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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 전가(転嫁)와 자성(自省)

전가의 보도를 버리고 자성하라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21일
 
ⓒ 포천신문  
전가하면 떠오르는 말이 ‘책임전가(責任転嫁)’일 것이다. 책임전가란 책임을 남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당초에 전가라는 말은 ‘재혼(再婚)하다’는 의미였으나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대신 주지(周知)하듯이 대개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자신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부담이나 손실 그리고 죄(罪) 같은 것을 무고(誣告)한 사람에게 돌리는 것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이기적(利己的)이고 방어적인 인간의 속성(属性) 때문에 전가의 사례는 곳곳에 차고 넘친다. 중국 현대 역사학자 판원란(范文瀾) 등이 편찬한 [중국통사(中国通史)]에 보면 “대개의 대지주는 각종 수단을 동원해 토지세를 소작농에게 전가했다”고 고발한다.

옛날에만 그런 게 아니다. 산업계에는 ‘비용 전가’가 다반사(茶飯事)다. 생산비 외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출고가나 소매가에 얹는 방식으로 유통업자나 소비자에게 비용을 떠넘긴다. 그뿐인가? 정치권에선 무슨 사건만 터졌다 하면 서로 상대방이 잘못해서 그렇다고 타박한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떠넘기는 것이다. 코로나 감염 추세가 잦아들자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 확산 책임이 상대방에 있다고 서로 비난한다. 자국 책임은 하나도 없다는 듯이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만 전가(転嫁)한다. 떠넘긴다. 코로나를 무기로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속셈이 읽히는 대목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럿 있겠지만 책임 전가에 능한 자들의 인격은 대개 비루(鄙陋)하다. 품위가 없고 천박하다. 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남 탓하는 나라는 그 ‘남’ 이상의 허물을 허리춤에 감추고 있기 십상이다. 남의 눈의 티끌은 보아도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남 탓만 해서는 길이 없다. 自省(자성)이 필요하다. 나를 돌아보는 자성 없이는 단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방역에 모범 사례가 된 것은 전가(転嫁) 대신 자성을 택한 질본(疾本)의 힘이 크다. 질병관리본부의 힘이 크다. 북한을 탓하고, 미국을 탓하고, 중국을 탓하기만 해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 하면 곳간 헐어서 나눠주는 '홍길동'이 지지받는다. 탐관오리를 징계하고 곳간을 헐어서 가난한 민생에게 나누어주는 캐릭터가 지지받는다. 공무원 수를 늘리고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사람이 인기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나눠주는 자는 권력을 가지게 된다. 정치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자신의 인기와 권력을 만든다. 홍길동 같은 정치가가 많다는 것은 경제가 망가지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연대에 아파트를 사는 것은 지주가 되고 중산층이 되는 길이었다. 지금은 그런 사다리가 없으니 비트코인에 몰리고 주식 양도세에 분노하는 것이다.

권력의 공정 분배를 위해서 다른 방식을 채택한 군주(君主)도 있다. 세종대왕은 조선시대 권력 불균형의 원인을 '문맹(文盲)'에서 찾았다. 대다수 백성이 권력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은 한자(漢字)가 어려워서 교육의 문턱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創製)하여 누구나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백성에게 물고기를 나누어주는 대신 물고기를 잡을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이다. 쉬운 한글 덕분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문맹률(文盲律)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균등(均等)한 교육의 기회를 통해서 사회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만들 수 있었다.

물고기 잡는 방법만이 아니라, 물고기가 많은 곳으로 국민을 인도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책임을 전가하고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무엇이 잘못 되었나 되돌아보고 남의 말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고착(固着)된 사고방식으로는 난관을 타개할 수 없다. 협치(協治)를 말하는 이유이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전가의 보도(宝刀)’를 버리고 자성(自省)하고 또 자성할 일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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