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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 토붕(土崩)과 와해(瓦解)

분심을 잠재우고 자성해야 한다
이규임 기자 / 입력 : 2016년 11월 18일
 
↑↑ 이규임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 (주)포천신문사 
토붕와해(土崩瓦解)라는 말이 있다. 토붕와해는 지반(地盤)이 무너져서 기와가 다 깨진다는 뜻이다. 땅이 꺼져서 기와가 다 깨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서락(徐樂)이라는 사람은 한무제(漢武帝)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토붕과 와해를 구분했다. 토붕은 백성이 곤궁한데도 임금이 구휼(救恤)하지 않고, 아래에서 원망하는데도 위에서 이를 모르며, 세상이 어지러운데도 정사가 바로 서지 않아, 나라가 어느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 와해는 권력자가 위엄(威嚴)과 재력을 갖추고도 제 힘을 믿고 제 욕심만 채우려다 제풀에 꺾여 자멸(自滅)하고 마는 것이다. “사기” ‘주보언열전(主父偃列傳)’에 나온다.

지반이 무너지거나 구들장이 꺼지면 지붕마저 내려앉아 기왓장이 산산조각 난다. 지반이 탄탄한데 지붕이 주저앉는 경우는 드물다. 근본과 기강(紀綱)이 서고 백성이 제자리를 잡고 있다면 와해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바닥이 통째로 주저앉는 토붕의 경우는 손쓸 방법이 없다. 집이 무너져 가는데 문패나 바꿔 다는 미봉책(彌縫策)이나 위기의 본질을 외면한 채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고식지계(姑息之計)로는 상황을 돌이킬 수가 없다. 나랏일이 토붕와해의 상황인데도 임금이 끝내 깨닫지 못하면 큰 근심을 자초한다. 밝은 선비가 바른말로 진언해도 듣지 않다가 큰일이 닥쳐서야 비로소 후회한다.

1529년 중종의 정국 운영이 난맥상을 빚자 대사간 원계채(元繼蔡) 같은 대신들이 상소문을 올렸다. 요지는 이렇다. 전하는 즉위 초에는 정성으로 덕을 닦고 세운 뜻도 굳었다. 하지만 근년에는 일마다 고식적인 것을 따르고 구차한 것이 많다. 본원(本源)이 한번 가려지면 백 가지 일이 다 그릇되고 만다. 전하께서 엄하게 다스리려 해도 요행으로 은혜를 얻은 자들이 인척의 힘을 빌려 못된 짓을 한다. 또 간언(諫言)을 올리면 성내는 뜻을 드러내므로 진언하는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다. 이틈을 타 인연을 맺은 무리들이 요행을 바라는 버릇을 더욱 제멋대로 행하니 이래서야 나라 골이 되겠느냐고 했다.

유심(有心)과 만선(滿船)이란 말이 있다. 욕심을 부린다는 말이다. 부(富)를 탐한다는 말이다. 유심과 만선이 곧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위정자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 위정자들은 무심(無心)과 ‘빈 배’의 철학을 체득해야 한다. 위정자가 부를 추구하면 필시 어질지 못하게 되고[爲富不仁] 거꾸로 어진 정치를 행하면 부유하게 될 수 없다[爲仁不富]는 가르침을 되새겨야 한다. 불가(佛家)에 탐진치(貪嗔癡)란 말이 있다. 어서 견성성불(見性成佛)해야겠다는 탐심(貪心), 나는 왜 이리 더디지 하며 짜증내는 진심(嗔心), 이만하면 잘 하는 거라고 자만하는 치심(癡心)을 말한다.

불가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탐심을 버리고 분노를 가라앉히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분하다고 나라를 뒤흔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미워하고 원망하고 탓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분심(憤心)을 잠재워야 한다. 그리고 자성해야 한다. 성찰(省察)해야 한다. 왜 이리 되었는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타도(打倒)의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해결이 안 된다. 타도 대상으로 설정하는 순간 논쟁(論爭)은 전쟁(戰爭)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역사서(歷史書)에서 왕조가 망할 때는 다음과 같은 징조(徵兆)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1)경제가 파탄나면서 민심이 이반한다. 2) 충신이 제왕의 곁을 떠난다. 3)어리석은 신하들 사이에 권력을 둘러싼 암투가 횡행한다. 4)다가오는 위기를 보지 못한다. 5)우유부단한 왕은 간신들에게 정사를 맡긴 채 부질없는 일에 탐익한다. 6)시중에 온갖 풍문이 꼬리를 문다. 7)뜻있는 사람들은 백성들과 함께 하면서 후일을 도모한다. 작금의 상황이 어떠한가? 우리 모두 새겨들을 일이다. 토붕과 와해를 떠올린 이유이다.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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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임 기자 / 입력 : 2016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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