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이중희] 참, 면목(面目)들이 없다
이중희 기자 / ijh460325@hanmail.net 입력 : 2017년 04월 03일
 |  | | | | ⓒ (주)포천신문사 | | 박근혜 전대통령이 결국 구속돼는 것을 보며 권력무상의 연민을 느끼며 옛 고사가 생각나 이 글을 써본다.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記)에는 면목(面目)이라는 말이 나온다.
면목이라 함은 문자 그대로 '얼굴과 눈'을 말하는 것이다.
유방(劉邦)과 항우가 천하를 두고 쟁탈전을 버릴 때 항우가 유방에게 쫓기어 사면초가에 몰린 항우는 모든 군사를 잃고 20여 기 남은 기병과 함께 오강(烏江)기슭에 도착했다.
그곳을 지키던 관리가 보고한다.
"강동(江東)이 비록 작으나 땅이 사방 천리가 되고 백성이 수십만이 있습니다, 족히 왕업(王業)을 이룰 만 할 곳입니다, 대왕께서는 빨리 강을 건너십시요"라고 진언한다.
항우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하늘이 나를 버렸는데 강을 건너면 무엇하겠는가. 내가 강동을 떠날 때 강동 젊은이 8.000여 명이 나를 따랐는데 그들이 다 죽고 없는 지금 그 부모형제들이 나를 불쌍히 여겨 왕으로 받아준다 해도 내가 무슨 면목(面目)으로 그들을 대하겠는가" 하며,
오강의 관리에게 자신의 말을 하사하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5년 동안이나 이 말을 탔는데 하루에 천리를 달리고 그 어느 말도 이 말을 따르지 못한다, 차마 이 말을 죽일 수 없으니 그대에게 주노라"하며 항우는 끝내 오강을 건너지 않았다.
장수가 말에서 내린다는 것은 전장(戰場)에서 떠날 때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밀려온 유방의 한나라 군사 중에 자신의 옛 부하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말하기를
"내 머리에 현상금이 천금이 걸렸다 하니 내 그대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리라 "하고는 칼로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참으로 면목있는 사나이다운 영웅호걸이라 하겠다.
이처럼 면목이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란 뜻의 '염치'와 같은 동의어가 된 것은 인간의 몸에서 부끄러움을 가장 잘 알고 잘 표현하는 기관이 얼굴과 눈이기 때문이다.부끄러움을 알았을 때 얼굴은 붉어지고 눈은 내리 깔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정치를 하려면 특이한 신체구조를 갖게 되는가 보다.
아니면 특이한 신체구조를 가져야만 정치라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참으로 면목들이 없다.
아예 부끄러움을 모르는 심장구조를 가졌거나 부끄러움을 금방 잊어버리게 설계된 선택적 망각회로를 따로 가졌는가 보다.
아무리 면목없는 짓을 해도 낯빛이 변하는 법이 없고 두 눈은 상향등처럼 고정돼 결코 밑을 향하지 않는다.
지난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막무가네 호위무사들의 처신을 보면 참 너무 면목들이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8명의 대법관 만장일치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판결을 받고도 할 말들이 많으니 국민이 보기에는 너무나 면목들이 없어 기가찰 노릇이다.
직언(直言)은 하지 않고 아첨들만하여 최순실같은 족속들이 국정농단을 마음대로하여 주군이 쫓겨나 구속까지 됐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박근혜 전대통령이 직언(直言)을 싫어하고 아첨을 좋아한 결과이다.
이중희 / 포천신문 대표이사, 포천문화원 부원장 |
이중희 기자 / ijh460325@hanmail.net  입력 : 2017년 04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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