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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 갈등(葛藤)과 혼란(混亂)

공도(公道)가 필요한 이유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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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혼란(混亂)스럽다고 한다. 암울(暗鬱)하고 침울(沈鬱)하다고 한다.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나 분위기가 답답하고 맑지 못해서 하는 말들이다. 갈등(葛藤)은 칡넝쿨과 등나무넝쿨이 뒤섞여있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견해 주장 이해 같은 것이 뒤엉킨 복잡한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정신 내부에서 일어나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욕구가 충돌할 때 생기는 심경(心境)을 말하는 것이다. 갈등은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 생기는 것이다. 초이스(choice)가 있을 때 생기는 것이다. 노(no) 초이스면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 혼란(混亂)은 뒤섞여서 어지러운 것을 말하는 것이다. 뒤죽박죽이 되어 질서가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갈등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도(公道)가 무너진 탓이다. 공도란 유교 경전 ‘서경’과 ‘주역전의’ 등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공정한 도리 방법 원칙 등을 뜻하는 것이다. 유학자들은 정치가 공도에 입각해 펼쳐져야 나라와 백성에게도 보탬이 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종 21년의 조선은 혼란스러웠다. 7년 전 기묘사화(己卯士禍)로 많은 선비들이 참화를 입은 이래 조정에는 강직한 목소리를 내는 신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뭄과 병충해가 수년째 계속됐고 그해 들어 전국 각지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나라는 위태로운 데 신하들은 갈라져 이익을 탐하고 서로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답답했던 중종은 과거시험에 다음 문제를 출제했다. “좋고 싫음과 옳고 그름이 합당해야 조정이 바르게 되고 정치와 교화가 한결같아진다. 지금은 좋고 싫음이 경도되고 옳고 그름이 어긋나 어그러져 있다. 옳고 그름을 말할 때도 그저 자기 생각만 따를 뿐 공론(公論)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를 어찌해야 하겠는가?” 중종의 시험 문제에 답하여 김의정(1495∼1547)은 ‘공도(公道)’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정에서 공도가 행해지면 선과 악이 변별돼 상벌을 순리대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공도가 행해지지 않으면 공론이 막혀 사람들의 생각이 소통되지 못하니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을 판단하기가 어지러워집니다.”

무릇 좋고 싫음, 옳고 그름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각자의 생활 세계가 다르고 신념이나 가치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좋고 싫음, 옳고 그름은 그 자체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환경(環境)에 입각해 ‘옳다고 여겨지는 것’ ‘그르다고 여겨지는 것’인 경우가 많다. 그것이 개인적인 차원이라면 내가 고심해서 결정하고 책임을 지면 그만이지만 공동체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다. 서로 다른 견해를 조율(調律)하는 합의과정이 필요하다. 김의정이 말하는 공도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올바른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공정하고 투명하며 사심이 없는 상태를 들어 피력(披瀝)한 것이다.

그래야 조정에 참여하는 신하들과 정책 담당자들도 각자의 사사로운 욕심이나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무엇이 좋은 선택인지, 어떤 것이 올바른 결정인지를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호오시비(好惡是非)’는 심리나 윤리의 영역뿐 아니라 공동체 경영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 서로 다른 데서 생겨나는 갈등과 대립을 해소해야하기 때문이다. 중종의 고민도 여기에서 비롯한 것이다. 만약 나라에 공도가 펼쳐져 있다면 구성원들 또한 공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다. 공도에 따라 정의와 원칙이 구현되고 의사결정이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사람들은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호오시비를 판별할 것이다.

공론(公論)은 공도(公道)와 통하는 말이다. 여론과는 다른 것이다. 여론은 단순히 다수이냐 아니냐를 따지지만 공론은 그게 아니다. 합리적 이유를 들어 그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쇼비니즘은 다수의 지지를 받더라도 합리적으로 그 주장을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에 공론이 되지 못한다.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은 소신(所信)은 공론일 수 없다. 여론몰이를 멈추고 공론과 공도로 갈등과 혼란을 잠재워야 하는 이유이다.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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