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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용춘 의장 버스 갑질 사건의 전말

"갑질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맞는 것일까?"
황정민 기자 / 2000jungmin@hanmail.net입력 : 2019년 09월 23일
 
ⓒ 포천신문  
본지는 지난 18일 조용춘 포천시의회 의장의 버스 갑질 논란에 대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포천시의회는 해당 버스회사인 포천교통이 사과문 형식으로 작성한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고, 각 언론사는 이와 관련된 기사를 잇달아 보도했다. 기사 중에는 포천신문 보도는 허위이며 이에 대한 법적조치를 하겠다는 조 의장 측 입장 표명도 포함됐다.

이에 일련의 상황을 야기한 내용을 취재해 최초 보도한 본 기자는 취재과정과 기사작성 근거, 포천교통의 보도자료 등을 토대로 이 사건의 전말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17일 오후 포천신문사에 3006번 승무원이라고 밝힌 사람에게서 제보 전화가 걸려 왔다. 제보 내용은 한 시의원이 포천교통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고, 3006번이 서지 않는 포천종합사회복지관 정류장에 있는 시의원의 딸이 손을 흔들면 태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었다. 제보자는 포천교통이 배포한 보도자료 말미에 서명한 지헌각 씨였다.

기자는 유선 상 제보에서 사건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접하고, 보다 구체적인 상황 취재를 위해 다음날 지 씨를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18일 오후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하성북2리 3006번 기점에 지 씨가 운전한 버스가 들어왔고 창문으로 목 인사를 한 후 지 씨가 내리길 기다렸다. 하지만 지 씨는 내리지 않고 버스 뒷자리로 자리를 옮겨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뒤에 타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명동민 포천교통 대표였다. 둘은 2~30분 간 대화를 나누었고 명 대표는 기자에게 자신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는 말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왔다.

기자가 버스에 올랐을 때 지 씨가 기자에게 던진 첫마디는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였고 당시 그의 눈에는 눈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지 씨가 SNS에 올린 글로 인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고, 회사 내에서 조 의장의 딸을 태우라는 공지가 내려 온 것이 확실한 이상 기사화 되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는 기자의 말에 지 씨는 참고 있던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시의회와 운수회사는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들이다. 나는 그런 부분을 이용했다는 자체가 싫었다. 또한 정식 정류장이 아니더라도 주민들이 불편이 많아 기사들끼리 토론하고 합의해서 주민들을 위해 임시정류장으로 이용하자고 했으면 그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이용을 안 하는데 의장 딸만 이용하자고 손들면 태워주라는 게 내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서울에서 내려올 때도 사회복지관에 오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그분들에게도 그곳은 정류장이 아니니 골든아파트에 내려서 72번으로 환승하든지 기점에서 걸어가라고 안내했고 다들 그렇게 따랐다. 팀장으로서 팀원들에게도 부끄러웠고 어제 사실 사장님과도 이곳에서 언성이 높았다.”

지 씨가 이야기한 대략적인 내용이다. 지 씨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명동민 대표와는 짧은 대화를 나눴다. 명 대표는 “내 말실수로 비롯된 일이다. 조 의장으로부터 어떤 부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당시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런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이후 사무실로 돌아와 조용춘 의장과 사실 확인 차 통화를 했고 조 의장은 기사화할 일이 아니라며 전체적인 상황을 부인했다.

“딸이 3006번을 타려고 사회복지관 정류장 앞에서 기다렸는데 서지 않고 지나갔다. 딸이 황당해서 버스회사에 전화를 했다. 회사 여직원이 전화를 받는데 다른 사람하고 계속 이야기를 하더라(불친절했다는 표현으로 추론된다). 그러고는 나에게 전화를 해 골든아파트에서 타야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내가 그러면 오늘은 네 차를 갖고 가라까지 이야기했다. 그리고 내가 명도민 대표한테 전화를 해서 거기에 3006번이라고 적혀 있는데 왜 안섰느냐고 했더니 명 대표가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가 기사한테 이야기를 해 보겠다. 이렇게 된 거고, 지헌각이라는 기사와는 통화한 적이 없다. 우리 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게 이상하게 와전돼서 갑질이라고 하고, 의원 딸이라고 어떻게 했다고 하고. 뭘 시킨 것도 없다. 태우라는 말도 안했고. 그리고 나서 명 대표와 다시 전화통화를 했더니 본인이 잘못해서 그렇다면서 다시 내리겠다고 했고 지금은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까지다.”

기자는 여기까지의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최초 기사를 작성해 올렸고 다음날 아침 지헌각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 씨는 기사 내용 중 두 가지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조 의장이 말한 내용 중 사회복지관 정류장에 3006번이라고 써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고,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조 의장의 딸을 태우지 않고 지나쳤을 때는 지시를 받았을 때가 아니라 사무실로 돌아와 공지로 붙여진 것을 보고 그 내용을 알았다”고 말했다.

여기까지가 취재와 기사작성 과정의 정확하고 구체적인 설명이다. 이제 현재 포천신문 사이트에 올라있고 조 의장 측에서 허위보도라며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기사 중 과연 어떤 내용이 허위인지 묻고 싶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고 분명한 사실은 조 의장이 딸의 전화를 받고 버스회사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버스회사에서는 정차하는 정류장이 아니더라도 조 의장의 딸을 태우라는 내용을 서면으로 공지해 올렸다는 것이다.

포천교통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조 의장님께서는 본사 사장님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하성북2리 정거장이 승차 가능한 정거장인지 확인을 요청하셨고, 정거장에 제대로 된 표시를 당부했다”고 했다. 딸이 버스정류장을 오인해 시의장인 아버지에게 전화하고 시의장은 버스회사 대표에게 전화를 해 정거장에 제대로 된 표시를 당부했다는 상황이 상식적인 일인가?

진정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면 시청 교통행정과에 먼저 문의를 하고 이에 대한 답을 듣고 정식적인 절차를 거쳐 시정을 요하면 된다.

조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명 대표가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명 대표)가 기사한테 이야기를 해 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는 조 의장이 명 대표에게 전화를 함으로써 다른 조치가 내려질 것임을 조 의장 본인도 인지했다는 뜻이다.

포천교통의 보도자료는 누가 보더라도 조 의장에게 쓴 반성문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시에서 보조금을 받는 사업자 입장에서 시장에 버금가는 지위에 있는 시의장에게 취할 수 있는 최선일 수밖에 없다.

“시의회와 운수회사는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들이다. 나는 그런 부분을 이용했다는 자체가 싫었다.” 제보자 지헌각 씨가 밝힌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갑질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맞는 것인가? 직접 폭행하고 폭언하는 정도는 돼야 갑질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황정민 기자 / 2000jungmin@hanmail.net입력 : 2019년 0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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