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의원들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김포공항에서 케이스에 들어있는 신분증을 꺼내 달라는 직원의 요구에 언성을 높이고 거친 감정을 드러내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또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지역 주민에게 “잘 지내시죠”라는 인사를 건냈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잘 지낸다”는 답변을 듣자 고개를 돌려 침을 뱉는 행동을 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이런 행동에 대해 각자 나름의 이유를 대며 해명과 사과를 내놓았지만 선출직 고위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행위였다는 질타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이들의 이런 행동 밑에 깔린 특권의식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시선과 불신은 당연히 수반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유럽 등 선진국들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 이들이 그 권력을 특권으로 보고 사유화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이 복지정책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등 북유럽 국가들의 예를 보자. 덴마크 국회의원 대부분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전체 40%에 달하는 여성 의원들의 자전거에는 장바구니가 달려 있다. 또한 그들은 의원 2명당 1명으로 배정된 비서와 함께 하루 평균 12시간 일한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전용차도 없고 면책특권도 없다. 의원들 대부분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며 출장 때에는 가장 싼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주당 80시간을 일하고 1년에 10개월 간 회기가 이어진다. 재임 4년 동안 1인당 평균 87개의 법안을 발의할 만큼 격무에 시달린다. 이런 이유로 자발적 불출마자가 30%에 달한다. 스위스 국회의원의 보수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스위스 최저임금 시급이 25프랑(약 2만8천원)인데, 국회의원 월급은 4000프랑(약 450만원)이다. 그들에게 보좌관이나 비서는 아예 없다. 스위스 역시 의원 대다수가 초선으로 만족하고 재선을 포기한다. 이들 국가에서 국회의원이란 그저 명예와 희생을 맞바꾼 고된 직업일 뿐이다.
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어떠한가. 얼마 전 국회가 2019년도 세비를 182만원 ‘셀프 인상’했다. 내년 국회의원 연봉은 1억5176만원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OECD 34개 회원국 중 일본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하지만 법안 발의, 처리 건수 등 각종 지표를 통해 측정한 '임금 대비 국회의원 경쟁력'은 꼴찌(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또한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등 헌법이 정하는 특권 외에도 200개가 넘는 각양각색의 특권과 특혜를 누리고 있으며 보좌관 및 비서를 9명까지 둘 수 있다. 결국 일은 안하면서 최상의 임금과 온갖 혜택은 다 누리는 셈이니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민주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와 대의민주주의 정신에 맞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포기가 우선돼야 한다. 국회의원은 귀족이 아니다. 귀족사회를 무너뜨린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자리가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이 가진 최고의 특권은 그들이 도출해 내는 법안을 통해 국민들이 혜택 받고 행복해지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이 이상의 특권이 또 있어야 하는가.
이제 국민들에게서 받은 특권은 다시 돌려줘야 한다. 그들이 가질 것은 특권과 특혜가 아닌 봉사와 희생이며,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국민의 윗자리가 아닌 옆자리여야 한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대변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비난과 부정의 대상이 아닌 응원과 사랑의 대상이 되는 국회의원, 모든 국민이 꿈꾸던 민주정치의 실현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