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해 AI, IoT, 로봇과학, 생명공학, 나노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이노베이션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거창한 말과 달리 ‘공돌이보다 문송(문과여서 죄송합니다)한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로 이공계 인재 육성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공계가 미래’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서울대학교에 합격하고도 이공계라는 이유로 진학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2016년부터 3년간 과학기술원에 합격하고도 입학을 포기한 학생은 약 550명, 중도탈락생도 450여명에 달하고 있다. 과학고 졸업생 가운데서도 의과계열 진학을 희망하거나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한다 해도 전공을 바꾸는 등의 일은 흔한 현상이 돼 가고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로 전문 인력들의 취업난 해결이다. 2015년 기준 이공계 학부생 2만4000여명, 대학원생은 1만명의 학생들은 석·박사 취득 후 해외로 나가거나 직종을 변경하는 비율이 높다. 실제로 해외로 배출되는 자연?공학계열 전문 인력은 매년 증가해 2017년 기준 한 해 석사 2만명 이상, 박사는 6000명 이상이다. 또한 최근 2년간의 조사결과를 보면 변리사와 법조계 종사자 중 공과대 혹은 자연과학대 출신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는 이공계 전문인력 수와는 반비례로 취업의 폭이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 모든 학생연구원들은 국가의 기술개발을 위해 휴가를 반납해가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만 4대 보험에조차 제대로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경력이 필요한 학생들은 학교 또는 타 기관에서 직접적인 연구 용역을 행하고 있지만 보험처리는 꿈같은 일이고, 업무과중은 보너스로 따라오는 것이 다반사다. 정규직 연구원이 된다 한들 불합리한 처우와 연구 환경 개선이 필요한 것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세 번째로 연구비 증액이 절실하다. 돈이 없는데 일단 성과부터 내라는 것이 국회의 입장이다. 기초연구는 그 특성상 단기에 성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불명확하기 때문에 깨진 항아리에 물 붓는 투자라고 생각하는 시각이 강하다. 4차 산업과 같은 미래지향적인 연구에 대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임에도 투자 미비로 선도하는 연구가 아닌 뒤늦게 쫓아가는 연구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현 실태에서 하루 빨리 탈피해야 한다.
끝으로 병역관련 사항이다. 연구비 투자증가도 지지부진한데 이어 이공계 대체병역제도인 전문연구요원제도 또한 폐지 또는 감소가 매년 이슈화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복무자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대체복무에 대한 기피를 더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16년에 국방부의 발표에 의하면 “병역자원 부족으로 이공계 인재를 위한 병역특례제도를 2023년까지 전면 폐지하고 과학 기술원 및 이공계 대학 박사과정의 전문연구요원제도를 2019년 우선폐지 추진한다”고 밝힌 데 이어 4개의 전국과기원과 서울대 등 학교연합은 “병역자원 감소를 이유로 국가 미래를 책임져야 할 핵심 이공계 인력의 연구경력을 단절시켜 국가경쟁력 악화를 유발케 하는 결정은 국방 인력자원을 양적 측면에서 근시안적인 접근이고,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한 첨단 국방기술 및 무기체계로서 확보되는 것이 핵심인 현대 국방력에 병역자원 감소문제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바 있다. 이렇게 양측 입장이 첨예한 상황이지만 이와 관련한 정확한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발표된 서울대 공대·자연대 대학원 경쟁률을 보면 공대는 2014년 간신히 정원을 채웠지만 자연대는 0.87:1로 정원미달이 됐다. 이후 2015~2018년도까지 공대·자연대 모두 정원미달을 기록해오고 있다. 정부가 지원한 석·박사통합과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대의 경우 5년 전 1.15:1로 간신히 정원미달을 막은 이후 올해까지 정원이 채워지지 않았고 자연대도 작년 1.15:1로 간신히 정원은 채웠으나 올해 미달이 났다. 미달 사태는 더 이상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부는 부족한 예산을 핑계로 3년 전 석·박사통합과정 지원을 중단했다. 2018년 연구비 인상을 약속했지만 작년 말 예산 발표에서 돌연 삭감돼 연구진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학계에서는 미약한 투자로 인한 절박함과 연구자중심의 정책 부재를 정부가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오히려 정부가 조성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정부가 당초의 계획대로 4차 산업혁명을 효과적으로 도모하기 위해선 이공계 대학 육성방향의 일환으로 장학제도를 폭넓게 확대하고, 연구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처우개선을 시급히 다룸과 동시에 연구자중심의 정책들을 펼쳐야한다. 국내 우수한 인재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4차 산업에 대한 비전이 제대로 설 수 있음을 정부는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