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할 능 / 사람 인 / 다를 타 / 풀 해 다른 사람도 풀 수 있다 (어려운 이는 퍼 가시오)
출전 :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위치한 운조루(雲鳥樓) 건물 대문 밖에 있는 쌀독의 여닫지 문에 쓰여 있는 문구이다.
이 건물은 호남지방을 대표하는 대저택으로 55칸 규모이다. 이 집을 지은 류이주는 삼수부사와 낙안군수를 지낸 무관출신의 인물이다. 문화 류씨(柳氏) 곤산군파 (崑山君派) 30대 영삼(1675~1735)과 영천 최씨 사이에서 세 아들 중 둘째로 1726년에 태어난 그는 힘이 장사였다.
청운의 꿈을 품고 서울에 올라간 그는 당시 훈련도감 김성응 (1699~1744)의 눈에 띄어 스물여덟 살 나던 해인 1753년(영조29)에 무과에 급제 했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금반지가 떨어진 자리(金環落地)라 하여 명당자리로 여겨진 곳이다. 운조루가 위치한 곳은 섬진강과 지리산에서 발원한 크고 작은 하천들이 합류하면서 비교적 넓은 평야를 형성하고 있는 구례지역에서 하류 쪽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산 계곡 중 하나인 문수골 계곡이 평야지대와 만나는 지점으로 물이 풍족해서 농사짓기에 적합한 곳이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마을의 지리적인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다. 호남 지방의 온화한 기후의 구례 지역 지리적 특징을 반영했다기보다는 ⬵자형 안채를 두고 있는 안동지방 대저택의 영향을 받은 구조를 하고 있다. 사랑채, 안채, 행랑채, 사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른쪽에 안채, 왼쪽에 사랑채가 배치되어 있고, 앞쪽에 행랑채가 있다. 사랑채는 T자형을 하고 있는데 왼쪽 끝에 누마루를 두고 있다.
또한 안채 쪽에 사랑채와 직각을 이룬 작은 사랑채가 있다. 안채는 ⬵자형을 하고 있는데 상당히 규모가 큰 편이다. 가운데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방과 부엌, 광 등이 배치되어 있다. 한양이나 경북지방의 대저택을 모방해서 만들기는 했으나, 약간 개방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안채 오른쪽에는 불천위(不遷位) 조상을 모신 사당이 배치되어 있다.
타인능해(能人他解)란 쌀 두 가마니 반이 들어가는 나무 독에 쌀을 채워놓고 마을에 가난한 사람이 끼니를 이을 수 없을 때 마개를 돌려 쌀을 빼다가 밥을 짓도록 허용한다는 뜻으로 쌀독의 마개에 타인능해(能人他解)라고 써 놓았다. 이와 같이 사람을 하늘로 아는 경주 최씨 최 부자와 같이 조선 사대부가 이웃 빈민에 대한 책임을 졌다고 생각된다.
프랑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실천하는 내용과도 일치한다고 하겠다. 이 건물은 각종 민란, 왜침(倭侵), 동학, 여순사건, 한국전쟁 등 힘든 역사의 시간을 지내오면서도 운조루가 지금처럼 건재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타인능해(能人他解)의 나눔 정신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연이어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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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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