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은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지구에 안착중이다. 아침에 아내의 까닭 없이 남 탓하고 원망을 매양 들으며 하루를 열고 때로는 뒷꽁무니에 달고 지하철 역으로 허겁지겁 가던 그 시절 절실히 그립다 검정색 하얀색 분홍색 각양각색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들을 그려본다 감추어진 면면마다 어떤 모습일까 주름살 내려와 있을까 얼마나 검버섯이 넓어졌나 아참에 바른 밀크로션은 피부에 겉돈다. 따뜻한 언어를 던져본지 언제인가 두 손 모으고 마음을 모아도 그 기억들은 가물가물할 뿐이다 그래도 이 벼랑 끝에 발 딛고 있는 게 용하다 회색빛으로 그려진 거리에서 길고 낮아진 그림자 낯설게 느껴지는 풍경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쳐진 셔터들 마스크가 행세하며 주어를 생략 되어버린 상태 누군가는 목적어를 가지고 말을 하는가. 인간들의 허무맹랑한 하품 그 속에서 허접한 자화상이 그려진다 좀비마냥 직진하는 인간들은 이제는 전쟁이 일어날 때가 된 듯 하다며 허세와 이기적 아집과 자만이 득세하는 즈음 얼빠진 양아치 하나 길에 서성인다. 비어 있는 공원 허무감이 깃드는 호수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만 광장에서 병동으로 영안실로 바쁘게 종종 걸음을 치며 돌아다닌다. 상주와 조문객은 없었다 보이지 않는 커다란 울음이 자리 한다 전생에 무슨 업보를 지었는지 지극히 사소함에서 시작된 단절은 조금씩 그 크기가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