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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칼럼] 엄마,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22일
 
ⓒ 포천신문  
십 대 후반에 만난 친구 k, 그는 전문대학의 럭비선수였다. 덩치는 190이 조금 안 되고 몸무게는 무한정인, 마치 씨름선수를 연상케 하는 덩치였다. 매일매일 훈련을 하느라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 왔다. 그리고 일 년의 반 정도는 합숙훈련이라고 해서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고 운동만 했다.

그는 그 집안의 장남으로서 가족들의 자랑이요 희망이요. 집안을 지탱해 주는 대들보였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자식들만 바라보고 살았으니 그가 어머니의 호흡이요. 삶의 전부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장애를 가진 나는 그의 건강과 활동과 미래가 부러웠다. 그러나 내가 부러워한 그의 얼굴은 알지 못할 그늘이 얼핏얼핏 엿보일 때가 있었다. 나는 내가 잘못 봤거나 아니면 훈련이 힘들어서 그러겠거니 했다. 그는 날마다 집에만 있는 내가 안되 보였는지 가끔 집에 오면 내게 놀러 오거나 나를 업고 나가서 술도 한 잔씩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물었다. “어떻게 훈련을 하는데 매일 늦게 들어오느냐고” 그는 그냥 하루 종일 훈련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침에 학교에 가면 모래주머니 차고 큰 운동장 몇 바퀴 돌고 그 뒤에는 또 무거운 거 드는 훈련과 밧줄에 매달려 오르고 내리고 하고 뭐 대략 그런 얘기를 했다. 내가 “넌 건강하게 살 수 있어서 좋겠다고” 했더니 그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꿀꺽 삼키고는 피식 웃고 말았는데 웬일인지 그 웃음이 참 슬퍼 보였다. 

그리고 며칠 후 갑자기 그의 집에서 통곡 소리가 났다. 그의 어머니의 울음소리였다. 무슨 일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직접 갈 수가 없는 나는 그의 집으로 달려가신 어머니가 돌아오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근심 가득한 얼굴로 오신 어머니에게 신발도 벗기 전에 다그쳐 물었다. 
 
"무슨 일이래요?" 

어머니의 말씀인즉 k는 훈련을 받으러 가서 매일 매를 맞았다고 한다. 정신교육이라는 명목과 강한 정신이 승리를 가져온다는 이유로 선수 전원이 매일같이 소위 빳다를 맞았고 덩치가 좋고 별 항의를 하지 않는 그가 본보기로 더 많이 맞았다고 한다. 그들이 맞은 이유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다는 명분 이였지만, 실제로는 코치나 선배들의 기분에 따라 하루종일도 매를 맞는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럭비 명문대학과 2점 차이로 졌다는 기사가 신문이나 TV 뉴스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스타 플레이어로 톱으로 다뤄졌지만 그뒤 매를 맞았다고 한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명문대를 이길 수 있었는데 더 열심히 안 해서 졌다는 게 폭력의 이유였다고, 그러다가 그가 끝내 견디다 못해서 선배들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선배 한 명과 심하게 다투다가 그 선배가 중상을 당해서 그는 경찰서에 폭행죄로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삶의 전부였던 아들이 갇혀 있는 경찰서를 다녀온 그의 어머니는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에 통곡을 터뜨렸던 것이다.

한 달쯤 뒤 다시 만난 그는 다리를 절고 있었다. 합의를 보고 유치장을 나온 그를 찾아온 학교 선배들에게 몰매를 맞고 허리를 다쳐서 다리를 절게 된 것이다. 그는 한동안 집 안에서만 살았다. 나는 그의 안위가 너무 궁금하고 안타까웠지만 그가 내게 오지 않으면 그를 만날 수가 없기에 마음만 애달팠다.

그러던 그가 비가 오는 어느 날 소주 두 병을 옆구리에 차고 찾아왔다.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소주만 마셨다. 지금이나 그때나 술을 마시지 않는 나는 그가 기울이는 소주잔에 마음을 따라다니며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고 이윽고 그는 허공에다 대고 말하듯
"나 내일 시골로 가" 하며 씁쓸히 말했다.
나는“왜, 뭐하러? 가서 뭘 하게?”라고 마음속에 묻고 싶은 말이 가득 했지만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그냥 그를 그렇게 보냈다. 내가 뭐라고 한마디라도 하면 그가 울 것 같아서였다.

그 후 40대까지 우리는 드문드문 안부를 묻고 살았지만, 그 후로 연락이 끊겼다. 그의 삶은 총망 받는 럭비선수였지만 집단구타로 인해 평생 다리를 저는 장애인으로 살아야 했다. 어쩌면 그에게는 죽음보다 받아들이기 힘든 삶이였으리라,

*    *    *

최숙현 선수는 한국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였다. 철인3종경기는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수영, 싸이클, 마라톤 세 종목을 잇달아서 하는 경기이다. 수영은 3.9㎞, 싸이클은 180㎞, 마라톤은 42.195㎞ 한 선수가 해야 하는 초인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경기이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체력과 극한의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 선수가 자살을 했다. 그것은 그를 가장 일선에서 보호해야 할 자리에 있는 감독과 협회의 묵인과 방임 하에 말이다. 최숙현 선수는 2020년 경주시청을 떠나 부산시체육회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 문제 된 폭행 사건은 경주시청 시절에 일어났던 사건이다.

