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웠던 자들은 치사찬란하게 써내려가기도 하고 논리적 화장으로 멋부리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그 사람은 그냥 농사꾼일 뿐이다 제 철되면 모판 들고 다니고 한 철이면 김매러 다니고 갈이 오면 알곡 하나 더 거두려는 일꾼 중 상 일꾼이다 어눌한 말조리 걸음걸이 뒤틀려도 일 년 여름살이에 겨를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게 그의 삶이요 문학이요 지식이다
동대문 평화시장 전태일 마냥 다리 붇도록 일해도 남는 건 탈진한 몸뚱이 가면 갈수록 피폐해지는 고단한 하루 세상 확 뒤집어 졌으면 하는 건도리가 아니고 그저 속앓이 하며 소리내는 거 이 땅이 누구 땅인가 사람 땅 아닌가 돈 있는 치들만 사람인가 하늘이 사람인 것을 뉘가무어라 할 사람있는가 반상으로 나누는 게 하늘 이치는 아니지 이 좁아 터진 조선 땅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야 하는데 툭하면 사람 목숨 파리던가 그리하여 이 한 뭄뚱이 내걸고 일어났지 목숨 귀한 걸 알면 인간이 귀한 걸 알 텐데 그렇지 않고서야 개 돼지런가
농사꾼은 안다 고수레 기우제 하는 것도 인간이 약하디 약한 걸 그래서 농민이고 농사꾼아닌가 동학접주노릇 볼품없이 생긴 얼굴 작은 키 몸뚱이에서 빛나는 형형한 눈빛 세상을 뒤집어 놓을 기세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의지 몸이 부서져라 움직임에 성난 민초들 모여들었다
하늘이 민심이다 사람이 하눌님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다 일어나라 조선 땅이 개도(改土)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동학년 그 해는 온통 핏빛이었다
종로통에 보인 눈 빛 그게 인심이고 민중이고 하늘인 것을 제폭구민(除暴救民)-폭력을 없애고 스스로 구하자- 사람이 대접받고 사는 나라 더불어 행복한 나라 녹두선생이 꿈꾸는 날이 언제 오려나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을 텐데 종로에 앉은 녹두장군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