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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 체리피킹과 확증편향(確證偏向)

소통을 거부하는 '확증편향'
이규임 기자 / 입력 : 2018년 03월 26일
 
ⓒ 포천신문  
영어에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란 말이 있다. 체리피킹이란 예쁘고 잘 생긴 체리만 딴다는 말이다. 체리란 버찌를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은 다양한 대상(對象) 중 자신에게 좋은 것만 고른다는 의미로 쓰인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와 근거만을 채택하고 이에 반하는 것들은 애써 무시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의 다른 말이다. 확증편향(確證偏向)은 소통(疏通)을 거부한다. 내 입맛에만 맞는 데이터만 주장한다.

굳이 다른 주장과 견해를 경청해 심적인 불편을 겪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다른 주장을 펴는 사람이나 그룹을 ‘적(敵)’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래서 확증편향은 위험하다.

로마에서 승리하고 귀환하는 개선장군 바로 등 뒤에 노예가 하나 바짝 붙어 귀엣말로 이렇게 되뇌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직역하면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무슨 뜻일까. ‘지금 연도에 있는 수많은 시민이 당신을 신으로 추앙하고 있지만 당신도 역시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잘나간다고 우쭐대지 말고 그런 때일수록 더욱 겸손 하라.’ 인간은 본능적으로 잘나갈 때 기세등등해진다. 그러면 어떻게 비칠까. 교만하게 비친다. 반면 못 나갈 때는 비굴해 보인다. ‘잘 나갈 때 겸손하고 못나갈 때 당당 하라’는 말이다.

권좌(權座)에 있다고, 리더의 위치에 있다고, 확증편향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리더는 다음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리더는 남에게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부하도 밑의 부하에게 명령만 내리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리더는 자신에게 명령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 되려면 다른 사람에게 많이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자기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둘째 리더는 스스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 일은 내가 직접 챙기겠소.” 이렇게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하는 프로젝트 치고 성공하는 예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론이 이미 나 있기 때문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한다.

셋째 리더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니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자네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하게. 아니 시키는 거라도 제대로 하란 말야.” 리더는 평소에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 그런 리더 밑에서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겠는가.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내가 책임을 다 지겠다고 나서는 순간 다른 사람은 자유의지가 없는 존재(存在)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리더는 책임을 나눠줘야 한다. 부하들과 책임을 나눌 줄 아는 리더라야 조직을 활성화(活性化)시킬 수 있다. 적재적소(適材適所)를 말하는 이유이고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말하는 이유이다. 능력이 모자라서 제갈량(諸葛亮)을 세 번씩이나 찾아갔겠는가.

마침 세종실록으로 본 세종대왕의 5단계 대화법이 머리를 스친다. 첫째는 이위하여(以爲何如), “어지하면 졸겠는가”라고 물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두 번째는 경언심가(卿言心嘉), “그대의 말이 매우 좋다.”고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세 번 째는 자부지자(自不知者), “나는 잘 알지 못 한다”며 겸손하게 의견을 듣는다. 네 번 째는 소술선지(紹述先志), “이전 의견을 검토하자”며 생각과 사람을 연결한다. 다섯 번째는 성심적솔(誠心迪率), “진심을 다해 솔선 한다”며 책임지고 대화를 실천한다. 세종대왕은 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대신들의 중지(衆志)를 모아 좋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위대한 세종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좋은 버찌만 따려고 해서는 안 된다. 확증편향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잘못된 보고가 나라를 그르쳤다는 사실을 조선통신사의 행적에서 배워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실보오국(失報誤國)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을 포용하고 모든 의견을 수렴(收斂)해야 한다. 거기서 공유가치(共有價値)를 정립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나가야 한다. 부국강병의 길이, 나라의 정체성이, 거이게 있음을 절감(切感)해야 한다.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규임 기자 / 입력 : 2018년 0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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