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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과 비정규직 제로화


황정민 기자 / 2000jungmin@hanmail.net입력 : 2017년 05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스승의 날인 15일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세월호 침몰 당시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 교사와 7반 담임 이지혜 교사는 탈출이 가능했던 5층에서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국가는 이들이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 신분이 아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지난 3년간 순직 심사 대상에 조차 포함시키지 않았다.

함께 순직한 일반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스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자신들의 목숨을 다해 지켜냈지만 그 후에 돌아온 것은 비정규직의 차별 뿐이었다. 이들을 비정규직이라는 잣대로 솎아낸 정부가 이들이 어린 생명 하나하나를 구해내고 있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사고 당시 김초원 교사는 26세, 이지혜 교사는 31세였다. 그간 유족들이 겪었을 아픔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이 모순 가득한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문 대통령은 “공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공직자의 경우 정규직, 비정규직 등 신분과 관계없이 순직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두 분의 순직을 인정함으로써 스승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다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곧바로 순직 인정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참 쉽다. 대통령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두 교사의 유족과 기간제 교사들은 물론 시민단체들도 ‘단원고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30만 명의 서명을 받았고, 교육부, 국회 입법조사처,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두 교사의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인사혁신처는 이들이 공무원연금법상 교육공무원이 아닌 민간 근로자라고 판단하며 순직 인정을 3년 동안 거부해 왔다. 세월호와 관련된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침묵하고 회피하던 박 전대통령의 모습 그대로다.

이번 문 대통령의 지시는 세월호 참사라는 특정 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겠다는 정부 방침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임기 안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장관급 부위원장엔 행자부, 건교부 장관과 관세청장, 국세청장 등을 거친 이용섭 전 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또한, 일자리위원회에 비정규직 단체 대표까지 포함시켜 비정규직 문제를 일자리위원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올해 3월 말 현재 정부 산하 공공 및 부설 기관 355곳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은 14만4000여 명으로 전체의 33.6%를 차지한다. 공공기관 4곳 중 1곳은 비정규직 비율이 50%를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또한, 지난해 국내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54%에 그쳤다. 이렇듯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의 원천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부터 전체 근로자의 30%가 넘는 비정규직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0%대 초반으로 낮추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비정규직문제는 고질적 난제다. 지난 정부들도 중점적으로 이 문제 해결을 추진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공공기관의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자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데 결국 세금 등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으며, 채용시장의 공공부문 편중은 더 심해지고, 경영 효율도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을 줄이려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조치가 따라야 하며 고임금 정규직 근로자들의 양보를 수반하는 임금체계 개편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월호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 인정과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은 문 대통령의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오픈 세레모니라 할 수 있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지만 정부가 얽힌 실타래를 풀듯 차분하게 단계적인 정책을 내놓고 기업,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발을 맞춰 준다면 21세기형 한강의 기적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도 있다.

황정민 기자 / supemini@gmail.com
황정민 기자 / 2000jungmin@hanmail.net입력 : 2017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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