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 65세가 된 중증재가장애인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장애의 정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걱정과 염려는 깊어 갈 수밖에 없다. 이유는 만 65세가 되는 날을 기준으로 다음 달 말일까지만 현재 받고있는 활동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65세가 되는 때 부터는 장애인이 아닌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되어 장애인으로 받고있는 활동보조가 끊기고 노인장기요양보호법에 의한 혜택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란 2011년 10월부터 시행된 중증의 장애로 인해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재가(在家)장애인에게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이며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중증장애인에게 신청자격이 있다. 2019~2023년 만 65세가 되는 활동 지원 수급 장애인은 7449명에 달한다. 장애 정도에 따라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시간은 60시간에서 최대 480이 되며 지자체의 추가 지원까지 더하면 한 달에 최대 744시간까지 쓸 수 있다. 그러나 만 65세가 지나면 노인의 반열에 듦으로써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편입되어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하루 최대 4시간까지만 방문 요양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은 외출까지 도와주지만, 노인장기요양법의 방문 요양의 범위는 집안 일상으로 제한된다.
주변에 몇몇 중증재가장애인에게 들어보니 그 사정이 매우 안타깝다. 의정부에 사는 전신마비 장애인 A씨는 하루 평균 20시간 정도의 활동지원을 받고 있는데 두 사람이 교대로 출근하여 몸을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혀 주며 밥을 먹여주는 등 일상생활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을 해 주고 있다. 그런데 만일 시간이 줄어든다면 과연 생명을 유지하고 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하루 종일 우울하다고 한다. A씨의 남편 또한 중증장애인이라 도울 수도 없는 형편일 뿐 아니라 남편 본인의 안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한 서울에 살고 있는 B씨는 자신의 손으로 물조차 마실 수 없는 없으며 자신의 의지로는 단 한 뼘도 이동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다. 그는 하루 16시간의 활동지원을 받았는데 갑자기 4시간으로 줄어버린다면 살아갈 수가 없지 않느냐고 한다. 그래서 장애인활동보조를 받고있는 사람들은 65세가 되는 생일이 전혀 즐겁지가 않을뿐더러 65세째의 생일이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 10월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2018년까지 만 65세가 되어 장애인 활동 지원 대신 노인 장기요양 수급을 받게 된 장애인은 1159명이다. 이 가운데 1급 장애인은 468명으로 188시간 활동 지원이 감소했고, 최대 313시간이나 줄어든 경우도 있었다. 이들 중 돌보아 줄 가족이 없는 홀로 사는 장애인과 기초수급생활자 등도 192명이나 포함되어 있어서 이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많은 장애인단체들은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더욱이 국가인권위원회는 보건복지부등 관계기관에 ”중증장애인이 65세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 지원 서비스를 축소하는 현 제도는 중증장애인의 기본적인 생리 욕구 해결이 불가능하게 되고 질식사나 욕창, 저체온증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노인 중증장애인의 인권침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가 이유 없음을 들어 거절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 인권위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이 끝나기 때문이다.
결국,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한 발자국의 움직임도 없다. 문재인대통령이 2019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65세 연령제한 문제와 관련, “빠른 시일 내에 해법을 찾아나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했지만, 복지부는 올해 5억원의 연구용역 예산만 반영했다. 국회 또한 4월 총선을 앞두고, 활동지원 연령제한 폐지가 담긴 4개의 활동지원법 개정안 심의를 멈춘 상태다. ‘장애인 활동지원법’과 ‘장기요양보험법’의 장점과 맹점을 서비스를 받아야 할 사람 입장에 맞추어 개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만 65세 이상 장애인을 대상으로 활동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경우 2020~2024년까지 약 5천억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활동지원서비스가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되는 것은 비용의 문제’라고 말했다. 5천억 원은 무척 큰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국회의원들이 나설 차례다. 다음 달, 그러니까 4월 15일이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분들이 선출된다. 또 그들은 국민들 중에서 가장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들부터 챙기겠다고 기회만 있으면 말해왔다. 이제 지킬 차례이다. 부디, 오늘도 생명의 연장을 위협받으며 남들이 다 알지 못하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과 아픔을 함께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꼭 지켜주시길 바라며 당리당략에 얽매어 소신과 약속을 집어던져 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