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6. 01. 11. 의정부지방법원 포천등기소장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포천시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지만 군대 생활을 백골사단에서 하였기 때문에 1976년부터 버스로 서울에서 포천을 거쳐 철원 가는 길을 다녔다. 그러나 그때에는 38선이 포천을 통과하는 줄은 몰랐다.
필자가 포천에 처음 발령을 받은 후에 철원 방향으로 가다가 38선 휴게소에서 잠깐 쉬면서 흰돌에 검은 글자로 새겨진 “38선” 이라는 표석을 보게 되었다.
그 표석을 보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고 머리가 멍해지면서 “야.... 여기가 교과서에서 배우던 38선이구나” 하고 한참 그 표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포천은 지리적으로 은혜를 받은 곳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38선 만으로도 엄청난 관광 수입이 보장되는 날이 올 것이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년의 임기를 마치고 본원으로 복귀를 하지 않고 이 곳 포천에서 개업을 하여 지금18년차를 맞고 있다. 따라서 포천이 사실상의 고향이 되었다.
포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필자가 수없이 위의 이야기를 해도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몇 년전에 행사가 있어서 아래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이곳 포천에 온 일이 있었는데 필자가 그분들을 모시고 38선 표석을 구경 시켰더니 그 분들 역시 필자와 같이 “여기가 역사의 그곳이구나”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을 보았다. 필자만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곳곳에 둘레길이나 올레길이 많이 생겼다. 그러나 그 곳들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도 서서히 식어가는 것을 느낀다. 왜냐 하면 걸을 곳만 있지 다른 무었을 더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포천에도 둘레길이 있지만 지금은 둘레길이나 올레길에도 볼 거리, 먹을 거리, 배울 거리, 이야기 거리가 있어야 한다. 특히 이야기 거리(스토리텔링)가 없는 길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 질 것이다.
그렇다면 38선 따라 걷는 길은 어떤가? 일부의 사람들이 38선 옛길 걷기 운동을 하는데 그 길도 좋지만 38선 따라 걷는 길이 더 의미가 있고 좋다고 본다.
일단 38선 이북이 옛날 북한 땅이었다는 데 의미가 있고 38선을 따라서 걷는 길을 만들면서 그 주변에 그 당시의 건물들이나 그때의 시설물들을 재현하고 미술관, 먹거리 그리고 구간별로 재미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야기 거리가 얼마나 중요하냐고 묻는 다면 몇 년 전에 강원도 철원에서 버스를 타고 시티투어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에는 해설사가 없이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을 그냥 둘러보았는데 올 봄에 해설사가 있는 버스를 타고 다시 그 길을 둘러보았다.
같은 길을 둘러보는 데도 계속 웃고 감동받으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고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곳을 관광하고 다시 한 번 더 오고 싶어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곳에 가 보도록 권하게 된다. 입소문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업들도 38선 주변의 옛 정취를 알고 있는 어른들이 많이 생존해 계실 때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