅속깊이 뿌리내린 생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데로 옮길 수 없다는 둘만의 비밀을 밝히자 아내는 남편을 알아보고 그의 품으로 안긴다. 우리에게는 3천 년 전의 이 서사시보다 한층 더 기구하고 처절한 "20세기 오디세우스"의 실화가 허다하다.

20 여 년 전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때의 일이다.
서울 상대의 전신인 경성고상 출신인 정순택 청년은 해방정국의 혼란에 좌절한 나머지 월북을 결행한다. 북에서 외빈 접대와 경리업무를 돕던 그는 1958년 남파 밀령을 받았으나 임신 4개월의 아내한테 차마 사실을 알릴 수 없어 모스코바로 유학을 간다고 속이고 남파된다.

그러나 서울 잠입 후 접선도 하기전에 붇잡혀 31년을 감옥에서 보낸다. 남한 체제에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무죄이기는 어렵다. 다만 자의로 저지른 죄가 아니라는 참작이 있을 뿐이다. 장기수 북송 희망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그 두려울 42년 만의 부부 상봉을 끝으로 79세의 남은 반생애 더는 설음이 없기를 바랄뿐이었다.

1950년 충북 청원의 유순이 새댁은 인민군에 끌려가는 남편에게 임신 3개월 이란 사실을 숨겼다. 먼 길 떠나는 지아비 한테 걱정을 끼치면 안된다는 대대로 듣고 배운 조선 아낙내의 서글픈 도리 때문이었다. 요행으로 살아서 돌어온 남편 친구들은 그가 폭격으로 죽었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남편이 존재 조차모르는 아들을 기르며 한많은 세월을 기다렸다.

그 서럽고 한맻친 세월의 미덕이 하늘을 움직였음인지 사망신고까지 마친 남편이 북에서 남녁의 가족을 애타게 찾는다는 것이다.야속한 남편에 대한 원망도 모진 풍상에 대한 원한도 모두 세월에 묻어버린채 71세의 여전한 새댁은 "남편을 다시볼 수 있다니 이젠 죽어도 여한이없다"고 되뇌어야 했다.

이 같은 우리민족의 비극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비하겠는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고대 영웅담에 공식처럼 따르는 비극적 결말을 뒤집으며 감미롭게 끝이 난다. 20년이나 쌓인 그리움으로 그날밤 왕과 왕비의 침실에서는 흐느낌과 속삭임이 그칠줄 몰랐다. 그러나 우리의 많은 오디세우스에게 이런 승리와 행복은 화려하다 못해 잔인하기 까지하다.

주인을 반겨 꼬리흔드는 애견이나 발을 씻겨 줄 유모도 바라기 어렵고, 아내의 구혼자들에 대한 복수나 생나무 침대의 비밀도 이제 덧없는 미망이기 쉽다.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이 남한만도 7만7천명이라 한다. 한달에 1백명씩 만난다 해도 65년이 걸린다. 이산가족이 쓰러지기 전에 그 매친 한을 풀어줄 애국심과 용기가 정녕 우리 대통령과 국무위원장에게는 없는 것인가.

이 중 희  포천신문사 고문 / 포천문화원 부원장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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