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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설-라인강의 품 안에서(Floating in My Mother`s Palm)] 트루디上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9년 12월 17일
 
ⓒ 포천신문  
우리 집 가정부가 몇 번이나 트루디 몬택이 추락한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딱 한 번이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모든 건 내가 그 이야기와 함께 성장했고, 트루디가 젖먹이였을 때 그녀 엄마의 팔에서 여러 번 떨어지는 상상을 했다는 것이다. 내가 그 추락을 느린 동작으로 상상할 때마다 트루디는 그 머리를 부드럽고도 아프게 쿵 하고 바닥에 닿는데—머리 옆도 아니고 뒤통수도 아니고 항상 정수리가 바닥에 닿는다. 그러곤 몸을 굴려서 고요히 눕는다. 아주 고요히.

그 사고가 트루디의 성장을 막고, 트루디 엄마의 온전한 정신을 앗아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트루디의 엄마는 어린 트루디를 만지는 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했다. 아이를 성 마틴 교회 뒤로 숨기려 데려온다. 트루디의 엄마는 성물 보관소의 아치형 문에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손바닥에 기름을 발라 반들반들한 나무에 못 박아 뚫어주기를 기다리듯 문 양쪽 끝에 양팔을 벌려 걸쳐 놓는다. 신부님이 그녀의 남편을 불러서 문을 꽉 잡고 있는 그녀를 문에서 떼어내 집으로 데려가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단 한 순간도 그녀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성물 보관소의 문으로 돌아갈 것이다. 신부님보다 더 크고 확실히 인상적인, 신성한 성배와 성의에 이르는 신부님이 드나드는 입구를 막고 있는 성물 보관소의 문으로. 트루디의 어머니가 그라펜버그 요양시설로 보내진 후 트루디는 유료 도서관을 운영하는 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그 유료 도서관에서 부르크도르프 주민들은 몇 페니히만 내면 연애소설, 미국 서부의 책, 간호사와 의사 로맨스소설, 미스터리와 전쟁소설—교회 도서관이 그 표지조차 가지고 있기를 거부하는 책들—을 빌려볼 수 있었다.

서고 사이에서 아이들은 인형을 가지고 놀았는데 인형의 머리와 나머지 부분에도 모양과 균형이 잘 잡혔다. 손님들은 가끔 인형을 일으켜 세우고 인형의 은발 머리를 톡 치고는 인형의 머리 컬이 예쁘다는 둥 이야기를 하면서, 인형의 어깨너머로 트루디의 아버지에게 속삭였다.—가여운 미물 같으니라고.


내가 12살이 될 무렵, 트루디는 유료 도서관을 상속받았다. 그녀는 40대 초반이었으나 키가 120cm보다 작았다. 어깨는 넓고 머리는 너무 컸다. 나는 그녀가 소녀였을 때를 상상해보았다. 그녀는 10~11살 때까지 성장했다. 그녀의 머리 윗부분 어딘가는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떨어뜨려서 딱 붙었는데, 그녀의 몸 내부는 성장을 계속했다. 몸이 밖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얼굴 안으로, 어깨로, 엉덩이로, 수평으로, 다리로, 손가락으로, 피부가 팽팽해질 때까지 그녀의 피부로 뻗어갈까?

