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아침이면 나는 밤새 후줄근하게 늘어진 그를 일으켜 세우고 팔에 꿰어 온종일 업고 다닌다 그를 손에 들기조차 귀찮아 그 밝은 얼굴을 대하기조차 버거워 가끔 그를 구겨서 가방에 넣고 빌딩으로 든다 그에게 머리와 팔과 휴대폰과 가방을 맡기고 그를 개처럼 이리저리 끌고 다녀도 그는 싫은 내색을 않는다 때로 나는 그를 깔고 앉거나 나를 따라온 그를 벽에 세워두고 나만 집으로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죽정이인 나를 날마다 채워준다 그러나 날마다 채워지는 나는 날마다 죽정이가 된다 나는 그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는 채 그 소중함을 남용한다 이제 그의 생은 겨우 오십억 년 남았고 나의 삶은 아직 삼십년이나 남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함부로 그를 대하다가 그가 사라질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