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교육대학 총장을 역임한 정동화 박사가 지난 12월에 발간한 ‘한국인의 얼’은 험난한 역사를 극복해 온 한국인의 강인한 정신과 의지를 담아내며,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발췌해 연재한다. <편집자 주>
900여회의 침략을 버텨 낸 ‘악바리 정신’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참극을 딛고 일어서서 20세기 후반까지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거듭했다. 또한, IT,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K-pop을 비롯한 한류 열풍으로 세계 문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어 학습에 대한 붐이 일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을 한국인의 정신에서 찾으려고 한다.
흔히 미국은 개척정신, 일본은 무사도를 만들었다면 우리는 선비정신을 낳았다. 이는 고려와 조산왕조를 이끌어온 동력인 정신적 유산이다. 그러나 21세기 Global시대에 한국의 정신으로 내놓기에는 경제 마인드와 근로정신의 경시 등의 면에서 결정적인 결함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신라 삼국 통일 이전의 민족정신은 토착적인 ‘악바리정신’의 바탕 위에 패기 넘치는 웅혼한 정신이었다. 그 정신으로 고조선은 중국 동북부(만주 일대)에서 한나라와 겨루었고, 고구려는 ‘다물정신’으로 광개토왕 시대를 열어 맹주국이 되었으며, 신라는 화랑도정신을 삼국통일의 주도적 이념으로 삼아 천년문화국을 건설했다.
아울러 장보고는 청해진에서 해적을 소탕하고, 당나라와 일본을 왕래하며 삼각무역을 통해 동방국제 무역의 패권을 잡았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상생지락으로 동양의 르네상스를 이루어 500년의 조선왕조의 기틀을 다졌고, 선조대 명장 이순신은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정신으로 23전 23승으로 조선을 구하였으며, 박정희는 새마을정신으로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이 원동력이 한민족의 강인한 불사조정신이다.
우리는 어려운 지경에 처하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을 많이 쓴다. 우리민족은 지정학적 특성으로 유사 이래 남하하려는 중국과 북방민족인 대륙 세력과 북상하려는 일본의 해양세력이 부딪히는 틈바구니에서 2년에 한 번꼴로 900여회의 침공을 받았으나 악착같이 끈질기게 버티며 살아 강인(强靭)한 정신력을 낳았다.
우리민족은 그 정신으로 계속되는 난국을 극복하며 살아왔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5천년의 보릿고개의 한을 풀어 세계의 경제중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처럼 빛을 본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질경이 정신’이며 ‘오뚝이 정신’인데, 그것이 이른 바 ‘오기(傲氣)’정신이며 혹은 ‘악바리정신’이다.
민족의 ‘얼’이란 국내적으로는 질서를 요구하고 외부의 침략이나 위협에 맞서며, 나나아가서 그 집단의 발전 강화를 요구하는 동력이다. 이러한 ‘얼’은 우리나라의 긴 험난한 역사에서 지혜의 뿌리이며 동력의 핵이었다. 그 강인(强靭)한 정신(얼)은 앞으로 이어져나가야 할 것이다.
동양 삼국 중 한국은 천수답이 중심인데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 등에 비하여 하늘 숭배와 경조사상이 강하다. 그리하여 한국은 치수(治水)의 주체를 농민으로 보아 인내천(人乃天)사상을 낳았다.
이러한 한국(인)의 ‘얼’의 기본 바탕인 사상의 고향은 한 마디로 하늘숭배와 경조사상으로 요약된다. 우리민족은 스스로 천손신민임을 자부하며 여러 부족을 단합하게 했고, 동조동근(同祖同根)의 혈족이라는 의식을 갖게 하여 민족이 위태로울 때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의인과 열사가 많이 나왔다.
부모와 조상을 공경하는 것은 형제자매를 사랑하고 조상을 숭배하는 것으로 곧 동포를 사랑하는 시발이다. 하늘을 숭상함은 곧 인류를 사랑하는 것으로, 그것은 홍익인간이라는 위대한 개국 이념을 낳았다. 그 결과 한국인에게는 인내천사상으로 불의에 분연히 일어나는 전통이 있다. 수많은 국난 때면 지도층은 물론 평민들도 스스로 일어나 의병이 되었다.
그러나 이 ‘선비정신’이 의(義)와 덕(德)만 중시하는 지도자(양반)의 정신이다 보니 근로정신의 결여와 경제력 경시 등의 결함으로 글로벌시대에는 큰 결함이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한국인의 ‘얼’을 탐구하는 목적이다.
이러한 우리의 민족정신은 원천적으로 평화적이지만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여 이들의 침공을 물리치느냐고 강인한 민족정신이 형성됐고, 그것이 상황에 따라 행동의 특징으로 나타난 것이 민족성이고 그 뿌리가 강인한 한국(인)의 ‘얼’이다.
그것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가 중국을 둘러싼 아시아의 여러 민족이 멸망했거나 , 중국 등 다른 대국에 흡수됐지만 우리 민족과 베트남만이 살아남았다. 그 뿐 아니라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적화됐으나 우리나라만이 이를 저지했다. 그것은 어떤 이데올로기도 파괴할 수 없는 전통적인 강인한 정신과 그 핵인 ‘얼’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역사 중 가장 큰 굴곡은 몽고에 굴복당한 40 여년, 일제 강점의 36년이다. 그들은 우리의 고유문화와 정신을 파괴하기 위해 온갖 짓을 다했다. 그 외에 6.25 전쟁은 다른 나라와의 싸움이 아니라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혈육끼리의 싸움이었다.
우리는 험난한 역사를 딛고 일어선 원동력인 ‘얼’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본성이 있는데 그것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GDP 67 달러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하는 경제중진국으로 비약적 발전을 한 원동력은 한국의 ‘얼’이자 그의 발현물인 민족성(국민성)이다. <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