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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최호열] ‘갑질’,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게 해야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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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우이동 소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자신이 근무하던 아파트 입주민의 지속적 폭언과 폭행 등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

지난 달 21일 입주민 B씨(49)는 50대 후반의 경비원 A씨에게 이중 주차된 차량을 이동하는 문제를 놓고 시비를 걸며 “머슴 주제에 말을 안 듣느냐”는 등 폭언을 퍼붓고 관리실로 끌고 가 관리소장에게 당장 해고하라고 윽박질렀다. 또 며칠 뒤 A씨를 경비초소로 끌고 가 코뼈가 부러지도록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결국 모멸감에 시달리던 A씨는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해당 경비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과 갑질 입주민의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주택관리공단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 등 관리직원에 대한 폭언·폭행은 2015년부터 2019년 6월까지 2923건에 달할 정도며 입주민의 극단적 폭행에 내몰린 경비원 사례는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경비원에 대한 부당한 지시나 명령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2017년 9월부터 시행됐지만 그 범위와 처벌이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에게 부당한 행위를 가하는 ‘갑질’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부도덕한 악행이다. 최근 재벌이나 사회 지도층의 갑질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불합리한 악습은 여전하다. 직장상사의 심각한 갑질조차 그냥 받아넘기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관행이 지금도 없지 않다. 또한 공공분야 종사자는 상급기관 갑질을, 민간분야 종사자는 공공분야의 갑질을 겪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민주주의와 평등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갑질 문화를 근본적으로 뿌리뽑을 수 있는 제도적·구조적 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우선 가해자에 대한 강한 사법적 단죄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권위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 개선과 권력과 직무나 서열 등 갑질을 유발하는 법령 정비도 필요하다.

불공정 갑질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변화다. 법령만으로 갑질 문화를 근절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갑질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사회 현장 속에서 벌어지는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들을 법으로 규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 스스로 누구나 상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갑’이 되고 ‘을’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배려와 존중의 성숙한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사회 교육 시스템 변화도 필요하다.

사회적 위치나 지위를 막론하고 상대방에게 인격적 상처와 자존감의 훼손을 주는 행위는 범죄라는 인식을 갖고 ‘갑질’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게 해야 한다. 공정하고 따뜻한 인권 선진국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이뤄질 수 있다.

최호열 / 포천신문 명예회장, 더불어민주당 전 포천·가평 지역위원장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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