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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학진] 성탄절에 친 사고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7년 01월 01일


 
ⓒ (주)포천신문사 
2016년 성탄절에 사고(謝高)를 쳤습니다.

골백번 고민하다(여기서 ‘골’은 ‘일만’을 의미하는 순 우리말입니다) 결국 눈 감고 조용히 넘어가자 하는 마음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서 생존배낭을 선물하기로 한 것입니다.

부족하고 철없는 담임목사, ‘원래’ 다혈질에다가 ‘가끔’ 애정조절장애(?)까지 겪는 무익(無益)한 종을 오래 참아준 고마운 교인들을 위해 성탄절마다 뭔가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어떤 해는 목도리를, 또 다른 해는 무릎담요, 핸드크림, 축하케익, 벙어리장갑… 10년이 넘게 섬기고 있으니 이젠 품목품귀현상까지 겪습니다. 올해는 뭘 할까 아내와 함께 찬바람이 돌면 기쁜 고민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만 사고를 쳤습니다.

부자도 아닌 우리집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사고도 대형사고입니다. 한 달여 동안 배낭에 들어갈 17가지 생필품들을 온라인 등을 통해 주문하고 받고, 확인하고 각 가정당 한 개씩, 200개의 배낭으로 서재가 지저분하게 변해갔지만 무척 행복했습니다. “일하는 소가 있는 외양간은 지저분하다”라는 말을 되뇌며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목사의 서재는 지저분하다”는 말을 입증이나 시키려는 듯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두 가지 목적 때문에 생존배낭을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지난 9월 경주에서 일어난 5.8규모의 지진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 지하에도 비슷한 활성단층이 지나고 있고 만일 6.0 이상이 되면 순식간에 15만 여명이 넘는 인원이 희생될 거라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전쟁 대비용 배낭입니다. 이런 평화 시에 무슨 전쟁이냐구요? 괜히 전쟁 운운하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지 말라고요? 작금의 한국 상황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더듬이를 잘린 곤충처럼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9일 북한의 제 5차 핵실험은 지난 것과는 규모나 내용면에서 전혀 다른 것으로,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와 미국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이윽고 한 주 뒤인 9월 16일 미국의 전 합참의장인 <마이클 멀린>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을 이야기했고 한국 정부나 여당 내에서도 <자체핵무장>이나 ‘외과수술식 타격(surgical strike)’에 힘을 보태는 실정입니다.

전쟁은 당사자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지고, 또 우스울 정도의 손쉽게 촉발되기도 합니다. 북한의 핵이 소량화, 경량화 하기 전 미국은 손을 보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두 가지 장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한국 정부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박근혜 정부에는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둘째는 중국 정부입니다. 그러나 중국도 무조건적으로 미국의 북한타격을 반대할 수만은 없는 입장입니다.

얼마 전 일본 신문에서 일본의 핵무장을 공개적으로 발설했습니다. 일본은 현재 원료(재처리 우라늄과 플라토늄)와 인원, 기술 등 삼박자가 완벽히 갖추어져 있어 언제든지 미국과의 미.일 원자력협약만 합의되면 원자탄을 수도 없이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2011년 7월 21일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원자로를 많이 가동하고 있는 일본은 현재 핵무기를 1,250발 만들 수 있는 10톤의 플로토늄을 비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012년 기준 8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중국보다 훨씬 많은 숫자로, 중국보다 더 정교하고, 더 강력한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1937년 난징대학살로 인해 중국은 일본을 증오하면서도 그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일본의 핵무장을 무엇보다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만에서조차 핵무기 개발에 관한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중국도 무조건적 반대만은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정부가 미국과 <외과수술식 타격>에 암묵적으로 합의했다는 두려운 시나리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0일 중국시보(中國時報)는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시설에 대해 ‘외과수술식’ 정밀타격과 김정은 위원장을 제거하는 참수(斬首)작전을 감행할 경우 중국측이 묵인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 미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북한이 가만히 앉아있을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그건 정권의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측에서 반격을 하되 서울이나 의정부 등 대도시로의 공격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너무 많은 인명피해는 전면전(全面戰)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북한정권의 파멸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난 연평도 포격 때처럼, 북한은 남한 휴전선 근교에 있는 몇 몇 도시들을 공격해 올지 모릅니다. 일동, 연천, 포천 등은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북한의 방사포나 장사정포의 사정권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국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합니다. 세계질서는 자국이익을 우선으로 움직이고, 혈맹(血盟)이라고 하지만 세계정세에 있어서는 영원한 혈맹도, 영원한 적국도 없기 때문입니다. 1905년의 <가쓰오태프타 밀약>과 1950년 1월의 <애치슨라인>이 이를 증명하지 않습니까?

안타깝지만 국가도 국민을 지켜주지 못합니다. 2014년 4월,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 이것을 뼈아프게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배가, 고귀한 생명과 함께 침몰했지만 책임지는 사람도, 책임지는 수뇌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성탄절에는 저희 가정에서 교우들을 위해 <생존배낭>을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이 배낭을 반드시 출입문 앞쪽에 두고 있다가 천장이 흔들리거나 대포소리가 심상치 않으면 얼른 짊어지고 밖으로 나오거나 교회 지하실로 뛰어오시면 됩니다(일부러 일동교회 교육관 지하실은 대포타격에 대비해 처음부터 아주 튼튼하게 건축했습니다).

부디 이 배낭이 실전에 사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저의 이런 모든 기우(杞憂)가 기우로 끝나고, 어떤 교우들의 농담처럼 <등산배낭>으로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새벽기도 시간에 열왕기하 19장을 읽고 있습니다. 북이스라엘을 멸망시켰던 강대국 <앗수르>의 왕 <산헤립>이 애급을 치러간다며 유다를 침공하자 남유다 왕국의 왕 히스기야가 하나님께 어떻게 매달렸고,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의 기도에 응답하셨고 역사하셨는가를 배우고 있습니다.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이 나라를 지켜주실 분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도우시면 문제가 문제일 수 없습니다. 좋으신 하나님의 은혜가 이 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와 교회들, 그리고 여러분 모두를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빌고 또 빕니다.

ⓒ (주)포천신문사

정학진 / 일동감리교회 목사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7년 01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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