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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칼럼] 일본의 장래가 걱정된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7년 03월 22일
 
↑↑ 농암 김중위 전 사상계편집장, 환경부 장관
ⓒ (주)포천신문사 
<지난 2015년에 나는 이런 글을 발표 한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은 변함이 없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그 때의 글을 독자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금년은 을미년이다. 환희의 광복 70년과 아픔의 민족 분단 70년의 역사에 더하여 치욕의 을미사변을 되새기게 하는 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을미사변과 함께 광복70년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을미사변은 일본이 조선 병탄을 위해 저지른 만행이다. 1895년 10월 8일 새벽(음력8월20일). 서울에 주둔중인 일본 군인들이 느닷없이 경복궁을 침입한 뒤 남의 나라의 황후(명성황후)를 시해하였다. 명성황후가 친·러정책을 쓰면서 일본을 견제하려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부터 꼭 120년전의 일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치욕이다. 그러나 우리는 을미년이면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할 우리의 역사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런 치욕적인 일이 있었을까? 우리에게는 물론 치욕이지만 일본으로서도 그에 못지 않게 수치스러운 사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 사건을 두고 어느 때 한번 수치라고 여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예 그런 사실이 없었던 것인양 시치미를 떼고 있으니 말이다. 적반하장격으로 도리어 2차대전 최대의 침략군이면서 피해국인 것처럼 위장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다.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아시아인은 2,000만명이 희생당했다. 물론 자국민도 310만명이나 된다. 그러나 현재의 아베정권에서는 처형당한 일본의 전범마저 억울하게 죽은 전쟁의 영웅으로 대접하여 추모하려고 음모를 꾸민다.

그래서 필자는 일본의 장래가 걱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도 밝지가 않아 걱정인데 일본의 장래까지 걱정한다는 것은 분명히 주제넘은 짓이다. 그러나 일본의 미래가 밝아야 우리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 믿고 있는 필자의 시각으로서는 일본의 미래를 우리의 미래와 함께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이 갈등하면 할수록 한·일 모두에게 이득될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아베정권이 총선에서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로 재신임 받았다고 마냥 즐거워 할 일만은 아니라 여겨진다. 그의 행보와 발언은 끊임없이 일본 주변국이 입은 아픈 상처를 건드려 상처의 깊이를 더욱 덧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배정권은 지난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줄곧 과거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행위의 족적을 지우기 위해 온갖 음모와 노력을 다해 오고 있다. 침략전쟁 자체를 부정하면서 위안부문제에 있어서도 과거 그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마저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미국의 교과서가 일본의 위안부문제를 다루자 이를 수정해달라는 로비를 벌렸다고 해서 미국의 지식인들로부터 호된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미국의 일본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이제는 예의를 갖추고 침묵할 때는 지났다”던가 “일본이 도덕적 잣대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사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보니 아베총리의 행보가 마냥 꼬이기 시작하고 있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와 같은 2차대전의 A급전범들이 합사(合祀)되어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당당하게 하던 사람이 이제는 예루살렘에 있는 홀로코스트 추모관을 방문하여 이 또한 염치도 없이 당당하게 참배하였다. 홀로코스트(the Holocaust)란 무엇인가? 일본과는 동맹국이었던 독일의 나치스가 유대인을 대대적으로 학살한 역사적 사실을 말한다.

아베총리는 추모관에서 “나는 오늘 특정민족을 차별하고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인간을 어느 정도 까지 잔혹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배웠다고” 말하면서 “차별과 전쟁없는 세계, 인권을 지킬 수 있는 세상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방명록에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글을 쓰는 동안 그의 부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던가?
아베총리가 홀로코스트 추모관을 찾아간 것에 대해 무슨 시비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의 그런 행보를 통해 그가 과연 “특정민족을 차별하고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얼마나 잔혹한가를 정말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알고 싶을 뿐이다. 독일나치가 저지른 범죄행위의 잔혹성은 이해하고 일본인들이 아시아인들에게 가한 끔직한 잔혹행위에 대해서는 짐짓 눈을 감아버린다면 그것은 일본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커다란 위선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독일전문가라고 하는 어떤 이는 “독일의 현세대는 나치체제로부터 물려받은 죄는 없지만 문제를 해결해야할 책임은 있다”고 말하면서 “독일은 세대가 바뀌어도 과거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사죄와 보상으로 그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천명하였다고 한다. 독일의 마르켈 총리도 “세대를 이어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2차대전당시의 동맹국이었던 독일 사람들의 이런 책임의식에 대해서는 잘 알면서도 기어코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 딴전을 피운다. 이것은 분명히 위선이다. 세상은 이 위선에 대해 눈감아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위선은 한 때의 국민이나 한순간의 세계를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언제인가 그 위선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에 나라건 개인이건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장래가 걱정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이라고도 불리우는 보아오(博鰲)포럼이 금년의 주제를 “새로운 아시아의 미래, 공동운명체로 가자!”로 정했다고 한다. 이러한 주제선택은 불가피하게 당면한 아시아인의 과제가 아닐 수 없디. 이 포럼은 금년 3월 26~29일 중국 하이난 성의 보아오에서 열린다고 한다. 아시아의 각국정상들과 각계의 전문가들 3천여명이 모여 아시아문제를 아시아인의 힘으로 풀어나가자고 나선 것이다.

이런 형국에서 아시아의 일본이 아시아인으로부터 외면당한다면 세계 어느 나라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정권은 어설픈 미망에서 하루 빨리 눈을 뜨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농암 김중위 / 전 사상계편집장,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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