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굴재’는 내 고향 포천의 선단동(선단리) 한 가운데에 있는 동산으로 우리 선산이기도 하다. 동리 사람들은 ‘원현’보다는 ‘둥굴재’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성격이 둥굴어졌으면 해서 원현 이라고 호(號)를 접한다.
윗글은 1940년 2월 25일 선단리 209번지에서 탄생한 전주 이씨 무림군파 학유공소종중 11대 사손(祀孫) ‘병삼공(秉三公)’을 부(父)로 해주 윤씨 ‘양이(良伊)’님을 모(母)로 2남 5녀 중 막내로 태어난 원현(圓峴) 이웅묵(李雄黙)님의 수상록(隨想錄)의 표지글이다. 수상록의 세장을 넘기면 원현 이웅묵님의 근영(사진)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명인(名人)의 모습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내 고향 포천의 선단리에서 태어난 명인 원현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70고희(古稀) 자서전이 바로 ‘둥굴재 삶’이다. ‘효자이고 싶었던 효자의 효행’, ‘인연’, ‘가족 간에 나눈 글’, ‘출가하는 딸들에게 당부하는 글’, ‘친구 간에 오고 간 글’, ‘자신의 취미’, ‘웅지(雄志)를 담은 기고문’, ‘일본, 미주, 중국 등 흥미로운 기행문’, ‘시작 모음’, ‘일기문’ 등 첫 장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면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견디게 하는 끈끈한 마력의 문장들은 독자들을 가슴 찡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금강송(金剛松) 같은 삶 속에 묻어 나오는 선비의 향기가 ‘존경과 신애’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허세와 과장된 자랑 일변도의 자서전이나 남의 논문 인용 투성이인 자전적 논문집, 사탕발림과 판매부수를 인식한 수상록 등 사이비 지성인의 저서가 판치는 세상에 금강송을 바라보며 옛 동산 언덕에 올라 고향 내음 맡으며 읽는 명저서 ‘둥굴재 삶’은 읽었다는 자체만으로도 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포천 선단초교, 서울 경동중·고교, 중앙대 법학과 졸업, 사법 행정요원 예비시험 합격, 사법·행정고시 본 고시보다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예비시험에 합격한 천재적 두뇌와 학구열이 넘치는 학자였으며 사회의 쓸모 있는 인재였던 ‘원재’였다. 언론계나 정계나 기업인으로서의 삶 속에서 몸부림치는 지성(知性)의 불꽃이 또 다른 지성들의 감동으로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이야기가 ‘둥굴재 삶’의 곳곳에 향기롭게 묻어난다.
‘수신제가연후치국평천하(修身齊家然後治國平天下)’라는 선비의 기본 덕목을 안존히 실천한 선비 원재의 삶이었다.
포천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는 필자의 오만한 편견을 깨뜨리는 순간이 바로 둥굴재 이야기를 읽는 순간이었다. 초판 2쇄의 많은 독자들의 열망을 들어 안겨 만족케 한 원재의 마음자리가 또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