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지상에서는 한국의 경제가 위기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옳으니 그르니 하면서 찬반론이 많이 등장한다. 본인은 경제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놓기가 부담스러울 뿐더러 그러한 능력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어학자인 본인의 입장에서는 경제 위기만큼 우리에게 크나큰 위기의 상황이 닥치고 있다고 보는데, 다름 아닌 우리 한국어의 위기이다. 특히나 우리의 실생활에 침투해 들어오는 외국어의 실태는 정말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외국어와 외래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어는 말 그대로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과 같은 외국말을 말하는 것이고, 외래어는 그러한 외국어들이 우리말 안에 자리 잡고 쓰이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상황을 따지고 보면, 애초에 외국어로 쓰이던 말들이 우리말로 자리 잡아 외래어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언어라는 것이 일종의 어떠한 흐름이라는 점에서 경향을 억지로 막거나 조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많은 외래어들이 형성될 수도 있고, 거꾸로 고유어에 대한 캠페인이 유행처럼 일어나 외래어로 외국어가 들어오는 현상들이 지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점은 한국어를 쓰고 있는 한국어 화자들이 의식적으로 외국어를 외래어처럼 받아들이고, 즐겨 쓴다는 점이다. 중고등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많은 학생들이 외국어와 외래어를 혼동하고, 고유어는 이미 뒷전이요, 심지어 고유어 사용에 어색해 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접하는 대중문화에 이러한 문제점들이 허다하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아이돌 가수들의 이름만 봐도 그 실태는 가관이다.
그야말로 외국어냐 외래어냐의 문제가 아닌, 무슨 뜻인지조차 모를 이름들이 난무함을 알 수 있다. 물론 고유명사로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들이 부르는 노래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더더욱 한국 노래인지 외국 노래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요, 어느 샌가 후렴구 정도는 외국어로 불러야 어색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스포츠 중계를 보다 보면, 역시 그 참상은 정말로 심각하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굳이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로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러한 말들은 외국어인가 외래어인가? 따지고 보면, 모두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지만, 대부분 외래어처럼 사용하는 말들이다. 이러한 예들은 수도 없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한힌샘 주시경 선생은 ‘그 나라말은 그 나라 얼을 담는 그릇이다’라고 하셨다. 우리의 얼을 담는 그릇이 자꾸 우리답지 못하게 될 때, 우리의 얼 역시 우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형성될 것이다. 우리의 언어 산책로에서 우리의 얼을 담는 그릇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할 지 다시금 되새겨 봐야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