그녀는 모르는 게 없었다. 어떤 일이라도 일어나게 되면, 그녀는 닫힌 문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추측하는 비상한 능력을 갖췄다. 그녀는 이러한 통찰력으로 각색해서 만든 이야기를 마을에 퍼뜨렸다. 뉴스 배달자—좋은 소식이건 나쁜 소식이건—로서 그녀는 부르크도르프 거리를 O자 다리로 걸어 다녔다. 줄무늬로 된 집안에서나 입는 실내복의 늘어진 목둘레를 잘 여미지도 않은 채, 그 위에 카디건을 입고 다니며 그녀는—사람들은 정말 예쁜 여자들을 유심히 본다는—착각을 하고 다니는 것이다. 우연히 그녀를 마주칠 때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다정한 호기심을 보였다. 그러나 그들 쪽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보면, 사람들은 최악을 예상했다. 심지어 좋은 소식이 있어도 그녀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여 좋은 소식을 기대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부르크도르프는 미덕을 대단히 귀중하게 여기는 마을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온갖 범죄가 은폐되었다. 그곳은 많은 어른들이 인생에 완전히 실패한 후에 적당히 한 목숨을 연명하는, 가식으로 가득한 마을이었다. 그리고는 서로 속이고 존경과 겉치장으로 포장해 주는 마을이었다. 바이어 사제는 셀 수 없이 많은 고해성사를 듣고 그 죄를 사면해 줌으로써 눈속임할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트루디는 마을 사람들이 죄를 잊어버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트루디는 매일 정오에 성 마틴 성당의 종이 울리면 2시간 동안 유료 도서관의 문을 닫는다. 덴마크 치즈와 토마토 조각을 곁들인 검은 빵을 먹고, 마을에 아침 소식을 전하러 읍내로 출발한다. 보도를 활보하며 그녀에게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퍼뜨리기도 하는 몇 군데를 전략적으로 훑고 지나간다. 베커 식료품점, 산파의 집, 톨마이스터 부인의 창문을 기웃거리고, 안톤 이머스 씨의 정육점, 한센 제과점 트럭 등을. 마치 고대의 상인들처럼 그녀의 소식통으로부터 한 조각의 소식을 얻어낼 때까지 서로 소식을 주고받는 것이다.

우리 집 가정부 브라커 부인은 트루디가 못 마땅해 하는 소식통 중의 하나였다. 부인은 모든 소식을 줄곧 아는 체하기를 좋아했다. 브라커 부인은 꽤 많은 분량의 지역뉴스를 얻는 것에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트루디가 그녀를 따돌린다면 불평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소문이 추잡하다고 생각하는 분이었고 그래서 브라커 부인을 싫어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의 유료 도서관에서 트루디는 내게 말했다. 어머니가 나의 남동생 요아힘이 죽은 후로 교회에 나가지 않으며, 우리 집 가정부의 아들 랄프는 사생아였고, 또 내 종조부 알렉산더는 자기가 지은 4층 집 다락방 창문으로 뛰어내렸으며, 그 집을 어머니가 상속받아 지금까지 이 넓은 아파트 1층에 살고 있다고. 젊었을 적에 알렉산더 종조부는 결핵으로 아내를 잃고, 그 이후로 재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도 않았다고. 비록 트루디가 사실상 그의 추락을 목격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떨어졌던 보도의 지점을 보았고, 톨마이스터 부인에 따르면 거리 맞은편 그녀의 집에서 이 사건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정장을 입고, 양복 깃에는 흰 카네이션을 꽂았다. 그는 마치 날아갈 것처럼 두 팔을 펼쳤다.”고 트루디가 말했다. 빛바랜 암갈색 사진에서만 보았던 웃지 않는 남자, 짧게 바짝 깎은 그의 모랫빛 머리카락, 정장을 입고 굳어 있는 모습으로 서서 카메라를 쳐다보던 그를 트루디가 나를 위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그는 다락방 창문에 올라선다. 지상 4층 위 타일의 평평한 바닥에 선다. 그의 얼굴로 선선한 공기가 와 닿고 그는 카이저수염을 부드럽게 매만진다. 그의 두 팔을 포옹의 전주곡처럼 펼친 채, 그는 포즈를 취한 사진으로부터 뛰쳐나간다.

내가 종조부의 자살에 대해 물었을 때, 아버지는 “네가 크면 결국 말해주려고 했었다. 그 일은 네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일어났어. 트루디 몬택이 너에게 말할 자격이 없고. 네가 그녀와 이런 쓰레기 같은 책들을 멀리하면 좋겠구나.”라고 말했다.

정연숙 / 옮긴이, 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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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9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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