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의 품 안에서’ (이하 라인강) 는 독일 태생 미국인 작가인 Ursula Hegi에 의해 1990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Ursula Hegi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다. Ursula Hegi는 1946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나(Ursula Koch) 1965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1967년 결혼하였다(Ursula Hegi). 1979년 뉴햄프셔 대학교 학사, 석사를 동시에 취득했다. 1984년에 이혼하고 같은 해에 워싱턴 체니에 있는 이스턴 워싱턴대학에서 조교수로 문예창작, 현대문학을 가르쳤다. 현재 Stony Brook Southampton의 MFA 프로그램 강사로 있다.
그녀가 태어난 뒤셀도르프는 2차 세계대전 동안 심하게 폭격 당했다. 작가는 성장하면서 전쟁의 상흔이 도처에 있음에도 전쟁은 말하기 꺼려하는 주제이고, 홀로코스트에 관하여는 특히 금기시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후에 그녀의 독일인으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생각과 글쓰기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라인강’은 그녀의 세 번 째 작품으로 1990년에 나왔다. 사실 그녀의 베스트 셀링 소설은 1994년에 발표된 ‘Stones from the River’ 이고 ‘라인강’의 모태가 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라인강’은 모두 1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에피소드 한 개를 3부분으로 나누어 올릴 예정입니다.
하얀 라일락
어머니가 나를 가져서 막달에 접어들었을 때 뱃속의 아기는 태동을 멈췄다. 어머니는 그날 아침에 감미로운 음악 소리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새들로 가득한 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사방이 너무나 적막하여 깜짝 놀랐다. 어머니는 나를 가졌을 때와 2년 후 내 남동생을 가졌을 때 태몽을 다시 꾸었다. 그날 아침의 어머니를 상상해본다. 어머니는 헤드가 자작나무로 된 더블 침대에 혼자 누워 있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방에 있는 아버지를 떠올려 보려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어머니가 잠옷을 걷어 올린 채로 뱃속의 태아가 움직이기를 기다리며 두 손으로 평평한 배의 여기저기를 문지르는 모습만 보인다. 창문 위에는 바로 어제 어머니가 집 뒤 쪽에서 자라는 흰 라일락 관목을 보는 동안 유리에 이마를 기대었던 자국이 남아 있다. 14년 후 나는 라일락꽃의 가지를 몇 개 꺾어 종이에 싸서 어머니가 묻혀 있는 공동묘지에 두고 올 것이다.
그런데 그날 아침 어머니는 손으로 배를 문지르면서 아기가 이상이 있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아기가 움직이지 않으니 불길한 생각이 자꾸 떠올라 겁이 덜컥 났다. 어머니는 기다린다. 하지만 어머니의 손바닥에 태아가 움직이는 느낌이 전해지지 않는다. ‘아가트 수녀님은 알 거야’ 하고 어머니는 생각한다. ‘수녀님은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거야.’ 수녀님은 어머니가 아기를 가진 후에 줄곧 어머니를 돌보아 왔고 어머니가 이것저것 많이 물어봐도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어머니가 병원으로 걸어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 학교 1년 선배였던 톨마이스터 부인은, 길 건너 그녀의 집 열린 거실 창에 기대어, 창문턱에 쿠션을 놓고 그 위에 팔꿈치를 대고 거리를 응시하고 있다. 한 손에 커피 한 잔을 들고. 그녀는 하루를 대부분 이런 식으로 보내는데,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다 마신 커피를 다시 채울 때에만 잠깐 비우는 식이다.
따스한 돌풍이 어머니의 옷 위로 불어와 어머니의 몸매가 드러난다. 어머니는 키가 크고 배가 위로 불룩 나왔다. 내가 세 살이 되면, 어머니는 내가 어머니의 심장 바로 아래에서 컸다고 말해줄 것이고, 나는 내가 태어날 따뜻하고 밝은 세상을 마음속으로 그려볼 것이다.
어머니의 드레스는 테레지엔하임까지 다섯 블록을 걸어가는 동안 어머니의 배 위에서 요동친다. 테레지엔하임은 한쪽 끝에는 수도원이, 다른 쪽에는 노인 요양원이 있는 건물이다. 몇 개의 방이 신생아 분만과 별로 급하지 않은 응급상황에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가끔, 수녀들이 의사에게 자문을 구하지만, 그녀들은 업무를 자기들 스스로 처리하고 싶어 한다. 수술을 하려면 부르크도르프에 사는 사람들은 뒤셀도르프에 있는 대형 병원 중의 하나가 있는 곳까지 10km를 가야 한다. 아가트 수녀님은 어머니를 살펴본다. 따뜻하고도 마른 수녀님의 손바닥이 어머니의 배를 여기저기 문지른다. 수녀님은 참을성이 있는 눈에 몸집이 작다. 수녀님은 튼튼한 손으로 아기를 여러 명 받았다.
“아기도 휴식이 필요해.” “정상이야.” 수녀님은 어머니에게 미소 짓는다.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아가트 수녀님을 따랐고 수녀님은 어머니의 내성발톱을 없애 주기도 했다. 두 번이나 어머니의 팔이 부러져서 테레지엔하임으로 갔을 때에도, 아가트 수녀님은 어머니에게 부주의하다고 나무라지 않고 뼈를 맞춰주었다. 어머니는 아기를 가졌을 때, 조산원으로 가지 않고 수녀님에게 가기로 했다.
“이제 며칠 안에 아기가 나올 것 같아.” 수녀님은 어머니 앞이마에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려준다. 어머니는 수녀님을 믿고 싶다. 몇 개월 동안 뱃속에서 끊임없이 태동이 있었고, 점점 움직임이 강해졌다. 어머니에게 태동이 멈추는 것은 뭔가 크게 잘못 되었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