2018년 대한체육회의 스포츠 폭력 사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대상 1,000명의 선수 가운데 체벌을 당했을 때 참거나,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75%에 달했다. 4명당 3명이 맞아도 참는다는 것이다. 참는 이유는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30%, 보복이 무서워서 21%, 선수 생활에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 16.5%였다. 10명의 선수 가운데 7명 이상이 고발해도 아무 소용 없다고 답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11월 성인스포츠 선수 1251명을 대상으로 폭력에 대한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결과는 33.9%(424명)는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15.3%(192명)가 신체폭력, 그리고 11.41%(143명)는 성폭력까지 경험했다고 한다. 중요한 점은 기타의견에 개진된 선수들의 구체적인 목소리인데 “이런 것 좀 조사하지 마세요. 어차피 사실로 안 나오니까” “조사하면 나아지나요? 저희가 알리면 알려지나요? 운동선수는 다 참아야 되는 건가요?” 등 조사해봐야 소용없다는 자포자기와 불신이 가득한 글들이었다고 한다. 

7월 21일 일본에서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프워치(HRW)가 일본 스포츠계 학대와 관련 조사를 발표했다. HRW는 올림픽 개최국마다 스포츠계 학대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해왔는데 일본의 경우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실시한 조사다. 조사결과 25세 미만 응답자 381중 19%가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고, 폭행 가해자로는 지도자, 선배 순이였다고 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 선수에 대한 폭행은 2019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팀 닥터 안주현씨는 최 선수에게 “이빨 깨물어 이리와 뒤로 돌아” “나한테 두 번 맞았지? 너는 매일 맞아야 돼” “선생님은 마음을 이해 못 해? 욕먹어 그냥 한했으면 욕먹어” 등의 폭언과 함께 20분 넘게 폭행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감속과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술을 마시면서도 최 선수의 뺨을 20차례 이상 때리고 가슴과 배를 발로 치고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밀쳤다고 한다. 팀 닥터라는 사람은 “스스로 숨지게 만들 수도 있다”라는 말까지 했는데 팀 내 남자 동료 선수에게 “쟤는 내가 심리치료를 해서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 애가 스스로 죽게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 당시 최 선수는 팀 닥터 에게 심리치료를 받던 중이였다고 하는데 참으로 악마 같은 말과 생각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한 폭력은 팀 닥터 뿐만 아니라 김주용 감독과 팀 내의 장윤정, 김도환 선수 등도 경, 중의 차이만 있을 뿐 최 선수를 집단 또는 개인적으로 구타한 것으로 고발됐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안 했다.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으로 진술을 하면서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딸에게 강제로 운동을 시켰다는 있지도 않은 말로 최 선수 죽음이 최 선수와 부모의 갈등 때문이었다고 까지 책임을 돌리기도 했는데, 미안할 짓을 하지 않았으니 미안하지 않다는 말 등 발뺌을 했지만, 조사결과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사흘 전 팀 닥터 안주현, 김규봉 감독, 그리고 폭행에 동조했던 두 동료 선수들과 입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팀 닥터는 선수들에게 성추행도 서슴치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은퇴한 H 선수는 팀 닥터가 자신을 껴안고 귀를 깨물기도 했으며 치료를 위한 마사지를 하면서 허벅지 안쪽까지 손을 대기도 했고 I 씨에게는 허리부상이었는데 치료목적이라면서 가슴을 만지기도 했다고 한다. 팀 닥터 안주현씨는 최 선수를 함께 구타했던 팀 내의 A 선수가 연결고리가 되어 영입되었다고 하는데 팀 닥터 라는 직함과는 달리 의사면허도, 물리치료도 자격증 등도 없는 사람이었다.

2019년 1월 쇼트트렉 국가대표 심석희씨는 그동안 아무도 할 수 없었던 성폭력에 관한 폭로를 하였다. 그리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쇄신하겠다. 지도자들의 부당한 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최숙현 선수가 집단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더구나 4.8일 대한체육회 크린 스포츠센터에 피해를 신고했음에도 체육회의 미온적인 대처로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최 선수는 경주시체육회, 철인3종경기협회, 대한체육회 크린 스포츠센타, 문체부, 경찰서 등에 차례로 탄원과 호소와 고발을 했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귀담아듣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최 선수에게 돌아온 건 회유와 협박이었다고 한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의지할 곳도 없었던 최숙현 선수는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를 남기고 죽음으로써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말았다.

한국 스포츠계의 고질적 병폐인 반인륜적 반인권적인 폭력과 인권침해는 이유가 무엇이든 납득할 수 없다. 정당방위 등 극히 몇 가지 이유 말고는 그 어떤 이유로도 폭력이 정당화할 수도, 합리화도 될 수 없다. 폭력은 인간이 하는 행위 중에 가장 야비하고 야만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집단 적으로 이루어지는 폭행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런 사건이 터져 나올 때마다 우리 수준이 이정도 밖에 안되는가? 하는 생각에 분노와 슬픔을 넘어 깊은 자괴감이 든다. 짐승들이나 저질를 법한 집단폭행, 그것이 당연하게 자행되는 한 스포츠계,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이 병폐는 어떻게 해야 근절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렇게 인권을 짓밟고 따낸 메달은 쓰레기만도 못한 가치를 지닐 뿐이다.

스포츠인들은 스스로 철저히 반성하고 이런 풍토를 바꿀 수 있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은 법정구속과 영구제명, 그리고 자격정지등이 주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떠나간 사람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최숙현 선수의 사망 이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께서는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으며 국무총리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체육계 전반을 개역하라”고 했다.

이번에는 꼭, 실현되기를 바란다. 이런 안타까운 사건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박창진 / 꿈이 있는 마을 원장,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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