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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신문 |
| 요즘 세태를 보면서 떠오르는 말이 반구저신(反求諸身)과 혈구지도(絜矩之道)라는 고사성어다. 반구저신이란 ‘남 탓을 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서 문제점을 찾는다’는 것이다. 어떤 일의 원인 같은 것을 자신에게 돌려 반성하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혈구지도’를 말한다. 각자 모양의 직각자로 잰다는 뜻으로 내 마음을 잣대로 삼아 남의 마음을 재고, 나의 심정을 기준으로 남의 처지를 헤아리라는 것이다. “오른쪽 사람에게 싫었던 방식으로 왼쪽 사람과 사귀지 말고 왼쪽 사람에게 싫었던 방식으로 오른쪽 사람과 사귀지 말라. 이것이 바로 혈구지도이다(·所悪於上, 毋以交於左. 所悪於左, 毋以交於右. 此之謂絜矩之道.)”라 했다.
혈구지도는 내가 상대를 어떻게 대우할지에 대한 문제를 푸는 실마리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혈구지도는 아주 유효하고 타당(妥当)한 기준이 된다. 이는 내가 주위 사람과 어울리며 겪었던 일 가운데 불쾌했거나 좋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걸 기준으로 삼아 나도 주위 사람에게 그렇게 하지 않는 행위방식(行為方式)이다. 그렇다고 나만의 기준을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상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분모(共通分母)를 바탕으로 행위의 방향(方向)을 정하는 것이다. 내로남불식의 이중잣대가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찾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평무사(公平無私)를 말하는 것이다.
세상사 모든 일을 한발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원인제공(原因提供)은 내가 하는 것이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물의 말미암은 까닭은 나에게 있다는 말이다. 어떤 일이나 상태보다 먼저 일어나 그것을 일으키는 근본현상(根本現象)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을 내가 제공하고 있다는 말이다. 월남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월남사람들이 잘못해서 교통사고가 일어나도 월남 법정에서는 모두 한국군인들이 잘못했다고 판결을 내리곤 했다. 이유를 물으니 한국군인들이 원인제공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군인들이 월남 땅에 오지 않았다면 충돌도 없었을 것이고 교통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옛말에 ‘승리는 기념하고 패배는 기억하라’고 했다. 어떤 정부도 시장을 이길 수 없고 어떤 정권도 민심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승자독식에 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공존공영(共存共栄)해야 한다는 말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権不十年)이란 말이 회자(膾炙)되는 이유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이다. 위정자(為政者)들은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민심(民心)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하고 그들이 잘못한 실정(失政)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민(民)은 물이요 위정자(為政者)는 배이기 때문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엎어버리기도 한다는 사실에 전율(典律)해야 한다.
가담(街談)과 항어(巷語)라는 말이 있다. ‘저잣거리의 뜬소문과 말[言]’이라는 뜻이다. 중국 한(漢)나라 때는 따로 패관(稗官)이라는 채집관을 뒀다. [한서(漢書)] 예문지(芸文志)는 “패관이 저잣거리의 가담항어를 모아 소설(小説)을 만들었다”고 적고 있다. 임금은 소설을 통해 민간의 풍속과 정사를 살폈다. 소설에는 시시콜콜한 염문(艶聞) 행각부터, 세리(税吏)와 독한 정치[苛政]에 시달리다 젊은 목숨 끊은 규수의 사연은 물론, 임금님을 원망하는 것까지 담겼다. 중문대사전은 “가담항어가 곧 여론”이라고 적고 있다. 구중궁궐(九重宮闕) 임금님에겐 그야말로 민심을 재는 척도(尺度)였을 것이다.
민심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논어 ‘위정(爲政)’편에는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백성이 복종하게 됩니까?”라고 묻자 “곧은 사람을 들어서 쓰고 여러 굽은 사람을 버려두면 백성이 복종하지만 그 반대면 백성이 복종하지 않습니다(擧直錯諸枉, 則民服, 擧枉錯諸直, 則民不服)”고 답했다고 전한다. 위정자들은 언제나 남을 탓하고 적페(積弊) 운운하기 전에 먼저 자신들이 하는 일을 되돌아보고 또 되돌아볼 일이다.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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