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거판을 보면 두 개의 포퓰리즘(Populism)이 난무(亂舞)하고 있다. 하나는 퍼주기이고 다른 하나는 벌주기(Penal)이다. 퍼주기 포퓰리즘은 선거철에 나타나는 단골이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하다. 대통령 탄핵(彈劾)으로 여당이 사라진 틈을 타 옛 여권까지 가세(加勢)하고 있어서다. 청년 수당제, 고용 할당제(割當制), 기본소득세(基本所得稅)는 물론이고 군복무(軍服務) 1년 단축(短縮), 가계부채 탕감(蕩減), 최저임금 1만원까지 메뉴도 다양(多樣)하다. 가지가지이다. 대부분 경제학적으로 논란이 끝나지 않았거나 재정 부담(負擔)만 늘리고 실패(失敗)할 가능성이 큰 것들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벌주기 포퓰리즘은 본래 범죄학(犯罪學)에서 쓰는 용어이다. ‘범죄를 엄하게 다뤄야 한다’는 포퓰리스트(Populist)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論難)이 일기도 한다. ‘그들의 목적은 범죄 해결이 아니라 징벌(懲罰) 자체’라고 비난(非難)받기도 한다. 그런데 벌주기 포퓰리즘이 정치로 옮겨오면 유권자에게 ‘달콤한 응징(膺懲)의 환상(幻相)’을 심어준다. 응징의 대상은 가진 자와 힘센 자들이다. 이때 투표는 평소의 억눌림이나 시기(猜忌) 질투(嫉妬) 같은 것들을 분풀이 삼는 강력한 통로(通路)가 된다. 정치인들은 서민(庶民) 유권자의 이런 환상을 부추기고 이용하는 데 천재적(天才的)이다.
두 개의 포퓰리즘이 결합하면 어찌 되는가? 말할 것도 없이 그 위력(威力)은 더 커진다. 그리고 그 결과는 뻔하다. 망국(亡國)이다. 그런데도 우리 주자들은 두 포퓰리즘을 자유자재(自由自在)로 쓴다. ‘적폐(積幣) 청산’이란 이름으로 벌주기 포퓰리즘에 앞장서 포효(咆哮)한다. 재벌 기득권(旣得權)은 물론이고 우등생과 능력자를 벌주겠다고 한다. 특목고 폐지나 성과연봉제 폐지 같은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그뿐인가? 아니다. 세금으로 81만 개 일자리를 만들어준다거나 가계부채를 탕감해준다거나 하는 퍼주기를 남발(濫發)하고 있다. 이 모두 망국으로 가는 길이다. 그리스나 남미 나라들의 몰골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런 망국적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답(答)은 나와 있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퍼주기는 지금부터 서둘러 제도(制度)를 만들면 어느 정도 거를 수도 있다. 네덜란드식으로 하면 된다. 정당이 선거 공약을 등록하면 재무부가 비용을 계산한 보고서를 선거 전에 공표하는 것이다. 국가 재정을 다루는 재무부의 전문성(專門性)을 활용하면 신뢰(信賴)할 수 있는 숫자를 내놓을 수 있다. 여당이 사라진 지금이 적기다. 기재부와 국회가 ‘공약 검증단’을 만들면 된다. 5당이 협의(協議)해 선거법을 바꾸면 된다. 어떤 공약(公約)에 얼마나 돈이 드는지 제시하도록 제도를 만들면 된다. 선관위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벌주기 포퓰리즘은 그야말로 답이 없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누군가 ‘적폐’란 주홍글씨를 한 번 새겨놓기만 하면 시민들은 분노(憤怒)하고 언론은 불을 붙이고 정치인은 폭발(爆發)시킨다. 정권이 바뀌고 나면 잠시 조용해지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다음 선거 때면 또 ‘벌주기’가 반복된다. 나보다 더 가지거나 더 똑똑한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을 때까지 지속(持續)된다. 그런 유권자가 그런 지도자를 뽑는다. 유권자가 정신 차려야 한다. 유권자가 퍼주기와 벌주기에 현혹(眩惑)되어서는 안 된다. 공짜를 바라서도 안 되고 시샘을 해서도 안 된다. 나라를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국제정치 상황(狀況)이 어떠한가? 우리의 정치 지도자가 이념(理念) 외교가 아니라 실용주의(實用主義) 외교를 펼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사(志士)형이 아닌 책사(策士)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분명하게 국가 이익을 설정하고 그 관점(觀點)에서 다양한 파급효과를 고려하고 치밀(緻密)하게 계산해야 한다. 또한 그것을 집행해나갈 수 있는 실행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주자들은 어찌해야 하는가? 발상(發想)을 전환(轉換)해야 한다. 신념의 포로(捕虜)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直視)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있다. 퍼주기와 벌주기에만 올인 할 때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