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16 오후 09:10:5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자유기고

[독일 소설-라인강의 품 안에서(Floating in My Mother`s Palm)] 트루디下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25일
 
ⓒ 포천신문  
“나와 함께 수영하겠소?” 그는 다시 물어봤다.
그녀는 미소 지었다. 그의 물음이 마치 “나와 함께 춤추겠소?”라는 걸 알고-빨리 해요, 어서-그녀는 말했다.

그 남자는 한 손을 올려, 마치 몽유병자들이 꿈의 조각들을 쓸어 없애듯이, 멜빵을 어깨에서 잡아당겼다.

“내 옷과 자전거를 좀 지켜봐 주겠소?”
-네-, 그녀는 가볍고 키가 크고 유연한 느낌으로 말했다. 그의 가슴은 햇볕에 그을렸으며 부드러웠다. 그가 벨트를 벗을 때 그녀는 다른 곳을 보지 않고 마치 전에도 벌거벗은 남자를 본 적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멀리서 아버지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을 때까지 계속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안 돼요- 그 남자가 옷을 재빨리 입고 자전거로 뛰어 올라가 탈 때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안 된다고-

“그녀는 강둑에서 벌거벗은 남자가 훤히 보이는 곳에 있었지.” 브라커 부인이 내게 말했다. 우리는 주방식탁에 앉아, 거품 낸 크림을 얹은 부인이 만든 따뜻한 복숭아파이 큰 조각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단지 그의 옷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어.”
“정말 그렇게 믿어, 한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녀의 아버지가 그 남자를 쫓아내려 일찍 오지 않았다면—”
“그는 다른 남자들과는 달랐어.” 나는 재빨리 말했다. “그는—”
그녀는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보았다. “그럼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데요?”
“그녀를 제대로 본 어떤 사람... 그녀를 특별하다고 본 사람.”

“내 생각에-” 부인은 어머니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말을 멈췄다. 어머니의 손에는 온통 그림물감이 묻어있었다. 어머니는 위층 작업실에 보관해 두었던 아버지의 낡은 셔츠를 입었다. 어머니가 피우는 시가의 연기는 손목을 돌돌 감아 올랐다. “트루디의 아버지가 그날 저녁에 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면 훨씬 현명한 일이었을 텐데.” 어머니가 브라커 부인에게 재미있다는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하지만 브라커 부인은 어머니에게 파이 한 조각을 잘라주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나님은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겠지.” 부인은 말했다.

* * *

트루디에게 많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적어도 우리 동네에서 그녀 세대의 여자들에게 일어날 흔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성 마틴 성당에서 결혼식은 없었다. 매일 저녁마다 그녀 집으로 오는 남편은 없었다. 짧은 세월 이나마 그녀의 두 손으로 키운 아기도 없었다. 그러나 그 강에서의 연애 사건과 그 잠깐의 만남을 가슴속에 간직한 용기와 그걸 수년간 그녀의 마음속에 키우는 동안, 다른 사람들의 삶은 무르익고 모양을 갖추어 나갔다.


어느 여름에 나는 어른이 되어 부르크도르프의 강 옆에서 두 개의 젖은 바위 사이 틈새에서 반짝이는 빨간색 조약돌을 발견했다. 내 손에서 돌은 말라서 갈색으로 변했다. 흔한 돌로. 그런데 나는 그곳에서 아직도 빛을 내는 약속이 숨어있는 것을 느꼈다. 내 엄지손가락으로 그 단조로운 돌의 표면을 문지르면서 나는 트루디 몬택을 생각했다: 파란색 벨벳 소파에 그녀 옆에서 앉아 있었던 것을, 달콤한 맛의 로즈-힙 차를, 그 아침을 기억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어느 아침에 내가 난간이 있는 침대에서 내 아들을 들어 올리려 내 몸을 굽혔을 때—갑자기—트루디 몬택이 떨어지던, 그녀의 엄마의 팔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을 실제로 보는듯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내가 아들을 내 팔에 안아 보려 하기 전에 잠시 나는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다. 바로 그때에서야 나는 트루디 몬택의 신체장애가 추락과는 상관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작은 키가 많은 아이들에게 경고로써 이용되어 왔던 난쟁이였다. 만약에 스푼으로 버터를 퍼먹으면 넌 커서 트루디 몬택처럼 보일 거야.... 무릎을 닦지 않으면... 빨간 양배추를 먹지 않으면... 이 아기를 들어 올린다면 트루디 몬택처럼 될지 몰라.... 경고의 조각조각이 모여서 한 여자의 실체가 되었던 것이다.

나는 바위 위에 앉아 무릎을 두 팔로 감쌌다. 라인 강 건너에 있는 목장에서 한 떼의 양들이 털이 긴 개에게 둘러 싸여 풀을 뜯었다. 강물은 북쪽으로 흘러갔지만 남풍은 강물의 표면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리고 태양은 햇빛이 거울 속에서 춤추듯이 여기저기에 잔물결을 일으켰다. 나는 트루디 몬택이 그녀의 방 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머리가 허연 키 작고 뚱뚱한 여자가-그녀의 벽을 덮은 작고 많은 거울 속에서 그녀의 비친 모습을 찾고 있었다. 그 거울 중의 어느 것도 그녀를 한 번에 담을 수 있게 충분히 넓은 것은 없었다.

정연숙 / 옮긴이, 영어강사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25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