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여러 단어들을 발음하다 보면, 글자는 똑같은데도 발음이 다른 희한한 경우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우선 우리말의 소리규칙 가운데, 탈락이라는 규칙이 있다. 두 단어가 만날 때, 한 소리가 탈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아들/과 /님/이 만나면 /ㄹ/이 탈락하여, /아드님/이 되는 경우다. 이러한 예들은 상당히 많다. /딸/과 /님/이 만나서 /따님/이 되 고, /솔/과 /나무/가 만나서 /소나무/가 되는 경우들도 마찬가지다. /불/과 /삽/이 만나 /부삽/이 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달/과 /님/이 만나면 /다님/이 되지 않을까? 왜 /별/과 /님/이 만나면 /벼님/이 되지 않을까? /불/과 /고기/가 만나면 왜 /부고기/가 되지 않는 것일까? 뿐만인가? /물/과 /고기/가 만나도 역시 /무고기/가 되지 않는다. 얼핏 생각하면, 초등학생 수준의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 노엄 춈스키(Noam Chomsky)는 언어학자는 언어현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글쓴이가 공부가 짧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한편, 앞의 /불고기/와 /물고기/는 또 다른 궁금증을 유발한다. 똑같이 /불/과 /고기/, /물/과 /고기/의 결합인데 왜 /불고기/는 [불고기]로 발음하고, /물고기/는 왜 [물꼬기]로 발음할까? 물론 이 문제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불고기/는 불에 구운 고기이고, /물고기/는 물에서 사는 고기이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럼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왜 /김밥/은 [김:밥]이고, /비빔밥/은 [비빔빱]인가? ‘김’에 말아서 먹으니까 [김:밥]이고 야채나 여러 음식에 비벼서 먹으니까 [비빔빱]인가? 그 이유를 언어학적으로 알고 싶다. 더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자. 왜 잠을 자는 자리의 /잠자리/는 [잠짜리]이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잠자리/는 [잠자리]인가? 이는 솔직히 본인의 생각으로는 한 단어냐 두 단어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한국어는 음소문자이다. 즉 소리글자라는 뜻이다. 그런데 똑같은 글자의 두 단어를 달리 발음해야 한다는 사실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한 것들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들은 정말로 우리 국어가 난공불락의 언어임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현상들의 대표적인 것으로 이러한 것들도 있다. 어떠한 것을 느껴서 안다의 /감지(感知)/는 [감지하다]에서처럼 [감지]로 발음하는데 ‘머리를 감지 않았다’의 /감지/는 왜 [감찌]인가? ‘사실을 안다’의 /안다/는 [안다]인데, ‘품에 안다’의 /안다/는 왜 [안따]인가? 물론 ‘사실을 안다’의 /안다/는 기본형이 /알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왜 똑같이 써 놓고 다르게 읽어야 하는가?
물론 아무리 음소문자라고 해도, 소리환경에 따라 다르게 소리가 난다는 것은 우리말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어의 알파벳도 이렇게 하나의 문자가 다르게 발음된다. /asia/의 /a/는 [아]로 발음하지만, /ace/의 /a/는 [에이]로 발음한다. 똑같은 /live/도 동사는 [리브]로, 형용사는 [라이브]로 발음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한국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언어를 막론하고,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본인에게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언어의 이 야누스적인 현상! 하나인데 둘의 모습을 지닌 소리의 미스터리! 나는 무더워지는 언어 산책로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