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이 얼마남지 않았다. 촛불 집회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부정부패한 대통령을 탄핵시켰고,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보여주었다. 사람을 처벌하고 구속시키기만 하면 적폐가 청산되는 걸까? 진정한 적폐 청산은 무엇일까?
'적폐(積弊)'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뜻하는 말로 '적폐 청산론'은 '쌓이고 쌓인 폐단들을 청산해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폐단을 없애자는 뜻이다.
지금 대선 정국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말하는 이 '적폐 청산론'은 '그간의 박근혜 정권에서 보였던 폐단들, 특히 정치검찰이라든가 국정원의 정치개입 등 국가 권력의 사유화 부분을 일소하자'는 주장과 관련되어 있다.
촛불 하나하나가 연인원 1600만 명의 촛불로 국민의 힘이되어, 각종 비리가 폭로되고 대통령을 파면시키는 결과까지 가져왔다. 그런데 촛불의 성과가 이것만으로 끝난다면 촛불민심의 결과는 미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역사를 보면 3.1운동이 일어나 2백만명이 운동에 참여했지만, 결국 일제의 무력 앞에 실패했다. 그러나 실패가 실패가 아닌 이유는 그 결과로 상해 임시정부가 만들어져 대한민국의 건국 기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4.19혁명이 혁명이라고 불리우는 이유도 이승만 정권이 물러났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 개정을 통해 제2공화국이 수립되었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항쟁 때는 직선제 개헌을 통해 제6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이렇게 민중의 시위가 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왜 최순실 국정농단과 같은 비선실세 문제가 발생하게 된 걸까? 이건 박근혜 정부 때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태우 정부 때는 황태자, 김영삼 정부 때는 소통령, 김대중 정부 때는 홍삼 트리오, 노무현 정부 때는 봉하대군, 이명박 정부 때는 만사형통, 이런 식으로 늘 비선 문제가 발생했었다. 원인은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나 막대하기 때문이다. 권한이 막대하니까 그 측근이 아무 공식적 직책도 없이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권력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적폐 청산을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첫째,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내각으로 분산시키는 일이다. 즉,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분산시키는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 헌법 개정을 해서 제도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실질적인 적폐 청산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만 처벌하면 적폐 청산이 다 되는 걸까? 아니다. 이것은 적폐 청산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둘째, 우리나라는 권력이 대부분 중앙 정부에 집중되어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권력 배분이 8:2이다. 최소한 6:4 정도가 되도록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 즉, 지방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중앙 정부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으면 중앙 권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니까 경상도니 전라도니 하는 지역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으며, 지방 분권을 강화하면 지역 갈등이 사라지게 된다.
셋째, 우리나라는 선거 제도가 승자독식 구조로 되어 있다. 경상도에서는 특정 당이 싹쓸이를 하고, 전라도에서도 특정 당이 싹쓸이를 하는데, 실제 득표는 6:4가 나온다. 득표가 6:4이면 국회의원 수도 6:4로 나와야 하는데 10:0이 나온다. 이런 구조는 양당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새로운 정치 세력이 진입할 수 없게 만든다.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선거 제도를 비례 연동형으로 바꾸어서 국민의 지지만큼 국회의원이 당선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부가 소수에게 너무 많이 몰려있다. 재벌과 권력이 결탁되어 있고, 그들의 부정한 결탁이 초법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법의 범위 안에서 결탁한 것이 아니고, 법을 무시하고 결탁이 이뤄지고 있다. 법 앞에서 모든 국민은 평등해야 한다. 재벌이 국가 경제의 위기를 내세우면서 자꾸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이렇게 헌법 개정과 선거법 개정까지 이뤄내야 지난 30년 동안 계속된 적폐를 실질적으로 청산할 수 있다.
진정으로 적폐를 청산하는 방법은 적폐를 일으키는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물론 사람도 청산해야 한다. 그러나 인적 청산보다는 제도적 변화를 더욱 핵심에 두어야 한다.
제도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의회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적어도 3개 정당의 지지를 받아야 헌법 개정과 선거법 개정이 가능하다. 연대와 대통합을 통해 협치를 해야한다.
적폐 청산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인적 청산보다는 제도적 변화에 더욱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의회에서 최소한 180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편 당과도 연정을 해야 실질적인 적폐 청산이 가능하다. 연정을 하지 않고 적폐 청산을 하겠다는 것은 메시지가 선명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한 주장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청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상대의 저항을 불러와서 결과적으로는 적폐 청산이 어려워진다.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제도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협치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협치를 하려면 상대의 동의를 얻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우리가 원하는 변화만 100% 요구해서는 안 되고, 상대도 동의할만한 핵심적인 적폐를 1차로 청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재벌과 권력의 정경 유착, 불균형한 성장과 배분을 청산해야한다. 소수만이 잘살고 다수가 빈곤한 사회가 돼서는 안되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구성원 다수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불균형한 분배, 정의롭지 못한 경제는 건전하고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경제는 장시간 국민경제를 호전시키는게 불가능하다. 정치와 더불어 성장과 분배의 이데올로기적 색깔 논쟁을 극복할 수 있고 한국사회와 경제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현명함과 포용력을 가진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