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時局)에 따라 새로운 말이 명멸(明滅)하기도 하고 각광(脚光)받기도 한다. 마중물과 고인물이라는 말도 그 중 하나다. 마중물이란 펌푸로 물을 퍼 올릴 때 먼저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을 말하는 것이다.
수도가 없을 때 우리는 펌푸를 묻어 물을 퍼 올렸다. 펌푸로 물을 퍼 올리려면 먼저 물을 한 바가지 붓고 빨리 빨리 펌푸질을 해야 한다. 이처럼 물을 퍼 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을 가리켜 마중물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한 바가지의 물로 많은 양의 물을 끌어올리듯이 어떠한 일의 견인(牽引)역할을 하는 단초를 가리켜 마중물이라 풍자(諷刺)한 것이다.
마중물은 끌어올리는 물이다. 움직이는 물이고 살아있는 물이다. 반면 고인물은 정체(停滯)된 물이다. 흐르지 않는 물이다. 물이 흐르지 않고 정체되면 부패(腐敗)하기 시작한다. 썩기 시작한다. 마중물과 고인물은 이처럼 상반(相反)되는 작용을 한다. 일을 한다. 마중물이 제 역할을 하고 효과를 보려면 고인물이 되지 않아야 한다. 마중물이 고인물이 되는 순간 모든 일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기 때문이다. 물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매사 모든 일이 그러하다. 혁신(革新)하고 개선(改善)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부패한다. 만네리즘에 빠져 몰락(沒落)하고 만다. 쇠퇴(衰退)하고 만다.
요즘 세간에 마중물 효과가 회자(膾炙)되고 있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에서 말하는 마중물 효과의 경로는 ‘공공 부문 일자리-임금-소비-경기활성화-민간 부문 일자리’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민간 부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고 미미하거나 공공부문에 머물고 만다면 어찌되겠는가? 고인물이 되고 만다. 경기 활성화가 민간 부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가져다줘야 하는데 그게 어디 그렇게 쉬운가. 얼핏 생각하면 경기 활성화가 당연히 일자리를 늘리게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양질의 일자리는 더더욱 그러하다.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이다.
민간 기업에만 화살을 날려서는 안 된다. 민간 기업에서 고용(雇用)을 늘려야 한다면 적어도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기업은 정부가 원한다거나 매출이 조금 증가한다고 해서 바로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게 될 때에 본격적으로 고용을 늘린다. 둘째 기업은 해고(解雇)나 비정규직 고용이 쉬울수록 일자리를 과감하게 늘린다. 셋째 기업에 노동과 기계는 종종 대체재(代替財)이다. 요즘 영화관이나 햄버거집에 가보면 인력 대신 기계를 설치해 주문하게 한다. 이런 과도한 자동화가 또 일자리를 줄인다. 기업에만 화살을 날려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마중물을 붓기 만 한다고 물이 나오지 않는다. 펌프질을 해야 물이 나온다. 무슨 말이냐? 후속대책을 강구(講究)해 밀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공정한 경쟁 씨스템을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자유화하고 노동시장 유연성(柔軟性)을 높여야 한다. 과도한 자동화에도 신경 쓰고 기업에 일자리를 만들 자유를 주어야 한다. 경제에 관한 한 국가주의(國家主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 도약(跳躍)은 어렵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은 규제가 아니라 복지(福祉) 프로그램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도 퍼주기 식이 아니라 생산적이어야 하고 근로의욕(勤勞意欲)을 북돋아주는 것이어야 한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단 만들어지면 그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세금이 소요(所要)된다. 증세 논쟁만 할 것이 아니다. 세금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듯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내부개혁 없이 증원만 하면 이 마중물은 곧바로 고인 물에 합류(合流)하고 만다. 그리 되면 일자리 정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만다. 청년층이 선호(選好)한다는 이유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수치뿐 아니라 속도에 집착(執着)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도 마중물이 고인물이 되지 않도록 정책다운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